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선 3번국도 인근 노점에서 류승두 씨가 참외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사진에 주인 얼굴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 그는 극구 사진을 찍지 않으려 했다. 허리를 숙인 이는 이 참외를 파는 아르바이트 아줌마다.

일단, 창선면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와 소나무 등 주위의 푸른색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노란 참외’를 그야말로 ‘산처럼’ 쌓아놓고 파는 이 노점. 단연 눈에 띈다. 참외 주인은 류승두 씨(48)다. 누군지 궁금했다.

“지리산 피아골에도 이런 장사를 한다”고 한 그다. ‘참외를 전문’으로 파는 그는 국내산만 목표로 사과 곶감 등 4가지 품목을 계절에 따라 판매한다.

“지난해 갑작스런 추위로 잔뜩 사 둔 단감이 모두 얼어버려 손해를 회복하기 위해 오렌지를 팔았다. 지금도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오렌지를 판 것 때매 나는 ‘죄책감’을 느낀다”는 사람이었다. “오렌지 수 십 박스를 남해군에 기증하기도 했다”는데 “말하지 말아 달라”는 말을 그냥 쓴다. 그는 “근근이 먹고 살 정도”라고 말한다.

“여름에 한 열흘만 비가 오면 난 망한다.” 심각하게 말하는 류 씨가 누누이 강조했던 것은 ‘생물장사의 어려움’이었다. “3일만 비가 오면 참외는 왕창 다 상해버린다. 새벽 2~3시까지 일일이 상한 것을 골라내는 작업 때문에 몇 시간 자지도 못한다” 류 씨는 피곤에 저려 있는 듯했다. 눈이 퀭했다.

“가져간 참외 ‘두 개가 상했다’고 하면 묻지도 말하지도 않고 4개를 준다. 속상해 하지 않고 다시 오는 것만으로도 내겐 고마운 분들이다.”

류 씨는 “이런 장사를 하기까지 10년을 고생했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시봉을 하다 그만두고, 변호사 사무장으로 있다가 ‘사람할 일 아니다’ 싶어, 용달부터 시작해 피눈물 나게 일했다.”
그가 말한 피눈물 나는 과거도 들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이 제 아무리 펄떡펄떡 뛰어봐야 제자리...”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지극히 종교적 관점이다.

“이런 전을 몇 곳에 펼쳐 사람을 구해 맡겨놓았더니 돈을 들고 튀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별일 다 있었다. 인연이 다되니까 그런 거다. 형사처분을 할 수 있지만 그 돈 가지고 부자 되면 내 생각할 거고......” “사람이 제 아무리 펄떡펄떡 뛰어봐야 제자리다. 인연이 다 되면 그리 된다.”

“생물장사는 1박스 마진폭이 50%라고 했을 때 이 1박스를 하루에 다 팔면 25%가 마진이 된다. 다 팔지 못하면 마진은 쭉쭉 떨어진다.”

“어머니가 치매셨다. 만약 돈을 벌면 치매 노인을 위해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에게서 산 1만원 1봉지의 작은 참외는 소문대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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