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북한학]                  
  


지난 22일 북한의 평안북도 용천군 용천역에서 일어난 열차충돌에 의한 대형폭발 사고는 엄청난 인명과 재산의 손실을 초래하였다.

북한당국의 발표로는 54명의 사망자와 1249명의 부상자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언론들은 수천 명에 이르는 사상자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금 남한 정부와 각종의 시민단체 그리고 세계적인 국제 구호단체들이 긴급 구호물자로 원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폭발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경과는 북한당국의 발표 외는 알 수가 없으나 국내외의 언론에 보도되는 관련 기사와 현장의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 비참함은 현지의 수많은 주민들의 고통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농어촌은 오래 전부터의 식량난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가 어렵고 더욱이 지금은 춘궁기(보리고개)를 맞아 하루 3끼의 밥도 먹지 못해 모두가 영양실조의 상태인데 이번 참사로 부모나 자식을 잃거나 집까지 허물어져 문자 그대로 생지옥으로 변하고 있다고 본다.

필자가 지난 2002년 10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였다. 그 때 우리 일행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용천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평북 정주 근교의 농촌을 갔던 경험이 있다. 해방이후 우리들의 농어촌에서 흔히 보았던 것처럼 빈 논에서 벼이삭을 줍고있는 시골 할머니도 보았고 동네에는 세계 어느 곳에 가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개나 닭들이 한 마리도 없고 다만 오리나 염소들만 있었다. 그것은 개나 닭들은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기 때문인 듯 하였다. 자동차가 없어 사람들은 모두 걸어 다니고 어쩌다 지나가는 군용트럭에는 마을 사람들이 짐칸에 가득타고 있었다. 마치 해방직후의 우리들 농촌풍경을 현실로 보는 듯 하였다.

이처럼 비참한 현실 속에 있는 용천읍 주민들에게 덮친 이번 열차폭발사고는 용천읍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재앙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역사 옆에 위치한 용천소학교의 많은 어린 아동들이 화상을 입거나 팔다리가 부러진 중상을 당하고도 약품은 고사하고 먹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같은 민족이고 머지않아 통일의 그 날에 만날 수도 있는 이웃 형제들이기에 이번의 북한 돕기 운동에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해야할 일이다.

한편 북한정권도 이제는 중국과 같이 개혁과 개방으로 남한과 협력해야 할 것이며 또한 리비아의 가다피처럼 핵개발을 포기할 줄 아는 현명함을 보여 주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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