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광 석 본지 편집인                
  




10여일 뒤에 결판나는 17대 국회의원 선거보도를 시작하면서 남해신문이 독자들에게 약속했던 총선보도 방향을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이번 선거보도에서 후보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를 쫓아다니며 유권자를 중심에 세우고자 했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새로운 세상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선거의 이슈로 만들고 후보자들이 쫓아오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보도를 꿈꿨다.

그러나 유권자 중심의 보도원칙을 현실에서 실현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우리의 역량이 모자라기도 하거니와 남해신문의 바람과는 달리 중앙언론과 방송사들이 온통 남해의 선거를 '빅매치'라고 하면서 누가 앞서는지, 과연 당선될 것인지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권자들도 휩쓸려 들어가면서 '어느 정당의 누가 어떤 방향으로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인물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검증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후보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된 신문 1면을 들고 흔들며 유권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장면은 참으로 가관이다.

박 - 김 두 후보의 빅매치의 그늘에 가려지는 것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언론의 빅매치라는 제하의 보도에 휩쓸려 들어간 남해 하동의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역시 경마장의 경기를 지켜보는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어떻게 우리 농업과 농촌을 살릴 것인가?"라고 묻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대한 후보자들의 대답이 묻혀버렸다.

"돈 정치, 지역정치, 보스정치를 어떻게 접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치, 국민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정치로 바꿀 것인가?"라고 묻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도 묻혔다.

"한반도의 평화를 어떻게 정착시킬 것인가?",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지역의 권력을 어떻게 주민들에게 분산시킬 것인가?"라고 묻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대한 후보자들의 답도 들을 수가 없다.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지역의 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농촌공동체 고유의 문화를 어떻게 계승·발전시킬 것인가?" 그 대안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저 후보자가 홍보물에 일방적으로 제시한 장밋빛 지역개발 공약, 언제 어떤 방법으로 실천할 것인지가 빠진 공약만을 들여다보고 투표장으로 향해야 한다.

더구나 박희태, 김두관 두 후보진영 모두 크고 작은 불법선거운동을 저지르고 있다. 표 차이가 많지 않을 경우, 선거 후 어느 한 쪽이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불행한 사태가 예고돼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개혁은 고사하고 군민들을 극심하게 분열시킬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 또한 빅매치 선거판의 여론조사결과에 묻히고 있다.

이러한 지적이 유권자들에게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주어 유권자가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갖도록 할까봐 사실 기자는 두렵다.

현 선거판이 다소 바람직하지 못한 면이 있다하더라도 정치에서 고개를 돌리지 말고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진정으로 가려보아야 할 것들을 가려보자는 것이 기자의 주장이다. '누가 진정한 우리의 대변자가 될 수 있는가?' 그의 삶과 자질을 곰곰이 생각해보고 깊이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국회의장을 바라는 4선 관록의 야당대표까지 지낸 후보와 노무현 대통령이 행정자치부장관까지 시킨 힘있는 여당 후보가 벌이는 권력다툼의 싸움판이 아니다. 남해 하동 군민들의 대변자를 뽑는 일이다. 그러나 빅매치라는 이름을 붙이는 중앙언론들은 자꾸 싸움판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이를 막는 일을 우리 유권자들이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우리를 대신해 국가의 중대사를 다룰 사람이며 법을 만들 헌법기관이며 국민의 행복한 삶을 앞당기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 유권자들은 적어도 경마장 관중석의 구경꾼이 아니라 관중석에서 내려와 말을 몰고 달리는 기수가 되어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가 소속된 당의 이념은 무엇인가? 그는 사사로운 이익이나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않을 사람인가?

우리가 바라는 국회의원은 힘있는 권력자가 아니다. 오직 나라의 발전을 걱정하면서 국민들을(남해 하동 군민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낮은 자세로 불철주야 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뛰는 살가운 사람이다. 우리가 바라는 국회의원은 농어민들의, 서민들의 일상생활을 알고 그들의 고통을 풀어주는 법과 정책을 생산하는 사람이다.

박 - 김 '빅매치'로만 몰고 가는 중앙언론들의 말장난에 가려진 이번 선거를 후보자의 삶과 철학, 그가 소속된 정당의 이념, 그의 정책공약을 꼼꼼히 비교하는 진정한 선택의 장, 우리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선거로 우리 유권자가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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