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사업의 경우 심의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컴퓨터가 지배하는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익숙하게 듣고 있는 용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다. 하드웨어란 어떤 행위를 하기위한 구성품으로 컴퓨터의 경우 기계장치의 몸체를 통틀어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실제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위들을 실행하는 모든 종류의 프로그램을 뜻한다.
가령 우리가 마늘 산업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늘연구소를 짓고 산지유통센터를 건축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면 그 건물과 기계 설비를 유치하는 일은 하드웨어에 속한다.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우람한 건물이 들어섰으니 외관상으로 보면 이를 만들어 낸 이는 상당한 치적을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드웨어를 구축하면서 그보다 먼저 깊이 생각하여야 할 것은 그 하드웨어를 활용 하여 얻고자 하는 목적 달성을 위한 운영체계 즉 소프트웨어를 신중히 검토하지 않으면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인간다운 삶의 질 향상이나 부의 창출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여 군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비용측면에서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된다.
근간에 우리지역에는 굵직한 하드웨어가 여러 군데 들어섰다. 유배문학관, 마늘연구소, 국제탈공연예술촌, 스포츠파크, 원예예술촌, 읍재래시장대형버스주차장, 이순신영상관, 내산나비공원, 물건요트단지 등 순수 공적자금으로만 이루어진 것 들이다. 족히 천 억대가 넘는 규모의 시설이다.
과연 이중에서 당초에 목표하였던 성과를 달성하고 남해군의 부를 실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 몇 개나 될 런지는 의문이다. 수지 계산서를 분석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면 운영체제에 대한 시급한 진단을 다시 해봐야 한다. 하드웨어의 관리를 위해서 투자되는 비용이 그로인한 파생적 수익을 상회한다면 이는 유치하지 않았던 것 보다 오히려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것은 인간의 창의성과 열정적 노력이다. 누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운영의 묘를 실현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국비보조사업 이라고 무조건 유치하고 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업을 유치하기 전에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가에 대한 치밀한 전략과 수단을 강구하지 않으면 득 보다는 실이 커서 군민의 비용 적 부담만 가중 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둬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공적사업의 경우 심의의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2011년의 수산업자 보조금신청 사업에 대한 심의가 며칠 전 끝났다. 2012년 농림사업 신청접수도 지난 14일 마감되었다. 수시로 각종의 공익관련 사업에 대한 심의도 무수히 남아있다. 국제화추진위원회, 창조기획단, 스포츠마케팅 등 남해군의 발전을 위한 각종 위원회가 이끌어 내야 할 과제들도 산재한다.  기관과 사회단체들의 운영위원회나 신문사들의 독자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영역에서 그들이 수행해야 할 기능은 사업의 승패를 가늠하는 일차적 단계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하드웨어의 구축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운영체계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전문성이 확보된 심의가 일어나야한다. 심의 전에 해당 관청에서는 심의위원들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과 객관적 자료의 제시가 있어야 하고 위촉받은 심의자들은 깊은 고뇌를 통하여 심사숙고해서 평가해야 한다. 오류나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인정을 떠난 과감한 지적과 조언을 통하여 실패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왕이면 힘을 합하여 성공적 모델로 육성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주관하는 행정에서도 하드웨어에 치중했던 관행적 방식에서 탈피하여 원활한 운영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에 중점을 두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참신성, 전문성을 가진 인력의 양성, 남들과는 차별화된 우리들만의 특색 있는 전략, 공적자금의 투입과 관련된 사업운영체의 투명성 등이 어우러져 미래발전 지향적인 모습으로 부각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적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
앞으로도 우리는 남해안 시대를 열어가는 중요한 사업들을 두고 많은 고민들을 해야 한다. 명품을 걸치고 빚만 잔뜩 지고 있는 겉치레로 남을 것인가, 실속 있는 알짜배기 운영으로 발전을 위한 탄탄한 내실을 다져나가는 진국으로 남을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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