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면서 독자들께 덕담을 하나 해야겠다.
서울 사람, 시골 사람 따지지 말고 온 나라 국민들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이 자리에서 풀어 놓는다면 그 보다 더 좋은 덕담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오늘의 4편에서는 온 나라 국민들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계책에 대해 말해 보려고 한다. 그것은 역시 ‘서울대를 없애는’데에서부터 시작한다. 
또 처음 읽는 분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필자가 말하는 ‘서울대를 없애자’란 것은 현재의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 모든 대학을 통폐합하여 하나의 커다란 국립대학 군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립, 도립대학, 전문대학에 국립대 제2 캠퍼스까지 합하면 무려 67개 캠퍼스를 국가가 보유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산재한 캠퍼스를 각 영역, 전공 별로 합하고 분화하여 국립대학을 전면 개편하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실 서울대를 없애는 것이 아니고 서울대를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하자는 것이다. 똑 같은 국립대를 서울대니 부산대니 서열을 지어서 고등학생들로 하여금 입학 경쟁을 시켜 사교육을 과열시킬 것이 아니라 입학은 수월하게 하고 졸업은 힘들게 하는 제대로 된 대학 교육을 시키자는 것이고, 이것이 온 국민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인 ‘국토 균형발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먼저 우리나라가 얼마나 형편없이 한 쪽으로 치우쳐 있는가를 살펴보자. 
최근 국토연구원의 세계도시정보의 통계를 보자면 인천, 수원 등을 포함한 서울권역의 인구밀도는 1㎢당 1만6700명으로 30개 OECD 국가의 제 1도시들 가운데 단연 1위이다. 도시의 인구밀도가 높다는 것은 당연히 삶의 질이 그만큼 낮다는 의미이다. 이 인구밀도는 수도권이 아니고 서울특별시만으로 좁혀 계산하면 1만7219명으로 더 높다.
다른 도시와 비교를 해면 더 참담하다. 2위에 오른 멕시코의 멕시코시티(8400명)의 2배에 달하고 미국의 뉴욕(2050명), 호주 시드니(2100명)의 8배,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룩셈부르크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흔히 멕시코보다 우리나라가 더 잘 사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보다 멕시코시티 사람들이 두 배나 더 너르게 살고 있음이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것은 그냥 해도 되고 안 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매우 심각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서울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작가 이호철이 1960년대에 ‘서울은 만원이다!’란 소설을 신문에 연재한 바 있는데 그 때 서울인구가 불과 380만 명이었다. 400만이 안 되는 인구인데도 이미 서울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죽겠다고 비명을 질러 댔다는 것이다. 이제는 서울시에만 인구가 무려 1,000만이 훌쩍 넘어섰고 서울을 넘나드는 사람들은 1,500만 명에 이른다. 이제는 ‘서울은 만원이다.’가 아니라 ‘서울은 폭발 직전이다!’

우리나라는 서울공화국도 아니고 도시 국가도 아니다. 국토의 균형발전에 관해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행정도시 이전이나 혁신 도시 건설 같은 과제를 결정한 것이 아닌가? 골고루 균형 발전을 이루려면 당연히 ‘사람’이 움직여야 한다.
왜 서울에, 수도권에만 사람이 몰려드는가? 꿀이라도 붙어 있는가? 그렇다 당연히 꿀이 있으니까 벌이 붙는 것이다. 수도권에 꿀이 너무 많이 있는 것이다. 이 ‘꿀통’들을 밖으로 옮기면 당연히 벌은 따라 간다. 수도권 밖으로 ‘꿀’을 옮기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 하는 ‘꿀’이 무엇인가?
아래의 보도를 보면 능히 짐작이 되겠다. ‘서울대 법인화에 269억을 왕창 지원(한겨레신문 11월26일자)’할 예정이란다. 내용을 간략하게 풀어보자면 중앙정부에서는 서울대가 요구하는 법인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하고, 서울대는 보답으로 세종시에 서울대 제2캠퍼스를 건립하는 빅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보도 내용의 진위를 알 처지에 있지도 않고 이 지면이 서울대 법인화 추진이나 세종시 수정에 관해 논하는 자리도 아니어서, 대학을 구조 조정해야 할 시기에 서울대를 하나 더 짓는 것이 옳은 것인지, 국립대학을 사기업화 하는 법인화 사업이 옳은 것이지,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생각이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서울대’가 사람들의 입을 막을 만한 양질의 ‘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하긴 ‘꿀 먹은 벙어리’란 오래된 속담도 있다.

필자의 주장은 이미 대학이 너무 많아서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엄청난 재원을 쏟아 부어 새로운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국립대학을 리모델링하여 서울대로 사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추세대로라면 문 닫는 곳이 속출할 지경인 것이 지방 대학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런 대학들을 서울대로 편재하면 지방의 국립대학도 살아 날것이고 서울대란 ‘꿀’을 찾아서 사람들도 많이 꾀일 것이다. 사람들이 모여야 지역이 살고 경제가 산다. 서울대가 지역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세종시에 서울대 제2캠퍼스를 세우자는 꾀를 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또 있다. 현재 서울에 있는 국립대학들은 그 부지와 건물들을 매각하던지 다른 용도로 활용하던지 하고 모조리 지방 대학으로 이전해야 한다. 가뜩이나 인구폭발 상태의 서울에 국립대학을 놓아두어야 할 이유가 있는가?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도심지에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적한 중소도시나 시골에서 학문을 도야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말이다. 국립대 통합은 자연스런 대학 구조 조정의 일환이 되기도 한다.

물론 난제가 많다. 서울에 산다는 자체만으로 기득권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 현실을 직시하면 기득권이 아니라 부담일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살고 있는 40평짜리 아파트는 시가로 1억 정도인데 서울에서 공부하는 내 두 딸이 살 아파트 열서너 평짜리를 구해보니 전세금이 1억이다. 물론 서울에 자기 집이 있는 사람은 재산이 많다고 생각하고 비싼 집에 산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을 머리에 이고 사는 것도 아니고 결국은 생활공간일진데 서울에 산다는 자체로 엄청나게 많은 주거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결국은 집값에 붙은 재산은 거품일 뿐이다.
공기 나쁘고 물가 비싸고 교통지옥인 서울에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에 있는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학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그에 관련된 사람들이 안내려 갈 이유가 없다. 이렇게 대학에서 먼저 시작을 해서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으로 점차 진행시켜 나가면 인구가 자연스럽게 분산이 되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국토균형발전이다.

이 방법대로 진행하면 서울대가 진주에도 있고 부산에도, 남해에도 있게 된다. 전국 각 시도에 국립대학이 있으니 서울대가 전국에 골고루 존재하게 된다. 서울시만 빼고. 이것만으로도 세상이 재미있지 않겠는가!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