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5위를 달성한 우리로서는 감동으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우리만큼 즐거웠던 나라는 역시 종합 우승을 한 캐나다일 것이다. 특히 주최국이었기 때문에 그 기쁨은 몇 배에 달할 것이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불안과 걱정 속으로 빠져드는 사람들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번 동계 올림픽의 개최도시인 캐나다 벤쿠버의 58만 명이나 되는 시민들이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고 의아해 할 것이다. 올림픽 개최로 인해 도시 이미지가 개선되고 관광객도 몰려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지으면서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 유치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논리이다. 이론상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미국의 저명한 시사 주간지인 뉴욕타임스(NYT)는 벤쿠버시가 이번 동계 올림픽 개최로 인해 최대 10억 달러(1조 2천억 원)라는 빚 방석 위에 앉게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종 시설 건립에 예상을 훨씬 웃도는 돈이 투입된 반면 불경기와 금융위기로 인해 후원을 약속했던 기업들 사정이 악화되어 예산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결국 빚으로 올림픽을 마감하게 되었다. 동계 올림픽 개최라는 영광의 태양이 지고 난 뒤 벤쿠버 시민들에게는 ‘세금인상’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만 남게 된 꼴이다.

사실 이런 대규모 국제행사를 마치고 빚을 진 사례는 많이 있다. 양정모 선수가 레슬링에서 금메달을 땄던 1976년의 몬트리올 올림픽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최지 몬트리올은 부채 청산을 위해 무려 30년이나 걸렸다. 경제 효과를 거두기보다는 오히려 개최지역 주민의 세금만 키우는 꼴이 된 것이다. 약(藥)인 줄 알고 먹었던 것이 독(毒)이 되어 돌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가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돈 버는 잔치인 줄 알고 함부로 판을 벌였다가 빚잔치를 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올 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후보자들이 지역개발 공약을 내세울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여러 후보자가 내세우는 공약이 빈(空) 공약인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적으로 이득을 가져오는지 손실을 끼치는지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최근 한국 언론에 자주 거론되고 있는 사례를 한번 보자.

경제자유구역(FEZ : Free Economic Zone)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자본을 유치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에서 국가가 지정해 운영한다. 하지만 당초 의도했던 취지와는 반대로 외자유치 실적이 거의 전무하고 땅값만 올려놓았다. 결국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전혀 이득을 가져오지 못하고 오히려 부동산투기세력에게만 좋은 일 시켜준 꼴이 되고 있다. 지정된 구역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아파트 건설 등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하니 세금을 낸 국민의 입장에서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이 ‘계획’과 ‘운영’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

철저하고 냉정한 계획에 입각한 사업 추진이 아니라 화려하지만 막연한 장밋빛 기대감 속에서 진행되면 남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설령 계획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운영에 있어서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면 손실이 나고 그 부담을 주민이 지게 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우리 남해에 있어서 생사의 향방을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인구 구성과 산업 구조가 극히 취약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보물섬’ 남해는 침몰해 갈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중요하다. 우선 당선부터 해 놓고 보자는 식의 빈(空) 공약을 내세워서도 안 되지만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장미빛 포장을 해서 내세우는 독(毒) 공약도 절대 안 된다.

우리 남해에 주어진 시간과 예산은 그렇게 많지 않다. 유권자들 역시 부풀려진 공약에 현혹되지 말고 보다 계산적으로 후보자의 공약을 검증해 주기를 희망한다. 특히 남해신문과 같은 지역 밀착형의 언론이 유권자들과 함께 철저한 검증에 나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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