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만남이었다. ‘가자! 2002월드컵 생원골축구회 제5기 어린이축구교실’이 열렸던 1996년, 당시 남해를 찾았던 차범근 감독. 그 때 만남 이후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다시 반 쯤 변해가고 있을 즈음 가진 ‘재회’였다. 차범근 감독을 수원삼성 전훈 보금자리인 남해스포츠파크호텔에서 만났다. 남해신문에서만 물어볼 수 있는 질문으로 이어간 그와의 ‘아주 특별한 대화’를 담아봤다.<편집자주>

▲ 감독 부임 후 첫 해를 빼고 매년 남해에서 동계 전지훈련을 갖고 있는 수원 삼성이다. 이 정도면 단골손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장 잘 알기에 가장 정확한 평가를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단골손님이 평한 ‘단골집 남해’, 그 평가가 궁금하다

= 매년 바람 때문에 맘고생을 하지만(웃음), 타 지역에 비해 좋은 조건과 그만큼의 훈련성과가 있기 때문에 만족한다. 특히 좋은 잔디구장을 이용할 수 있는 점, 남해군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우리 팀으로써도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소년 선수에서부터 청소년대표, 올림픽국가대표팀, 프로구단과 대학팀들이 남해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다른 지역보다 남해가 가진 훈련 효율성이나 조건이 좋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겠나.

▲ 호평인데…. 반면 보완할 점도 있을 것 같다.

= 좋은 환경임에도 전훈규모에 따라 1면의 구장으로 버거울 때가 있다. 우리 팀의 경우에도 보조구장 하나 정도 더 이용할 수 있다면 좋을 듯 한데…. 감독을 맡고 6년째 오지만 항상 같은 조건, 숙박이나 부대시설에 변화가 없어 생기는 지루함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지도자들은 훈련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구장시설이나 환경 등을 항상 먼저 고려하지만 갈수록 지도자들도 훈련 프로그램에 선수들을 맞추는 게 아니라 선수들의 훈련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스트레스 조절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추세다.

선수들이 전지훈련 기간동안 훈련시간에는 개인훈련이나 연습경기에 주력하고 휴식할 때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쉬고 싶어 하는 심정이 크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편의·부대·위락시설 등이 함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할 듯 하다.

▲지난해 FA컵 우승으로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긴 했지만 08년 리그 더블우승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뒤라 작년 시즌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다. 남해에서의 전지훈련 올 시즌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하는 시간일텐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 작년은 이래 저래 어려운 한 해였다. 선수들의 공백도 있었고 팀 운영에도 어려운 점들이 많았다. 올해는 강민수, 외국인 3인방(호세 모따, 주닝요, 헤이날도)을 포함해 일부 포지션을 맡아 줄 선수보강도 있었고 그런 차원에서 위건에 가 있던 조원희도 데려왔다. 가장 먼저 AFC챔피언스리그 준비부터 천천히 해 나가면서 K-리그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보려한다. 특히 AFC챔피언스리그의 경우 팀의 명예를 떠나 아시아를 넘어 세계 클럽대회로 진출한다면 한국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올해 팀 화합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 단연 최고의 축구이슈는 2010 남아공월드컵이다. 98년에는 월드컵 대표팀의 수장으로 직접 월드컵 무대를 밟았고 지난 독일월드컵에는 그라운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월드컵을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차 감독에게 월드컵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물론이다. 대표팀의 준비야 허정무 감독이 잘 하고 있을 것이고, 축구인, 축구팬, 그리고 국민들은 대표팀에게 뜨거운 응원과 격려를 보내 축구붐을 조성하는데 마음을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월드컵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스포츠이벤트다. 한국축구의 위상과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국가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우리는 2002년 전국민적인 열망을 모은 경험이 있다. 월드컵은 국민을 다시 하나로 모으고 단합하게 하는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요즘과 같이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이 생겨 국민의 마음이 나눠져 있는 현실에서 월드컵은 단합을 이끌어 내는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실제 그런 역할을 우리 ‘축구’가 해 주길 바란다.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한국축구의 역할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기대한다.

▲‘차범근축구교실’, 우리나라 유소년 축구클럽의 효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최근까지도 유소년 축구에 대한 지원과 시상까지 활발하게 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유소년 축구, 어떤 것인가

= 유소년 축구의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축구교실을 열고 선진축구를 어린 선수들에게 전달해 한국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단 생각으로 시작했던게 벌써 22년전의 일이다. 한 마디로 ‘유소년 축구 = 한국축구의 희망’이다. 좋은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 진다. 조기 육성이 안 되면 나중에도 경기력이나 적응력에서 월등한 격차가 생긴다. 5~6살 유치원 아이들부터 축구를 즐기면서 대중화를 이끌어 내고 이런 저변이 축구의 활성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또한 좋은 지도자를 양성하고 곳곳에서 축구를 가르칠 수 있게 하는 것,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통해 좋은 선수들이 길러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인재양성의 텃밭’을 만드는 것이 바로 유소년 축구 육성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성인축구에서 전국에 많이 생긴 좋은 시설들이 한국축구의 질적향상을 가져온 거름 역할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시설 투자 못지 않게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유소년 축구 꿈나무를 키우는 일은 나 개인이 어느 팀의 감독이 아니더라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평생 가져가야 할 ‘사명’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경기 연천 지역에 현재 5만 6000여평 정도의 부지를 확보해 유소년축구캠프를 설립할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 남해에도 유소년 축구 육성의 움직임이 있는데, 조언이 있다면

= 조기에 인재를 발굴하고 유소년 축구의 탄탄한 토양에서 엘리트 선수로의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남해의 좋은 시설과 유소년 축구 육성에 대한 열정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전국의 좋은 시설이 한국축구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 남해의 좋은 시설을 활용해 정말 좋은 유소년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텃밭’이 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군민들에게

= 매년 전훈을 내려올 때마다 주일에 남해읍교회에서 팀 선수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그 때마다 우리 팀을 위해 기도해 주고 격려해 주는 남해 군민들과 교회 신도분들게 고맙고 감사하다. 매번 예배만 보고 빠져나오는게 미안해서 올해는 공이나 유니폼이라도 전해드리고 감사함을 표하고 그분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볼까 한다. 또 밖에서도 우리 팀을 반갑게 맞아주시고 애정을 가져주시는 모든 남해 군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덧붙여 좋은 스포츠시설을 활용해 유소년 축구,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군민들의 축구사랑이 더욱 커지는 한 해 되시고 수원삼성 축구팀에 대한 사랑과 격려, 응원을 부탁드린다. 모든 군민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인터뷰 내내 차 감독의 답변에는 ‘한국축구’란 말이 붙었다. ‘한국축구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의 ‘축구에 대한 달변’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약속된 시간보다 훨씬 오래, 귀한 훈련시간을 선뜻 내어준 차범근 감독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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