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남해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유례없는 마늘 박물관과 마늘연구소가 있고, 남해를 알리는 가장 큰 축제가 마늘을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마늘이 남해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최근 마늘연구소 주도로 “보물섬 남해마늘 영농조합법인”의 설립을 통한 공동마케팅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시큼치 클러스터 사업의 공동브랜드 추진의 성공적 사례에 힘입어 관내 12개 마늘관련 업체를 주축으로 의욕적으로 공동법인화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부족함을 느끼면서도 변화를 시도하지 못했던 지난날의 시행착오에 대해 발전을 모색하고자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우리 속담에 동업은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인해 그만큼 성공확률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건전한 동업이 부실로 이어지는 확률이 단독 기업에 비해 1/3밖에 안 된다는 통계가 있다. 동업이 상호 협력과 견제를 통해 기업 경영을 건실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잘만하면 분명히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마늘사업의 발전을 위한 컨소시엄에서 우리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두 번이나 가졌다. 한 가지는 원예작물공동브랜드육성사업이었고 또 하나는 시군유통회사의 설립이었다.
원예작물공동브랜드육성사업의 경우는 영농법인과 농협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법인의 형태를 농업회사법인으로 가느냐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가느냐를 두고 팽팽히 맞서다가 보조100억 저리융자 100억의 지원금이 주어지는 사업권을 무산시키고 말았다.  
시군유통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자체가 하나의 경영체가 되어 지역특산물을 공동브랜드로 유통시킴으로 상대적 궁핍에 처해있는 농촌을 살리고자 정부가 기획한 제도였다. 시장의 선점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여 조속한 유치를 통한 공동마케팅을 제안하였으나 역시 개별 주체들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다르게 작용할 경우 공동법인의 성공은 쉽지가 않다. 선행하여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시금치 클러스터의 공동법인이나, 인삼공사(정관장)를 모델로 하여 제안되었다 하나 이는 성격상 조금 다른 경우에 속한다.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법인이 생산자와의 협약을 통하여 서로의 전문성을 상생의 차원에서 제휴하였기 때문에 별다른 이견 없이 효율성의 극대화를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보물섬남해마늘영농조합법인의 경우는 다르다. 생산자와 마케팅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 간 경쟁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닌 지역 내 마늘엑기스생산업체들 간의 연합이다.
새남해농협의 ‘해두름’, 남해보물섬마늘영농조합의 ‘햇섬초’, 남해장애인근로센터 가온누리의 ‘해연풍’, 덕산B&F(주)의 '이가락흑마늘 강산’, 도울농산영농조합법인의 '대웅산’, 인조이내츄럴의 '자연초’, 남해섬푸드의 '남해섬흑마늘’ 해노래식품의 ‘해노래 마늘진액’ 등  생산기술측면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소비자가 접하기에는 하나같이 동일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마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회사마다 투자된 비용이 다르고, 제품의 특성이 다르고, 품질이 다르고, 생산방식도 다른 상황 하에서 단지 과다한 홍보비용의 절감을 위한 공동법인의 추진은 원만한 이해관계의 조율이 선행되지 않으면 상당한 갈등이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지키지 않으면 안 되는 언약에 기초하여 각 사별 차별화된 제품의 맛과 품질이 보물섬 남해마늘이란 하나의 공동브랜드 속에서 독특한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 소비자는 무척이나 까다롭다. 한결같은 맛과 효능이 보장되지 않으면 금방 알아차린다. 공동법인에서 정한 엄격한 품질기준을 서로가 존중하고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그런 속에서 가격, 맛, 디자인, 효능 등이 참여회사별 특화되어 다양한 수요층의 타깃 공략이 일어나야 한다. 마치 하나의 회사에서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어 판매되듯이 모든 수요자는 회사의 이름만 봐도 제품을 신뢰할 수 있고 차별화된 수요층의 요구에 맞추어 개발된 특색 있는 상품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무튼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하나로 생각을 모은 마늘사업 관계자들의 결집을 환영한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혼자 하는 것 보다는 둘이 셋이 힘을 합하면 훨씬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 문제는 운영의 묘다.
어렵게 만든 기회를 통하여 남해마늘이 거듭나는 성공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체들이나 지원하는 유관기관들의 전략적 접근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생을 위한 배려를 통하여 화합하는 지혜가 없으면 실패한다는 과거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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