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가위 보름달은 휘영청 떠오른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는 남해군민들 사이에는 부쩍 한탄 섞인 말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수년 동안 기대를 걸었던 남해조선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삼성중공업의 ‘백지화 선언’으로 물거품이 되면서 군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남해의 경제를 살리고 인구감소를 막는 돌파구로 생각했던 조선산단 사업이 백지화된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표족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한줄기 빛과 같았던 희망이 사라졌다는 생각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여러 가지 책임에 대한 규명도 필요하고 구체적인 대처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그렇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근본적 문제들이 있다. 그것은 ‘과연 조선산단만이 남해의 살 길인가’ ‘남해 발전을 위한 포괄적 목표와 계획은 없는가’ ‘경제발전을 위한 구체적 실천은 할 수 없는가’는 것들이다.
조선산단이 들어서면 남해의 인구문제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군민 전체가 조선산단 하나에 목을 걸고 있을 일이었는가에 대해서는 한번쯤 되돌려 놓고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남해군민들의 자족적인 경제기반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각종 개발계획은 자칫 군민들을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실패할 수도 있는 사업에 대한 대안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고 되돌아 보게 된다.
남해의 발전이란 목표에 비추어 보면 조선산단 뿐만 아니라 농어업, 관광?휴양산업, 스포츠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가 우리에게 드러나 있고 세부적으로는 특성화된 농수산물 생산, 가공, 유통사업이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며, 남해의 특성을 살린 관광?휴양산업 추진 계획 등 각 분야의 종합적인 계획과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 이 뿐만 아니라 교육, 복지, 문화, 환경 등 지역발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환경 조성도 너무나 절실하다.
조선산단도 이러한 여러 가지 사업들 가운데 하나이지 군민의 소원을 모두 들어주는 ‘알라딘의 마술램프’는 아니다. 조선산단에 대한 대안모색을 하고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것도 매우 필요한 일이지만, 이와 동시에 남해 발전을 위한 종합적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추진하는 움직임도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남해군민의 뜻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 ‘리더십’이다. 어느 한 사람이나 단체가 이 모든 분야를 모두 책임지고 추진할 수는 없으며, 각 영역의 주체들이 자발적인 참여와 역량결집을 이루어 낼 때에야 사회 각 분야의 발전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십은 강압에 의해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각 영역의 책임있는 사람들이 모범을 보이고 포용력을 발휘할 때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남해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갈등들은 그런 포용력을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는 듯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며칠전 정현태 군수가 군내 몇몇 언론인을 모아 놓고 자신의 ‘잡초 제거’ ‘통에 끼인 이끼’ ‘풀뿌리 언론은 없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 우회적으로 유감표명을 하긴 했지만, 이러한 책임자의 발언을 통해 갈라지고 있는 민심을 수습하기에는 미온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참석자들의 반응이었다.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고 분명히 할 줄 아는 통 큰 지도자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필자만의 순진한 생각이라면 남해의 정치와 선거판은 너무 치졸하지 않는가. 그것을 현실이라 말하고 ‘너 같으면 그렇게 하겠느냐’는 식의 반응은 우리 스스로의 정치적, 사회적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이지 않을까.
정 군수가 남해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예를 든 것이지만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비슷한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고는 남해의 발전을 논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남해의 발전을 위해 화합을 말하는 이들은 화합을 위한 실질적 방법이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힘 있는 자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것이 결코 바람직한 화합의 방안이 아니다.
서로를 공격하고 갉아먹기 위한 비난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인 논의의 장을 여는 것은 결국 지도층의 인식과 실천이 중요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남해의 발전은 결국 현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를 설계하는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사회지도층이 우선 포용력을 발휘하고 군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남해군민들은 힘겨운데 자기들끼리만의 자화자찬으로 회색 분칠을 하고 군민들의 고충에 눈 감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에서부터 다시 한번 남해발전의 희망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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