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차량 속에서 수거 활동 

어둠 속에서 쓰레기를 담는 소리가 들린다. 읍 지역 쓰레기 차량 수거는 매일 새벽 6시면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그나마 차량수거반은 수월한 편이다. 읍 외곽지역(심천∼읍∼이동면경계, 마산∼연죽) 도로를 치우는 미화원들은 새벽 4시(낙엽이 많은 계절은 새벽 3시부터 출근)부터 출근한다.
현재 남해군 전체 환경미화원의 수는 총 26명. 이중 14명은 읍사무소 소속으로 읍 지역을 전담한다. 나머지 인원은 군 환경도시과와 남면, 창선면 매립장 소속으로 9개 면 전역을 담당한다.
면 담당 미화원들은 차량 수거가 주 업무지만 읍 미화원들은 업무가 다양해 14명이 3달씩 교대로 4가지 업무(차량수거, 폐기물매립장 관리, 외곽도로 청소, 읍사무소 청소)를 담당한다.
차량수거나 도로청소는 힘든 것은 둘째 치더라도 작업 환경이 위험 그 자체다.
차선 바로 옆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므로 자칫 인명사고를 당할 수 있다. 경기도에선 매년 한 건 이상의 교통사고로 미화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군 환경미화원들은 눈에 띄는 야광의상이나 헬멧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이 수거업무를 하는 실정이다.
폐기물매립장 직원들은 유독가스나 중금속 등에 노출돼 있다.
스티로폼을 압축시키는 감용시설은 몇 초만 있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악취가 풍긴다. 하지만 미화원들은 차단장치 하나 없이 마스크 하나에 의존한 채 일을 한다. 또 여름철 파리 살상용 농약 살포나 매립장 배출 가스도 미화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처럼 미화원들의 노동환경은 극도로 열악하지만 보호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미화원들은 1인 이상 근로자가 고용된 사업장에 적용되는 산재보상에서도 제외돼 왔었다. 실제 한 미화원은 소각로에서 부탄가스가 폭발해 한 달간 병원신세를 졌지만 군으로부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미화원들의 건강검진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들이 받은 수 있는 의료혜택은 2년마다 사무직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보건소 정기검진이 고작이다.

일년 중 휴일도 고작 이틀

이처럼 미화원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한 이유는 이들의 신분을 보장하는 군 당국이나 의회의 의지 부족에도 문제가 있다. 일용계약직 미화원들의 신분을 명시한 유일한 근거는 군 자치법규인 '남해군청소종사공무원복무규칙'이다.
복무규칙에는 임용과 정년, 근무시간, 휴가, 징벌 등에 관한 기본적인 내용만 기재돼 있을 뿐 정규 공무원이나 단위사업장의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복지조항이나 처우개선은 찾아볼 수 없다.
복무규칙 휴가조항(10조)을 살펴보면 '연2회 7일의 기간 내에 휴가를 허락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읍 미화원들은 설과 추석 단 이틀 밖에 쉬지 못했다. 반면 진주시 복무규칙에는 경조사 유급휴가와 월2회 유급휴가, 월차·연차휴가를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 미화원의 고용 보장을 위한 해고 제한조항과 퇴직금 산출근거까지도 상세히 다뤄 남해군 복무규칙과 대조를 보였다.
게다가 최근 환경미화업무의 민간 위탁 가능성이 조례에서 인정돼미화원들의 근무조건과 고용불안은 더욱 악화될 위기에 처해 있다.군 미화원들도 민간위탁이 되면 "인원과 정년 단축, 노동강도 강화와 인건비 삭감은 뻔한 일"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의정부시는민간위탁과 동시에 인원감축과 불법 해고, 임금 삭감 등 근로조건이 형편없이 악화됐다. 결국 미화원들은 노조를 결성,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시와 민간업체를 중앙노동위원회에 고발했다.
일반 민간 사업장이나 공공단체는 노조나 협의회를 구성, 신분과 근로조건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은 민간 사업장이 아니라 노조 결성도 어렵다. 또 정규 공무원이 아니라 공무원직장협의회에 가입할 수도 없다. 단지 그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엉성한 복무규칙 뿐이다. 이렇게되자 이들을 관리하는 담당공무원의 말과 행동이곧 법이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미화원들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선 복무규칙 개선이 불가피하다. 결국 미화원들이 계속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면 비판의 화살은 행정당국과 군 의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