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장 상인이 웁니다. 노인은 남해시장에서 ‘씨앗’을 팝니다. 상호는 서면상회입니다. 작은 점포를 가진 김석주 사장(71)은 생빚 7000만원을 주고 점포를 샀고 지금 2000만원이 남았답니다.

노인은 배추, 무, 등등의 온갖 씨앗을 팝니다. 당귀 인삼 대추 등 약재도 팝니다. 씨앗은 생명이겠고 약재는 생명력 아니겠습니까.

씨앗은 500원치도 팔고 1000원치도 팔고 “손님이 달라는대로 준다”고 했습니다.
“하도 없이 살았기 때문에 필요없는 것을 뭉텅이 씩 팔 순 없다”고 합니다. 썩혀 버릴 양을 파는 것은 양심을 속이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3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답니다. 밥을 먹기도 어려웠던 집안 형편, 13세에 남의 집 ‘고용살이’를 갔다고 했습니다. 한 집에서 3년, 또 한 집에서 3년, 또 3년, 3명의 집주인을 거친 그 세월이 9년이었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숟가락 하나라도 덜어줘야한다”고 생각했답니다.

9년을 그리 살면서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고 생각했다네요. 22세 때였지요. 목선을 만드는 도목수의 아래에서 또 3년을 배웠답니다. 3년 일을 배우니 “연장 한 다불을 장만해 줬다”고 했습니다. 27세에 결혼을 하고 같은 해 징집됐습니다. 휴가를 나오면 배 목수일을 하거나 나무를 해 팔아 기어이 아내에게 돈을 전하고 복귀를 했답니다.

고향인 남해 서면 유포마을에서 과수원을 하다 광양에 비료공장이 생기면서 공해로 과수원을 망쳐버렸답니다. 남해시장에서 염소나 고양이를 파는 가축 장사도 했답니다.
2남2녀를 뒀는데 먹고 살 일이 막막한 시절이었을 겁니다.

“친구가 마련해 준 돈사가 있어” 7년간 돼지 사육을 했답니다. 얼마나 일에 몰두 했는지 그 세월이 지독했답니다. 아내와는 생이별이었고 아이 교육 때문에 더는 못할 것 같았답니다.

칠순이 되었습니다. ‘잘 키워줘 고맙다’며 자녀들이 500만원을 줬다고 했습니다. 해외여행 가시라고요. 돈을 받았지만 “쓸 수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노인은 ‘잘 키워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다 북받쳐 울었고 ‘돈을 쓸 수가 없었다’고 말할 때도 울었습니다.

“너무 너무 고생해서 살아왔기 때문에 절대로 1원이라도, 남의 것을 원하지 않고 내 자식들도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말할 때, 노인은 또 울었습니다.

노인은 이 돈을 “나를 도와준 남해군민을 위해서”라며 남해 10개 마을에 50만원씩 500만원 전액을 기부합니다. ‘노인들 관광 가실 때 쓰시라’고 했답니다.

소원이 있답니다. “80이 되면 그땐 50만원이 아니라 꼭 100만원을 사회에 ‘희사’하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인은 남해시장에서 ‘씨앗’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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