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안타깝다. 그 많던 군내 초등학교들이 모두 통폐합되는 과정 속에서도 농촌의 마지막 자존심처럼 살아남았던 두 분교가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존폐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난령분교는 오는 8월 폐교 결정을 앞두고 있고, 덕신분교는 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복식수업을 재개해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복식수업의 시작은 폐교로 이어질 가능성을 짙게 내포하고 있다.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문제를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밋밋하게 바라봐 왔다. 최근 10년 간 정부정책에 의해 작은 학교들이 급격하게 사라져 갈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는 식으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우리는 작은 학교 울타리를 슬슬 벗어나려고만 했지 작은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뚝심을 가지고 실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문제를 더 이상 단순하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눈앞의 현실을 방치하는 것은 우리에게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최후의 경고장을 받아들이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자책할 필요는 없다. 농촌이 이토록 처참하게 쓰러지도록 이끈 것은 농촌에서 값싼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자본의 이해만을 반영한 국가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는 통합학교에는 최고 10억원까지 지원하는 대신 작은 학교로 계속 남는 학교에는 '지원을 중단하겠다', '통폐합실적이 부진한 시도교육청에는 배분하는 지원금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들이밀지 않았던가? 그것도 경제부처가 아닌 교육부가 앞장서 정책이었는데 뭘 더 말하겠는가? 이런 식으로 국가가 농촌을 죽여온 것이 지난 30년 한국의 역사였다. 오늘 남해의 모습은 국가정책이 짓밟은 결과이다.

군내 학교는 대부분 주민들이 손으로 지은 학교이며, 지역공동체를 묶어주는 둘도 없는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작은 학교가 사라진 지역사회는 구심점을 잃어버린 팽이와 같이 쓰러지고 있다. 몇 년 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간 작은 학교와 함께 가장 순수하고 인간적인 교육환경도 사라지고 말았다. 도시는 과밀학급으로 골치를 앓고 농촌은 아이들이 없어 사라지는 모순을 국가는 방치하고 있다.

교육의 소외가 사람들을 농촌에서 떠나게 한 큰 요인이다. 그러므로 교육문제를 푸는 것은 중첩된 농촌문제를 푸는 하나의 열쇠일 수도 있다. 농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문제 때문에 부모들이 농촌을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부가 학생수 100명 정도의 작은 농촌 초·중·고등학교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도시에서도 부러워 할만한 작지만 알차고 매력적인 교육환경을 만들고 교사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준다고 해보자. '돌아오는 농촌'을 만드는 일은 거기서부터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그 어떤 투자보다 효과가 클 것이다.

우리 농촌 사람들도 좀 더 소신을 갖자. 자연 속에서 순박하고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들이 도시의 아파트 숲 속에서 자란 아이들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우선 마지막 남은 난령분교와 덕신분교 두 학교만이라도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살려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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