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천 문의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화사하게 핀 벚꽃이 반긴다.

다른 벚꽃나무들은 이른 봄기운에 아직은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 ‘성미 급한’ 몇 나무들은 오는 봄을 미리 마중 나온 듯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렸다.

아직은 더 많은 나무에 ‘꽃봉오리’가 달려있다. 정현종 시인의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이란 시가 생각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때 그 사람이 /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더 열심히 파고들고 / 더 열심히 말을 걸고 /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 더 열심히 사랑할 걸… (중략) 더 열심히 그 순간을 / 사랑할 것을… / 모든 순간이 다아 / 꽃봉오리인 것을 /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 꽃봉오리인 것을!’

‘더 열심히’란 그 시구(詩句)가 가슴에 박힌다. 이제 곧 있으면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다들 ‘열심히’란 각오를 다지겠지만 벚꽃이 만개할 즈음이면 ‘더 열심히’로 바뀌며 후회하는 이도, 더 큰 각오를 다지는 이도 있으리라. 아직은 활짝 핀 꽃보다 ‘꽃봉오리’가 많은 요즘, 그 봉오리들이 다 꽃을 틔울 즈음이면 ‘꽃보다 사람이 아름답기를, 꽃내음보다 더 향기로운 사람 내음’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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