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12월에 들어 청소년들 사이에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인터넷 UCC 동영상이 있다. 바로 ‘고등학생의 하루’.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 고등학생이 아침에 눈을 뜨고, 지각을 해서 부랴부랴 학교로 등교를 하고, 오전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오후수업을 듣고, 청소를 하고, 야간 자율학습을 한 뒤 집에 돌아와 다시 자는 모습이다. 이것이 제작자가 생각한 10초라는 시간에 담긴 고등학생의 하루이다.

이 UCC는 학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그 아류작으로 ‘대학생의 하루’,‘군인의 하루’와 ‘회사원의 하루’ 또한 눈길을 끌며 누리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너무 공감된다. 딱 내 얘기다’ 라고 하며 UCC와 자신의 모습이 100% 일체 되는 듯한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시간 되실 때 한번 검색해 보시라~!

▲ 수능을 마친 고 3 수험생들에게 수능성적이 발표되기까지의 한달 남짓한 시간은 그간의 보상이자 달콤한 휴식이다. 그러나 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학생들이 뭔가 의미있는 시간으로 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에는 교육계의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진은 최근 인터넷 UCC에 떠돌고 있는 ‘수능후 고3 학생들의 하루’를 담은 동영상 중 일부 장면
이렇게 우리의 하루와 삶을 몇 초 만에 요약을 해버린 게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단순 반복되는 우리의 삶이 대단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슨 하루가 조금은 씁쓸하게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요즘. 그렇다면 고등학생으로서의 삶을 마무리하며 새로운 삶을 준비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필자와 같은 ‘수능이 끝난 고등학생’의 하루는 어떨까?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아주 아주 간단하게 요약을 하자면 ‘기상->등교->자유 시간->점심->청소->하교->컴퓨터->취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한줄 안에 요약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하다. 덤으로 학교에 가면 볼 수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몇 가지로 분류하자면 이렇다.

끝없이 공부를 하는 극소수의 엘리트 공부파. 컴퓨터관리(일명 멀티) 친구가 자비롭게 선사해주는 영화와 드라마를 끝없이, 미동도 없이 숨만 쉬면서 보며 찬양하는 사이비 신도파. 알바를 통해 노동과 돈의 가치를 뼈저리게 배워가고 있는 저러다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아 다소 걱정되는 수면파. 입에서 쉴 새 없이 많은 말이 나오고 쉴 새 없이 먹을 게 들어가는 구강의 미스테리파.

하지만 다들 가지는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정말 할 거 없네’라는 생각과 뭔가 허무하고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누군가 그 시간을 뭔가 보람차거나 알찬 계획을 세워서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면 많은 아이들이 모인 교실에서 그게 가능할까 라고 답해주고 싶다. 아니, 먼저 이 자리에 앉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왠지 허무함에 약간의 스트레스까지 받는다. 이미 이 시간을 지나쳐 온 선배들은 “원래 그땐 그런 거다”라 하고, 시험을 앞 둔 후배들은 “그저 부럽다”라고 하고, 힘듦과 기쁨을 함께 공유해온 친구들은 말없이 허무해 한다. 대학생인 울 언니는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말고 계획 있게 잘 보내라!”라고 하고, 엄마는 “왜 아무것도 안하고 애들을 그리 잡아둔데? 애들 힘들게…”라고 한다. 역시 내 맘 아는 건 울 엄마밖에 없는 것 같다.

선생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수능이 끝난 후 학생들의 사고와 탈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되도록 긴 시간 동안 학생들을 학교에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이는 어쩔 수 없다고들 하신다. 그러니 뭘 해도 좋으니 시끄럽게만 하지 말라고 하신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그 긴 시간을 학생 개개인이 다르게 쓰기 때문에 사건 사고가 일어 날 수 있는 요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거즌 반나절을 지내야 할 곳이 반드시 학교여야 할까’ 하는 생각이 수능을 끝낸 고3 학생 중 한명으로서 든다. 수능이 끝난 후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라는 시간. 그 시간동안 우리가 학교에서 뭘 했을까. 아니, 뭘 해야 했을까. 고등학생 1, 2학년에게는 그저 행복한 고민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가 그랬던가. 아무 일도 없이 한없이 쉬는 게 가장 힘든 일이라고. 마치 나는 그 기간 동안 할 일 없는 투명인간이 된 듯 했다. 그리고 학교와 군내 사정상 듣지 못한 훌륭한 강의와 하지 못한 프로그램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수능이 끝난 학생들에게 사실상 필요한 건 그저 아주 작은 것이 아니였을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이 있고 싶은 곳에서 하는 것. 앞만 보고 달려 온 경주마 같은 나날들의 끝에 우리의 있을 곳이 정말 학교 뿐 이였을까.

수능이 끝나고 하고 싶은 것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에선 하지 못하는 것, 만나지 못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번 주. 드디어 오후수업을 안 하고 오전수업만 하는 이번 주부터는, 정말 나는 많은 것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최은희 학생기자(남해제일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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