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주민의 전통시장 살립시다
1.남해시장 죽지 않았다
2.성공한 시장은 다르다1
3.성공한 시장은 다르다2
4.남해시장 문제는 뭔가
5.대안과 아이디어

소비자, 점주가 1:1로 마주하는 인간적인 공간이 ‘시장’
“남해시장 하루 매출 5~6000만원, 연매출 215억 원”
소비자 외면 이유 흥정의 ‘귀찮음’ 가격 묻는 ‘불편함’
정부 남해군 지원, ‘약발 안 받아’ 이미지, 재미도 없고
남해시장 비교할 상품 많은 곳, 합리적인 소비의 공간

■맨투맨의 공간, 시장
이 불경기, ‘서민!?’이란 단 한마디에는 이제, ‘살아남기’란 절대적 명제가 깔린다. 하물며 ‘남해서민’이란 말은 어떤 덧붙임도 필요 없는 절명의 단어가 됐다.
시장은 서민들이 살아가는 소통과 거래의 상징적 공간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가 전통시장에 공연장을 만들고 노래 축제를 여는 게 아니겠나.
서민과 서민이, 왕인 소비자와 점포주인이 1:1로 마주하는 인간적인 공간이 시장이다.
남해시장은 힘겹지만 타 지역에 비해 그래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새벽 3시쯤이면 벌써 장사가 시작되고 남해 어부가 건져 올린 생선은 일반인이 볼 틈도 없이 어시장에서 순식간에 판매돼 버린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아직 남해시장은 살아있다.

■연 200억, 남해시장 흐른다
장사가 되는 집이 있고 안 되는 집이 있다. 남해시장 내에서도 양극화는 존재한다. 빈 점포도 눈에 뛴다.
남해시장은 10m²(3평)의 점포가 195개소, 이걸 10m², 20m²(6평) 등으로 합치거나 늘려 장사를 하는 영업장은 106개소다. 여기에 노점상이 52개 업소, 어시장 90개 업소 등 모두 248명의 개인업자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남해읍시장 번영회는 “하루 5~6000만원, 월 20억 정도의 현금 흐름이 있고 연매출이 215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갖은 악조건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남해시장의 현주소다. 죽지 않고 회생의 기미를 엿볼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수치인 것이다.
이정도의 현금 흐름이라면 남해 경제에서 적지 않는 영향을 발휘하는 곳이고 무려 248명에 종업원까지 얼추 300명 이상을 고용하는 남해시장의 기능은 어쩌면 남해의 가장 큰 기업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명제가 ‘남해시장을 살려야’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외면의 이유는 ‘귀찮음’
“장사가 안 된다”고 상인들의 하소연하지만 불편한 진실은 소비자가 외면한다는 게 본질이다. 마트나 불경기를 말하는 것은 ‘만날 하는 말’이 됐다. 소비의 주류인 남해의 3~60대 소비자는 실생활에서 외면의 이유를 설명한다.
주부 김민정(가명.남변리) 씨 가족의 월수입은 소위 뗄 거 다 떼고 170만 원 정도다. 남해시장 인근 중형마트에서 시장을 본 그는 “비싸서. 가격을 알 수 없고, 흥정하기가 귀찮아서”라고 말했다. 아마도 ‘불편하다’ ‘소포장이 안 돼 있다’는 말은 뺏을 것이다. 누구에겐 흥정이 ‘인정’과 ‘덤’이란 것으로 이해되지만 일부 소비자는 ‘귀찮음’으로 보고 있는 듯 했다.

■외면의 이유는 ‘불편함’
전통시장을 외면한 우리들 대부분은  ‘마트’로 몰려 계산대 앞에 줄을 선다.
지난 1일 오후 5시께, 시장 인근 마트를 찾은 주부를 졸졸 따라다녀 봤다. 이 주부는 10분 만에 미역 한 다발, 새우살과 조개살, 유정란, 요구르트가 딸린 우유 등을 샀다.
이름을 말하지 않은 이 주부는 “내일이 아들 생일”이라고 말했고 “시장에서 사면 이 많은 것을 30분 안에 사기가 힘들다. 가격표가 없어 일일이 물어봐야한다. 불편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양이나 가격이 아닌 상인이 원하는 양과 값으로 판다”며 뼈있는 말을 했다.

