남해군이 내년 군정 슬로건으로 지난 해의 ‘국제해양관광도시 기반 구축의 해’에 이어 ‘국제해양관광도시 도약의 해’라고 정했다.
군정 슬로건은 남해군이 군민들과 함께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나 행동강령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정현태 군수가 내세운 ‘함께하는 일등군민, 행복한 부자남해’라는 슬로건의 세부목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국제해양관광도시’가 군민들에게 얼마나 피부에 와 닿는 구호인지는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부자남해’는 정 군수의 핵심 슬로건으로 선거기간에 많은 논란을 낳았던 ‘부남회’라는 조직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등 좋은 뜻과 달리 정치적인 색채를 띠고 있기도 하다. 어찌됐든 ‘행복한 부자남해’로 가는 길에 ‘국제해양관광도시’가 군민들에게 다가오는 정확한 좌표인지 생각해 보면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것이다.
군은 해양스포츠제전, 요트축제를 비롯한 각종 요트대회 유치 등 해양레저, 스포츠 관련 사업에 핵심역량을 쏟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분명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해양레저, 스포츠 산업이 통해 군민 다수가 실감할 수 있는 폭넓은 목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답변이 궁색해진다.
군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농어민, 자영업자들이 ‘국제해양관광도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냉정히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남해발전을 위한 시책의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남해발전을 아우르기엔 부족한 ‘국제해양관광도시’를 내세우는 것은 좀 생뚱맞고 자기만족적인 구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기 바란다.
또한 명칭에 걸맞는 기반조성과 도약의 토대가 갖춰져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필요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다른 지자체 가운데 남해를 훨씬 능가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곳도 여러 곳이 있고 관련 산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 상황에서 행사 몇 개 치렀다고 국제해양관광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구호를 정한데는 군민들의 실질적이고 절박한 요구와 바람과는 동떨어진 행정 집행권자들만의 의식구조가 한 몫하고 있는지 돌아 볼 대목이다. 차제에 군민들의 정서와 부합하는 새로운 슬로건을 찾아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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