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대 총선은 각 후보자들의 당락과는 관계없이 선거법 개정에 따른 새로운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실험의 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선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취지로 마련된 개정 선거법에 따라 정당·합동연설회가 폐지돼 청중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등의 집단선거운동 방법은 자취를 감추고, 지역방송 연설회나 인터넷, 전화를 이용한 새로운 선거문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각 방송사 토론회나 공공기관 홈페이지,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상대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에 급급한 도구로 전락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전 아무개(미조·46)씨는 "각 방송사 토론회, 공공기관 홈페이지를 활용한 선거운동 어디에도 정견이나 정책 중심의 이야기를 듣기가 힘들다"면서 "선거일이 점점 다가올수록 상대방을 헐뜯는 혼탁 과열 선거 조짐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또한 선거비용 공개나 자원봉사자에 대한 식비나 교통비에 대한 규제 등 강화된 선거법에 따라 돈은 묶였지만 묶인 돈을 풀기 위한 '∼라 카더라' 선거운동원을 동원, 음성적으로 움직이는 상대 후보 흠집내기는 극에 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권자는 "자신을 지역의 영향력 있는 사람의 친구라며 지난 3월 중순께 마을에 찾아와 몇몇 주민들을 대상으로 모 후보를 지지해 줄 것을 부탁하며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개정선거법에는 '후보를 포함한 5명 이상(후보자를 대동하지 않은 경우 2명) 행렬 금지' 조항을 규정하고 있으며 스피커 사용도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유권자는 "역대 이벤트 행사처럼 진행됐던 거리유세와는 달리 제한된 인원으로 단출한 선거운동이 진행돼 많은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제는 세를 보이는 가시적인 선거풍토보다 실현 가능한 정책이나 공약중심의 선거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거법 위반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돼 불·탈법 선거사례들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평가와 함께 강화된 처벌 규정만큼 더욱 선거운동이 음성적인 방법으로 숨어들어 위반사항을 적발해 내거나 객관적인 증거확보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분석되고 있다.

특히 선관위 관계자는 "인터넷 공간에서 음성적으로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사례는 역대 선거보다 늘어났다"면서 "강화된 처벌 규정만큼 음성적으로 이루어지는 상대방 후보 흠집내기 식 비방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권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인지도를 높이고 후보자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 후보자 자신만의 '민심잡기방법' 동원되고 있다.

실제 모 후보는 지난 6일 부정부패로 얼룩진 지난 정치사를 반성하고 새로운 희망의 정치를 열기 위한 '3000 배'를 벌여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번 선거와 관련 한 유권자는 선거법은 강화됐지만 상대방 흠집내기나 '∼라 카더라' 식 음성적 선거문화는 역대 선거와 다를 바 없다"면서 "정견이나 공약으로 치러지는 선거문화를 하루 빨리 정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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