■“1억 점포 지금은 5000만원”
남해는 70년까지 인구 10만대를 유지했고 80년에 10만대가 붕괴된다. 90년까지 7만을 유지했다. 인구 10만대는 전성기, 이후에도 번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시장 번영회 이형모 상무(63)는 “20년 전 재래시장은 3평 기준으로 조건이 좋은 점포는 매매가가 1억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것이 현재는 “5~6000만 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1억 원 점포가 5000만원으로 떨어지는 그 긴 시간, 재산 손실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그 시간, 인구가 준만큼 수입도 줄고 있었다. 남해에는 농협의 하나로마트, 축협마트, 중형 마트가 속속 등장했고 사천, 진주, 순천 인근 도시를 비롯한 대형마트,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남부권에도 유통의 대변혁이 일어났다. 남해시장은 변하지 않았다.
위기는 남해시장을 포함한 전국적인 현상이었고 정부는 남해를 비롯한 전통시장에 돈을 쏟아 부었지만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침체 원인은 다양
인구는 줄었지만 점포는 그대로인 공급 과잉의 문제, 장기 불황으로 인한 씀씀이 줄임, 인근 마트와의 경쟁에 이어 창선-삼천포대교 개통 후 사천 홈플러스로의 이동 또한 남해시장의 지속적 침체 원인이 된다.
남해시장은 ‘비싸다’는 인식, 상인 고령화로 상품까지 고령화된다는 지적, 젊은 고객 유치 실패, 마트와 비교되는 조명 등의 시설, 불친절, 호객행위 등도 한몫하고 있다.

■약발이 안 받아
정부나 자치단체의 전통시장 살리기는 굵직하고 거창하게 진행 중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전통시장 살리기는 거의 대부분 ‘약발’이 받지 않는다는, 실패였다는 뜻이다.
‘남해시장 고객유치축제’와 시설현대화·편의시설확충 등 시설개선사업, 홍보, 노인들이 물건을 사면 버스정류장까지 배달하는 시장배달서비스, 상인교육, 외래 관광객 지역 특산물 판매를 위한 재래시장 러브투어 등을 하고 있지만 역시 ‘약발’이 받질 않는다.
남해시장은 시설을 현대화했다. 하지만 “다른 시장과 똑같은 분위기에 차별성도 멋도 없는 시장이 됐다”고 지적한다. 남해 상인들의 지적도 틀리지 않다.

■이미지가 없다
남해군은 ‘300만 명의 관광객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786m²(237평)의 대형버스 주차장’을 개설했다. 시도가 좋지만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남해 관광객은 지난해 398만 명이었고 외국인은 5054명이었다. 국내관광객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남해시장과 비슷한 시장 옆에 살고 있는 한국인에게 남해시장은 과연 먹혀드는 관광명소가 될까.
남해시장만이 가진 특별한 이미지가 없음이 안타깝다. 어시장이 있지만 가까운 사천의 삼천포어시장과 같은 인지도 높은 특화시장도 아니고 스타 점포가 있는 것도, 남해만의 먹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남해시장!!’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것 말이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먹고 입고 마시는 게 아닌가.

■ 살릴 건 살린다.
남해시장에서 ‘4일’은 대단히 특별한 날이다.
90년 전,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고 한 달 뒤 4월 4일, 1000명 이상이 남해시장으로 집결했다. ‘장사꾼들이 일제히 호응하며 독립만세를 외쳤다(남해읍지).’
남해시장은 이런 주민의 의견이 집결되고 폭발되는 상징적 장소였고 ‘4일’은 남해 독립운동사의 획을 긋는 날이다.
지난  25일 열린 ‘남해시장 고객유치축제’는 볼거리 즐길 거리라는 것에서 1000명 이상이란 기록적인 인파가 몰렸다. 한 점포주인은 “노래자랑 구경하고 모두 마트로 가 물건사고 가버렸다”고 기막혀 했다.
“4일 장날, 이날 이 자리에서 90년 전 만세 운동이 일어났다”란 역사 마케팅으로 생각 전환은 어떤가. 이런 게 이미지가 아닌가 싶다.

