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월말 정년퇴임한 후
고향으로 돌아와 새로운 노년의 삶을 설계하고 있는 김동규 박사.
그는 북한 학교교육 연구의 선구자이다.
 
  



"지역사회에 지적봉사는 얼마든지"


남해의 청소년들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청운의 꿈을 품고 도시로 나간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악착같이 일해서 청운의 꿈을 이룬다. 자식들 공부까지 다 뒷바라지하고 난 그들, 그들의 남은 꿈은 무엇일까? 고향으로 돌아와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고려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정년퇴임 한 후 최근 고향으로 돌아온 김동규(67) 박사의 경우가 바로 그런 남해인들의 삶과 노년의 꿈을 보여주는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박사는 근래 민박촌이 형성되고 있는 남면 숙호마을에서 홍현마을로 넘어가는 길 위쪽에 새로 집을 짓고 정착했다. 그를 만나 귀향 소감과 새로운 삶의 설계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본인을 소개한다면.

=평범한 남해사람이다. 38년 설천면 금음에서 태어났다. 일가친척이 금음에 있고 사촌에게 맡긴 농토도 있다. 설천초-남해중-남해농고를 나왔다. 난령초 교사로 일하다 고려대학교에 진학,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68년 일본 와세다대학으로 유학을 갔고 74년 미국콜롬비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와세다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77년부터 청주대학교 사범대학 교수로 일하다 81년 고려대학교로 옮겨 24년 간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월 29일자로 퇴임했다. 앵강만이 내려다보이는 여기를 택한 것은 노년의 삶을 설계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여기가 어디인들 무슨 상관인가. 남해 전부가 다 내 고향이다.  

▲전공분야는 무엇인가.

=교육학 중에서도 북한의 학교교육에 대한 연구가 전공분야이다. 북한에도 두 번이나 다녀오기도 했다. 당시 학계에서는 서양의 교육학이나 한국의 교육사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은 많아도 북한의 교육(사회주의 사회의 교육과 문화)을 전공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들이 하지 않은 분야를 택하고자 한 것이 그렇게 됐다. 일본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복잡한 국내 정치관계의 영향을 덜 받으며 공부할 수 있었다.

▲고려대학교에 북한학과를 신설했고, 국내 주요 북한연구학회의 회장을 맡는 등 학계에서는 북한의 교육 연구의 선구자이자 1인자로 불린다고 들었다.

=학문을 개척한 건 맞지만 선구자, 1인자라는 건 과찬이다. '통일시대의 남북한의 학교교육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연구해왔고 앞으로도 연구해갈 것이다. 이제 시간이 많아진 만큼 여기서 통일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집필에 몰두할 생각이다. 통일시대를 대비하는 문제와 깨끗한 환경을 지키는 문제가 우리나라 21세기의 최대 '화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고향으로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정년 1년 전에 단호하게 결정했다. 노자의 도덕경에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말이 있다. '그칠 때를 알면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깨끗하게 정리했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에 가까워지고 싶은 것은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여생을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여유와 관조의 시간을 갖고 싶다. 지금까지 사람을 가르쳤지만 이제는 자연, 즉 흙으로부터 배우며 살겠다. 내 몸에 농촌이 배여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고 쉽게 적응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넷이 있어 전 세계와 통하는 시대에 굳이 공기와 물이 나쁜 도시에 살 이유가 없다.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뜻은 없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적인 봉사밖에 없다. 해성중고교에서 명예교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맡고 있다. 교양강좌를 통해 농촌학교에서 접하기 힘든 새로운 정보들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정도의 봉사라면 기꺼이 할 수 있다. 작년 가을에 남해경찰서 공무원들에게 인권을 주제로 한 강좌를 한 적이 있는데 이런 종류의 지적인 봉사라면 얼마든지 할 것이다. 특히 '통일'과 '환경'분야 시민단체들이 학문적인 요청을 해오면 적극 참여하고 싶다.

▲돌아와서 본 고향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나는 남해신문의 오랜 독자이다. 남해신문을 보면 비어 가는 농촌에 대해 너무 조바심을 갖는 것 같다. 지엔피가 2만불 시대가 오면 젊은이들이 자연을 찾아 들어오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미국 일본을 보면 우리사회의 미래를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녀교육'이라는 변수가 있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적어도 10년 안에 본격적인 유턴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남해는 깨끗한 환경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짧은 생각 중에 하나를 말하자면 독일촌과 같은 미국촌을 만들면 미국교포들이 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을 외국어특구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하게 지역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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