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아시안게임 출전, 아시아선수들과 실력 대결

엄태덕 군을 소개하기 이전에 먼저 해야 될 게 있네요. 독자 여러분께선 ‘카바디’란 종목을 알고 계시는 분이 있으신지? 사실 저는 듣는게 처음이었습니다. 명색이 스포츠담당기자인데 ‘아직 멀었다’ 싶은 생각이 드네요.

▲ 읍 선소 출신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카바디 국가대표 엄태덕 선수

카바디는 50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 전통놀이에서 유래된 스포츠종목이랍니다. 쉽게 말해 어릴 적 우리가 하던 ‘오징어놀이’처럼 공격과 수비를 나눠 침입자(Raider)라고 하는 공격수가 숨을 멈춘 상태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터치하거나 붙잡은 뒤 자기 진영으로 돌아오고 수비를 맡은 선수들은 공격수가 숨을 내뱉거나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게임이라네요. ‘카바디’는 힌두어로 ‘숨을 참는다’는 뜻으로 공격수가 숨을 참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격하는 동안은 계속 ‘카바디’란 말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외쳐야 한다는데 실제로 계속 외쳐보니 숨 쉴 틈이 없더군요.

여튼 남자는 길이 12.5m, 폭 6.25m의 경기장에서 여자는 조금 좁고 짧은 길이 11m, 폭 5.5m 경기장 안에서 7명의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데 ‘오징어놀이’하다가도 옷이 찢어진 경험을 했던 것과 엄태덕 선수의 설명을 들으니 꽤나 격한 모양입니다.

놀이와 격투기가 한데 섞인 느낌이랄까요. 일단 더 자세한 설명은 뒤에 엄 군이 자세한 설명을 해 줬기에 각설하고 이 생소한 종목 국가대표에 남해읍 선소마을 출신의 스물 여섯 청년, 엄태덕 군이 뽑혔습니다.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가슴에 버젓이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누구나 할 수 없는, 쉽지 않은 영광이죠.

현재 전남 대불대 태권도학과에 다니는 엄 군은 어려서부터 못하는 운동, 더 솔직히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운동광입니다. 방학이라 고향에 내려오면 헬스, 축구 등 한시도 몸을 쉬이 놀리지 않는다네요. 좋아만 해서 국가대표 될 거 같으면 아무나 됐겠죠. 엄 군이 어릴 적부터 정확히 생원골축구교실에서 처음 축구를 접할 때부터 봐 왔던 정일주(읍 명동설렁탕 운영, 생원골축구회) 씨는 “태덕이는 축구로 갔어도 성공했을거다. 원체 근성이 있고 지기 싫어하고 체력도 강하고 다부져서 뭐든 운동이라면 다 성공했을 아이”라며 엄 군 칭찬에 입에 침이 마르는 줄 모릅니다.

대회를 한달여 남짓 남겨놓고 현재 부산 동아대에서 동료선수들과 윤영학 감독의 지도에 따라 밤낮 가리지 않고 훈련에 매진 중인 엄태덕 선수의 ‘카바디’ 사랑은 지독하리만치 강합니다. 대학 진학 후 뉴스포츠 종목 강의를 수강하면서 엄 선수도 처음 알게 됐다는 ‘카바디’ 소개와 설명이 한참 줄줄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현재 국내에는 일반 1개팀, 대학에서는 대불대, 동아대, 국제대, 부산대, 영산대 등 6개팀이 있습니다. 인도 등 주로 남아시아권에서는 인기스포츠인 카바디는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우리나라에는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는 우리 나라에서 유일하게 출전하지 않았던 종목입니다. 일본에서는 뉴스포츠로 각광을 받으면서 점차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고 국내에서도 도입 후 이듬해인 2003년부터 본격괘도에 올랐는데 대학팀만 놓고 보더라도 부산 경남권에 치중돼 있는 등 아직 갈 길이 더 많이 남아있는 종목입니다.”

뜬금없는 전화인터뷰임에도 마치 잘 정리된 원고를 읽어가듯 막힘이 없는 엄 선수. 태권도를 바탕으로 하면서 카바디가 가진 매력에 취해, 태권도는 개인종목인데 반해 단결력과 동료들의 힘이 더해져야 한다며 그 매력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운동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그의 성격이 읽힙니다.

▲ 베트남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아 인도어 게임(Asia Indoor Game)에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들과 출전했을 당시의 엄태덕 선수의 모습(왼쪽 세 번째)

아버지 엄승현 씨와 어머니 류완심 씨 사이에서 1남 1녀 중 장남인 엄태덕 선수. 운동 좋아하는 아들이 행여 다칠까 노심초사하는 부모님과 항상 마음으로 응원해 주는 부모님과 여동생에게 감사하다는 아들. 그 마음의 크기가 얼추 비슷합니다.

덧붙여 “항상 남해 가서 운동할 때마다 따뜻한 말로 응원해주는 빅토리헬스 운동 형님들과 대표 선발 소식에 제 일처럼 기뻐해 주는 친구들 참! 특히 남해출신 중에 저보다 더 먼저 카바디를 하신 형님이 있는데요. 남해종고(현 남해제일고의 전신) 60회 출신이고 함안에서 태권도 도장을 하면서 항상 운동선배로 고향 형님으로써 조언해 주는 홍섭이 형님께도 고맙다는 말 꼭 좀 써 주십시요”라고 말하는 엄 선수입니다.

이번 아시안게임 팀 목표는 동메달, 그러나 그의 카바디 사랑과 운동에 대한 열정,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는 이미 금메달감입니다. 말솜씨두요. 스물 여섯, 아무도 선뜻 가지 않았던 생경한 길에서 성큼성큼 큰 걸음을 내딛는 이 청년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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