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진보정당 진출 막는 야합” 주장

네티즌에 재갈물리기 인터넷 실명제 도입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 정치개혁안에 대해 여론의 호평을 받으며 합의를 이끌어냈던 국회 정개특위가 지난 9일 정작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오히려 개악 수준으로 합의를 도출해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개악사례로 지적되는 지역구 확대․비례대표 축소, 인터넷 실명제 도입, 선거연령 20세 유지 등에 대한 합의내용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국회 정개특위가 정치개혁안에 대부분 합의해 이
번 선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은 2004년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대상자 발표장에서
레드카드를 들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정개특위 합의사항은 지역구 의원수는 늘리고 비례대표 의원수는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선거구 인구상하한선에 대한 것이다.


정개특위는 국회의원 정수를 지금과 같이 273명으로 유지하되 지난해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지역구 인구상하한선을 10만5000명~31만5000명을 적용, 지역구 수를 먼저 결정한 뒤 지역구 증가분만큼 비례대표수를 줄이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 합의안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를 획정할 경우 현재 227개인 지역구 수는 최대 10개가 늘어나 237개가 되며, 현재 46명인 비례대표 의원수는 36명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합의안이 알려지자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전농, 여성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례대표 축소는 1인2표에 의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제밥그릇지키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비례대표 축소는 ‘개악’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제를 통한 원내진출이 확실시 되는 민주노동당은 “지역주의 타파와 정책정당 육성 등을 위해 비례대표를 한참 늘려도 모자랄 판에 지금보다 10석이나 줄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치개악이 분명하다”며 “비례대표를 줄여놓고 여성 50% 할당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또 민주노동당은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인 것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출을 막기 위한 보수정당의 동맹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합의안대로 비례대표 의원수가 줄어들 경우 17대 국회는 비례대표 의원수 비율이 의원정수의 13%에 그치게 돼 역대 국회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된다. 모든 정당이 의원들의 의정활동 전문성을 높여 정책정당으로 탈바꿈 할 것이라고 공언하는 가운데 이에 역행하는 비례대표 의원수 축소라는 합의안이 도출됐다. 따라서 이번 합의는 의원들 입장 봐주기식의 정치적 타결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 “진보정당 진출 방해책”


비례대표 축소와 함께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 인터넷 실명제 도입이다. 인터넷 언론과 네티즌들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온라인 민주주의를 죽이려는 폭거’이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제’라고 규정하고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정개특위가 선거기간에 도입하려고 하는 인터넷 실명제란 상위 50개 인터넷 언론사 등에 대해서 네티즌들이 선거와 관련된 의견을 쓸 때 신용정보기관 등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해 실명 확인 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 것이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인터넷 실명제 의무화는 지극히 편의적인 발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유린하는 것”이라며 “일부 문제가 되는 비방글을 줄이기 위해 모든 국민들의 선거관련 의견 개진에 실명인증을 받게 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과도한 인터넷 통제이자 검열”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도 지난 12일 “모든 인터넷언론사는 물론 개인홈페이지까지 재갈을 물리려는 과잉입법이자 반민주적 폭거”라며 “정개특위는 즉각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터넷 재갈 ‘실명제’


정개특위는 선거연령을 현재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안을 논의했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반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도 20세까지만 선거권이 주어지게 돼 올해 고교 졸업생중 상당수는 여전히 투표를 할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20세를 고수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젊은 세대의 선거참여 확대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세계적인 추세대로 선거연령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던 시민단체들과 민주노동당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서에서 “현행대로 20세 이상에게만 선거권을 주겠다는 것은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 확대를 가로막은 것”이라며 “특히 한나라당은 선거연령 인하에 적극적으로 반대함으로써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수구정당임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개특위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던 부재자 투표소 설치기준을 완화하는 사항도 최종적으로는 합의되지 못했다. 선거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선거연령 확대와 부재자 투표소 확대가 무산돼 정치권이 철저하게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세 선거참여 무산


이 밖에도 정개특위 합의안대로라면 이번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기간이 현행 17일에서 14일로 단축된다. 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은 정개특위 합의 지연으로 정치신인들에 대한 사전선거운동 허용의 실효성이 줄어든 마당에 선거기간을 줄이는 것은 불공정경쟁을 심화시키는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번 선거에서는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가 폐지돼 유권자들을 학교 운동장에 모아놓고 운동원들끼리 환호성을 지르던 선거운동의 대표적인 모습이 사라질 전망이다. 또 그동안 선거운동원에게 허용되던 어깨띠 착용도 후보 1인에게만 허용돼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폐지와 함께 유권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는 비례대표 후보의 공보물을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서는 비례대표 후보의 경우 정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지역구 후보와는 다른 독자적인 선거운동이 필요한데 공보물을 폐지하는 것은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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