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군청회의실에서 열린 ‘남해조선산업단지 관련 토론회’에서 삼성중공업측은 공식적으로 조선산단 투자계획의 백지화를 통보함으로써 그동안 말로만 오가던 ‘조선산단 무산 우려’가 현실화되었다. 이는 지역발전의 좋은 기회로 큰 기대를 걸었던 군민들에게 실망을 넘어서 분노를 살 만한 일이다.
그동안 조선산단 추진을 위해 군민들은 재산권의 제약까지 감수하면서 적극적인 협조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언론 역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공식적인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조선산단 추진에 역작용이 생길만한 보도를 스스로 자제할 만큼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정치인들의 정략적 ‘쇼’에 놀아난 것이 아니냐는 분노어린 말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물론 삼성중공업이 남해군에 일방적인 포기 선언을 한 것은 남해군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만한 일이 분명하고, 그동안의 피해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동안 입만 열면 크루저 등 미래형 조선소를 건설할 것이라고 외치던 정현태 군수와 남해군은 과연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없으며, 앞으로의 대책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사실 정 군수가 주창한 미래형 조선소는 조선산단(주) 측의 계획이나, 삼성중공업 측의 당초 투자계획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신만의 바램이었다. 백송의 박정삼 회장은 평소 ‘미래형 조선소 건설 주장은 조선업계와 사업주체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주장해왔다. 또한 삼성측의 투자계획도 2008년까지 수주된 조선물량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기대에서 만들어진 것이지 새로운 분야의 진출을 위해 세운 계획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요트와 크루저선을 만드는 조선소가 들어설 것처럼 홍보를 해 온 점은 스스로 반성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조선산단 백지화는 오래 전부터 지역사회에 널리 퍼져 있던 말이었으며, 이미 충분히 감을 잡고도 남을 만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막상 삼성 측이 공개된 자리에서 발표할 때까지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기만 했다는 것이 이번 토론회 자리에서도 나타났다.
삼성측이 투자를 포기한 이유는 단 하나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논리상 남해 조선산단 사업추진이 득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란 사실을 망각한 채 도덕적 책임만 따지고 있어봐야 의미가 없다. 실질적인 대안이 중요하다.
남해군은 ‘조선산단은 물 건너 갔다’고 회자된 지가 일년이 넘도록 삼성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변명은 군민들을 더 화나게 만드는 일이다. 변명에만 급급하지 말고 책임자들의 자기 반성과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눈에 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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