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스쳐가면서 TV의 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이런 장면이었다.
한 개그맨이 이렇게 크게 외친다.
“ 모든 대학을 서울대로 고칩시다!”
“ 하, 하, 하.”
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으나 한국의 대학을 모두 서울대로 바꾸면 입시지옥이니 사교육 문제니 하는 것이 몽땅 풀릴 것이 아닌가? 하는 내용인 모양이었다.
필자가 지금까지 몇 편을 이어 쓴 ‘서울대를 없애자.’란 시론들도 어쩌면 이런 개그의 한 소재에 불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러면 또 어떠랴? 원래 개그란 것은 그 시대상을 풍자하는 촌철살인이기도 한 것을.  

 우리 동네의 한 지인이,
“‘당신이 세종시에 서울대학교 분교가 들어 갈 것처럼 글을 적어 놓았던데, 이번 세종시 수정안에는 빠졌던데요.”
라며 놀렸다. 엉터리 같은 말을 신문에 늘어놓았다는 지청구 일 것이다. 그 놀림에 필자는 이렇게 반박해 주었다.
 “그래요? 얼마 전 보도를 보니 총리가 ‘서울대는 원래 이런 결정을 하는 과정이 더디다. 조만간에 세종시에 들어간다고 발표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하더라. 다른 이도 아니고 서울대 총장을 지낸 사람이 그렇게 믿고 이야기 할 정도라면, 시골 범부로서 그렇게 짐작한 것도 그렇게 틀린 것은 아니지 않소?” 
  서울대는 그렇게 바쁠 것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호조건을 내 건다고 허겁지급 세종시에 입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여유작작하다는 것이다. 과연 서울대이다. 대한민국에서 서울대가 지닌 위치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앙정부가 세종시를 수정하면서 애걸하다시피 서울대 분교를 유치하려고 애를 써는 이유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연재를 하면서까지 계속 이야기 한 것이다. 이런 이름가치가 높은 서울대를 왜 서울 관악에 있는 캠퍼스로만 국한 시킬 것인가 말이다. 전국 각처에 있는 국공립 대학 캠퍼스로 흩어 놓으면 각 지역의 브랜드 가치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것이다. 남해에도 서울대가 있고, 진주에도, 순천에도 있어도 좋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공립대학들을 모두 합해 서울대와 통합 개편하여 서울대로 만들면(물론 현재의 서울대 관악캠퍼스는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적 난제 중의 난제인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 했기에 이 자리에서 중언부언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토의 재개발이라는 것이 강을 파고 산을 옮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옮겨가야 되는 것이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것은 더더욱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잘 지은 집이라도 사람이 살지 않으면 폐가가 되지 않던가? 또 엄청나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허허벌판에 도시도 단숨에 새로 건설하지 않는가?
 이미 밀양대와 통합을 한 부산대가 요즈음에 창원대와 통합한다고 연일 보도에 나오고, 경상대와 순천대도 통합 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나선다. 지방 국립대들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다. 통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뭉치려고 하는 것이다. 밀양대와 부산대가 통합을 했다면 부산대와 서울대가 합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전에도 말 했듯이 농어촌 점수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들이 입학 당시에는 분명히 학력이 떨어지지만 2년이 지나면 오히려 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연구 논문도 있다. 고등학교 과정까지 웬만큼 준비 된 학생들은 대학에서 얼마든지 학문을 도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괜히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면서 입시 공부에 골병들이고 학부모들 등골 빠지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이 있냐? 사교육 시장만 거대하게 만들어 엉뚱하게 입시학원들을 기간산업(?)화 한 것 말고. 이렇게 점수에 목매다는 세태가 되니 작금에 터져 나와서 국제적인 망신이 된 SAT부정 사건은 당연한 일이다. 나라 체면이 어떻게 될 것이며 이런 처지에 어떻게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 질 것인가!
 
 국공립 캠퍼스를 통합하여 통칭 서울대로 해서 입학의 문을 느슨하게 한다고 해도 대학의 질이 낮아 지지 않는다. 오히려 입시 전에 골병이 들어서 대학에 입학하는 것 보다 심신이 싱싱한 상태로 들어가서 학문에 매진하는 것이 대학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의 실질적 교육목표는 대학입시를 향해 있고, 대학은 서열화 되어 있다. 목표 자체가 왜곡되어 있는데 아무리 좋은 소리를 해도 결국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현재의 서울대를 이대로 두는 한은 공교육 정상화라든지, 대학교육의 향상 따위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국립대 통폐합에는 짭짤한 보너스가 있다. 대한민국에는 지방색이란 고질병이 있지 않는가? 이것을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전공을 찾아 전국각처의 학생들이 옮겨가서4-6년을 살게 될 것이다. 빛나는 젊음의 한 때를 보낸 지역에 대한 애착이 어떻게 생기지 않을 것인가? 영, 호남이 섞일 것이고 수도권 아이들이 지방에서 청춘의 열정을 태울 것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지역감정이 희석될 것이다. 이 또한 국민 화합에 큰 도움이 될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통합 국공립 캠퍼스에는 기숙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 이것도 별 어려움이 없다.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들을 정부가 매입하던지 장기 임대하면 된다. 부도 위기에 처한 숱한 건설사들을 살리는 길도 될 것이다. 혹 그런 아파트들이 없어도 정부 보증으로 기숙사를 지으면 된다. 이렇게 소요되는 비용은 이자율 0%로 해서 학생들이 소득을 가지게 되면 
환수하면 되는 것이다. 금년에 시작하려는 등록금 후불제 같은 것을 좀 더 넓게 보면 된다.

  어쩌면 개그의 소재에 불과할 지도 모를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해 왔다. 이 분야의 전공 연구자도 아니면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솥아 놓은 것 같아서 한 편으론 민망하다.
“서울대를 없애자‘고 한다고 해서 서울대에 대해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적으론 정황이 그 반대일 수 있다. 동생 둘이 서울대를 졸업했고, 그 중의 한 명은 현재도 서울대 교수로 서울대에서 밥을 벌어먹고 있다. 굳이 말한다면 현재의 서울대를 없앤다고 해서 덕 볼 일은 없는 셈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지름길이 이 방법이라고 생각했기에 거칠게나마 말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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