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태 군수는 누구나 알고 있기를 개혁을 자처하는 인물이다. 또한 그를 도와 선거운동을 하거나 지지를 하는 사람들 역시 젊은 패기나 개혁성 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정현태 후보의 행보는 개혁이나 도덕성과는 거리가 느껴지는 것은 본지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세간에 나도는 이야기 중에 ‘대한민국에는 자기 돈 주고 샀지만 사유재산임을 주장할 수 없는 세 가지 물건이 있다’고 한다. 바로 ‘담배, 일회용 라이터, 모나미볼펜’이다. 한국사람의 정서상 나이드신 어른만 아니면 아무에게나 담배 한가치 달라할 수 있고, 일회용 라이터와 모나미볼펜은 쓰다가 집어가도 뭐라 하지 못하는 풍조를 우스개 소리에 담은 것이다.
옛 선현들과 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현대인들은 책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가 그 책을 가져가서 마음의 양식을 쌓고 성장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회용 라이터든 책이든 가져가는 사람이 꼭 지켜야 할 예의는 있는 법이다.
그것은 원래 소유자에게 ‘빌려주십시오’ ‘제가 가져가겠습니다’라는 말 정도는 해야 된다는 것이다. 결국 갚지 못하더라도 도둑놈 취급을 받지 않는게 한국사람의 정서다.
정현태 군수는 지난해 6월 남해수능시험장유치운동을 벌이자는 몇몇 기관단체장의 의기투합에 힘입은 본지 발행인의 지원 요청을 보기좋게 거절한 바 있다. 도교육청에서 사천지역에 수능시험장 설치를 위한 실사를 하는 하루 전날, 이 날을 넘겨버리면 수능시험장 남해유치의 꿈이 영원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발행인은 군내 기관단체장들에게 긴급한 타전을 하여 군청회의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하던 참이었다.
본지 발행인은 직원들과 함께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군의회 의장, 이장단장을 비롯한 사회지도급 인사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상황의 다급함을 알리고 지원과 집결을 호소했다. 전화를 받은 모든 사람이 예외없이 수고한다는 말과 함께 참가와 지원을 약속했으나 정현태 군수만은 예외였다.
당시 정 군수는 기관단체장들을 다급히 초빙하는 어려운 입장이기 때문에 군청에서 참가요청 전화를 해주면 고맙겠다는 본지 발행인의 요청에 단도직입적으로 “나도 그 일은 잘 아는데 올해 안에는 절대로 수능시험장 설치는 안되는 거다. 그리고 내가 기관단체의 상급기관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전화를 할 수 있겠느냐”며 거절했다.
다음 날 정 군수의 협조없이 군청 회의실에 기관단체장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본지 발행인의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리고 수능시험장유치범군민추진위원회 결성, 향후 일정 논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회의중에 발행인에게 날아든 쪽지에는 ‘군수님, 도교육감과 면담약속 잡았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정 군수가 도교육감을 만나러가는 손에는 본지 발행인이 밤새 작성하여 군 홍보팀장에게 제공한 ‘남해수능시험장 유치 필요성’ 자료가 들려 있었다. 올해 안에는 절대 유치할 수 없다던 정 군수의 손에.
그 이후 추진위원회는 보름만에 2만명의 유치서명을 받아내고 군청 앞 집회를 주도함과 동시에 수차례에 걸친 도교육청과의 협상, 대언론 작업을 통한 경남지역 여론의 반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3개월만에 남해수능시험장 2곳(창선고, 남해고) 유치를 확정지었다.
추진위원회가 이처럼 숱한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정 군수는 군청 홈페이지 ‘군정일기’란에 ‘남해 수능시험장 이번에는 반드시 유치합시다’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정확히 12년전 남해신문사 편집국장일 때 처음으로 문제제기를 했다’며 자신의 치적으로 과시하기 시작했다.
같은 내용의 글은 남해군이 발행하는 보물섬 소식지 여름호에 12년전 자신이 보도한 신문의 사진과 함께 실리고, 얼마전 자신이 집필한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란 책에도 실렸다. 올해 초 각 읍면을 돌며 실시한 ‘군민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수능시험장 치적을 과시하고 출마기자회견문에서도 ‘10년 숙원사업이던 수능시험장을 유치’했다고 자랑했다.
19세기 프랑스 공상과학소설가 쥘베른은 ‘해저2만리’란 소설에서 잠수함을 등장시켰고 ‘지구에서 달까지’란 소설에선 달나라에 가는 우주선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19세기 소설가인 쥘베른이 잠수함과 우주선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수능시험장 유치를 위해 혼자 고군분투하던 주부, 남해교육연대, 남해여성정책포럼 등 실제로 활동을 벌이기라도 했던 군민들과 단체들은 그의 머릿속에는 없는 듯 하다. 지역의 수장이니 성과를 가져가는데 큰 불만은 없다. 하지만 기본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정말 많은 군민들의 노력으로 성과를 거둔 추진위의 해단식을 준비하던 발행인은 “권정호 교육감에게 감사패와 꽃다발을 주고, 축제같은 분위기로 멋있게 마무리하자”는 정 군수에게 해단식을 할 수 있는 예산 지원을 다시한번 요청했다.
그리고 발행인은 며칠뒤 민망한 얼굴로 학교운영위원협의회를 찾아가 얼마씩 거출하여 얻어온 약간의 기금으로 해단식을 치르고 참가한 지역의 어른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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