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컬럼

남해신문 발행 1000호를 맞았다. 남해의 지방자치 역사와 궤를 같이 해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내딛어 온 발걸음이 마침내 일천번째를 맞은 것이다.
본지는 일천번의 걸음을 걷는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늘 곧은 붓, 맑은 정신으로 남해지역을 밝히는 횃불이 되고자하는 창간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새로운 경영진이 출범한 2008년에는 ‘화합, 평등, 감시, 대안, 공익의 메신저’라는 다섯가지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창간 이후 군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지방자치의 발전을 위해 한 발 앞서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 지역의 대표언론으로 자리잡아 왔다. 또한 행정이나 시민단체가 소홀할 수 있는 문화, 복지, 교육 분야의 사업을 솔선하여 추진함으로써 지역사회 발전에 실천적 활동을 해온 점도 자부심의 하나이다.
그러나 적은 인력으로 다양한 정보를 다룰 뿐만 아니라 정보를 어떻게 수집, 가공하고 표현하는가에 따라 결과에 많은 차이가 나는 일을 하다보니 외로운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숱하게 있기 마련이다. 미담 사례를 보도하고도 욕을 먹는 경우가 있으니 비판의 상대가 있는 경우에는 오죽하겠는가.
특히 각종 인맥으로 얽혀있고 익명성이 거의 보장되지 않는 지역사회의 특성 속에서는 기자, 언론인이라는 직업이 그리 오래 할 일이 못된다는 푸념도 있다. 물론 언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보도하는 일이지만, 언론의 여론 형성력보다 더 강력한 인간관계와 각종 단체, 조직의 힘이 지배하는 지역사회에서 바른 언론으로 살아남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돌이켜 보면 매번 신문을 발행할 때마다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언론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외로운 선택을 하고 있는 기자들은 참으로 힘겨운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 무거운 발걸음이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작은 밑거름이 되었다는 자부심이 다시 한번 새로운 발걸음을 위한 신발끈을 조여매도록 한다.
최근 남해신문이 지방선거 보도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본지 보도의 중심은 선거과정에서 드러났던 각종 문제와 의혹들에 대해 검증이 필요한 부분들을 알린 것이고 검경의 수사로까지 이어져 일부는 사법처리까지 받았다. 지역언론의 한계 때문에 모든 사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잘못된 선거풍토의 일부가 드러났고 관련자들이 구속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는데도 관련자들의 자기 반성은 커녕 이를 보도한 본지에 대한 각종 흑색선전과 비방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일부에서는 선거가 끝났으면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데 갈등을 부추긴다는 식의 여론을 조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과정에 대한 타당한 문제제기나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자 하는 쪽에 언론의 한쪽 면을 열어주는 것에 대해서도 질타하는 것은 오히려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다.
논란이 될 수 있고 피곤할 수도 있지만 지역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찾는 것이 언론의 역할일 것이다. ‘모든 일이 끝났으니 덮어버리고 화합을 하자’고 해서 화합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과정을 생략하고 어떻게 결론을 얻을 수 있겠는가.
본지는 그런 취지에서 군민 대화합을 위한 허심탄회한 토론을 제안해 보았지만 이도 거절당했다. 다시 한번 피력하자면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관계된 사람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한 평가와 반성을 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을 군민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만들고 여기서 나온 나름의 결론을 가지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도 합당하다는 것이다.
본지의 진정어린 의견과 제안이 어느 한 편의 조직력에 기반을 둔 매도 속에 묻혀 버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선거보도를 예로 들었지만 본지의 제안은 모든 영역을 망라한 것이다.
일천 걸음을 걸어 온 남해신문이 다시 한 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가기 위한 걸음을 준비하고자 한다. 본지는 그 속에서 비록 외로운 고민을 하는 일도 있겠지만 지역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희생할 각오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가급적 많은 사람과 함께 토론하고 손 맞잡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본지의 입장이 모두의 가슴에 전달되기를 바란다. 다시 한 걸음을 준비하는 본지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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