■‘한 놈만 팬다’
남해 전통시장은 지역민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가.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남해시장도 타깃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불특정 다수를 위한 전 군민을 시장으로 불러들인다는 발상은 마케팅 기본 위배다.
마케팅을 종종 장작에 비유하곤 한다. 불을 피우려고 할 때 도끼로 장작을 패게 되고 이때 ‘두 개를 함께 패면 안 되니 장작은 한 놈만 골라 팬다’ ‘잘 게 쪼개야 잘 탄다’는 등의 내용이 그것이다. 주부면 주부, 노인이면 노인 등, 대상을 확실히 하고 세분화 하란 뜻일 거다. 개별 업소와 함께 시장 전체가 고민해 볼 필요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즐길 거리의 유혹
시장은 북적여야 한다. 북적임은 ‘뭔가 있다는 기대감’을 말한다. 합리적으로 지출하는 범위에서 상인-행정이 함께 해 볼 사업은 더러 있을 것이다. 전북 익산시 등이 전통시장에 각종 공연 등을 상시 도입 등을 논의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 불러 판매와 연결시킨다는 전략이다.

없는 것 몇 가지
남해시장에 쪼그려 앉은 노인들을 종종 본다. 쉴 수 있는 공간이 없음을 말하는 부분이다. 구석 어디에 의자나 벤치라도 있었으면, 작은 배려가 감동을 주는 법이다.
한우 가격이 비싼 이유 중 ‘한우이력제’를 성과로 꼽는다. 남해시장에서 곡물 등의 원산지 표시는 찾기가 어려웠다. ‘남해 마늘’이지만 ‘made in namhae’ 표시조차 없다. 단속 사항이지만 상인들은 “벌금 안 물려”란 말을 자연스레 했다.
‘총각네 야채 가게’란 베스트셀러가 있다. 야채를 팔기 위해 총각들은 인사하고 왁자하게 흥정하는 내용 등을 쓴 책이다. 이 책의 덕분인지 요즘 대형마트에서도 “골라, 골라” 풍의 시장 상술을 흉내 낸다. 호객행위가 아니다. 손님에게 물건을 소개하고 흥을 돋우는 것이다. 남해시장에선 멀끔히 쳐다보거나 호객행위가 간간히 눈에 뛰곤 한다.

■안옥자 씨가 답이다
지난 2일 오후 3시께 남해시장 봉전식품, 원조콩죽 앞 노점은 북적였다. 대파 3단을 산 주부 안옥자(50.서면)씨는 몇 곳의 노점을 둘러봤고 코너 입구 노점에서 대파를 골랐다. 간단한 흥정이 있었고 서로 이해하는 수준의 거래가 있었다.
안 씨는 “식당을 하기 때문에 남해시장을 매일 찾는다”고 했다. 안 씨에게 남해시장은 일상 중 첫 과업이었다. 안 씨에게 남해시장은 비교할 수 있는 상품이 즐비한 곳, 가격차를 확인하고 골라 사는 맛을 아는 가장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안 씨는 “물건이 싱싱한 걸 찾게 된다. 이렇게 하면 더 나은 물건을 사게 되고 가격은 마트보다 싸게 살 수 있다”고 했다.
누군 비싸다고 하고 누군 싸다고 말하는 시장, 누군 좋다하고 누군 불편하다고 하는 시장, 얼핏 마트의 ‘획일화’를 거부하는 이들이 찾는 곳이 남해시장이란 생각도 들었다. /허동정 기자 hdj@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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