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해시장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없다.
‘정을 판다’는 남해 전통시장에 대해 “정이 떨어졌다”고 고백하는 남해의 한 소비자의 지적은 얼떨떨하다. “상인 의식 문제”란 말은 상인, 번영회, 소비자 모두 인정하는 말로 들린다. “남 탓을 한다”는 말은 실제 조사 결과에서 나왔다. “생선 한 뭉텅이 씩 팔기는 좀체 고쳐지질 않는다”, 이른 바 ‘소포장’ 문제다. ‘교육이 없다’ ‘미끼도 없다’ ‘즐길 건 더 없다.’
소비자는 남해전통시장을 걱정하고 있다.

■정은 없고 거래만!?
남해시장에 대해 한 식당주인은 이 ‘정’에 대해 참으면서도 점잖게 말했다. “김치 담는다고 청각을 사러갔다. 3000원치를 달라고 했지만 상인은 ‘안 판다’고 해, 손도대지 말라하더니 ‘귀한 거다. 비싼 거다. 손대면 안 된다’고 말하더만” 했다. “(인심)후한 데서 사지 팍팍한 데서 우리는 물건 우찌 삽니까” 했다. 그의 끝말은 “시장 인심 참 숭악하다”였다.
극소수 상인과 소비자의 일이지지만 실상 이런 에피소드는 ‘비싸다’는 이미지와 함께 남해시장의 편견을 낳아왔다. 정을 사고판다는 시장에 ‘불친절’과 ‘정 빼고 욕심과 거래만 있다’는 말, 소비자는 이를 곡해해선 시장 상인 ‘전부’라고 ‘편견’을 만들어 간다. ‘바뀌어야 한다’는 것의 시발점은 이런 이야기의 한 복판에 있다.

■악순환의 고리
“장날 시장 밖을 보라”며 한 상인은 “노점 규제”를 강력히 원했다. 일리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가장 현명한 방법으로 소비를 하고 있었다. 소비자를 탓하기보다 유통문제 해결이 급선무지만 대량구매, 합동구매와 같은 방법은 남해시장에선 낯설다.
상인들은 “생산자-중간상인-상인-소비자의 단계를 거치면서 어쩔 수 없는 가격 상승”을 말한다.
거의 모든 상인들이 이런 전근대적 유통구조에 노출돼 있다. 남해시장의 구조적 악순환은 이런 문제에서 일단 가격 경쟁력을 잃어버린다.
‘비싸게 산다→도서지역이라 어쩔 수 없이 비싸게 판다고 한다→고객은 비싸다고 한다→장사가 안 된다→재고는 쌓인다→손님에게 신경질이다→손님이 안 온다→인구감소와 마트, 연륙교 탓을 한다→침체는 오래간다.’
“시장 밖에 점유된 노점에 상권을 빼앗기고 장사가 안 되니 값은 오르고 답은 없다. 인구가 주는데 연륙교 때문에 더 죽을 맛”이라고 한다.

▲ 지난 21일 간이 설문지를 통해 남해시장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수치 자체의 통계적 의미는 적다(복수 응답 허용). 하지만 조사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볼 부분이 제법 있을 것 같다.

■침체 원인 소비자?
지난 21일, 질문지 50매 배포 뒤 답을 한(복수응답 허용) 응답자 21명(상인 10명, 소비자 11명)은 ‘남해전통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란 질문(상인, 소비자, 군 행정, 번영회, 기타)에서 의미 있는 답변을 했다.
상인들 중 4명이 ‘소비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11명 중 10명은 ‘상인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조사에서, 답한 소비자 대다수는 남해시장의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지만 상인들은 주로 ‘적당하다’고 답했다.
시장 침체의 가장 큰 책임(문제)을 소비자는 ‘상인’이라고 하지만 상인들은 오히려 ‘소비자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뭘까. 의식의 문제는 때론 이런 구체적인 사례로 나타난다.
소비자는 늘 ‘상인 의식의 문제’를 지적하며 ‘변화’를 요구한다.

■‘미끼가 없다’
미끼 상품은 음식이 될 수 있고 공산품이 될 수 있지만 강력한 고객 흡입효과를 발휘한다. 미끼상품은 전략적 상품으로 통한다. 값싸고 질 좋은 어떤 것. 남해시장에 가면 ‘이런 것을 살 수 있다’는 특징적인 이미지가 이른바 미끼다.
남해가 고향이면서 진주에서 유통업을 하는 김주현 씨(40)는 “장사가 잘 되는 점포의 특징은 미끼 상품이 훌륭하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1000원짜리 즉석두부 1모가 미끼 상품이라면 진열대에 놓인 주력 상품은 값비싼 그 무엇”이라고 말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가 필수품 등을 싸게 팔지만 결국 비싼 옷을 사게 하거나 중요물품을 구입하게 하는 것도 ‘미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물전에서 활어를 팔기 위해 바지락 같은 조개류를 싸게 파는 이유는 활어를 주력 상품으로 팔기 위한 상술”이라며 “미끼상품의 중요성은 시장이나 점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 상인은 “지금 현대기물과 식육점 바로 옆 점포가 비어 있는 곳에 잡화용품을 팔수 있는 할인 마트 같은 것이 들어섰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잡화를 통한 ‘미끼 상품’ 판매장을 말하는 한 예일 것이다.

■“제발 소포장 좀!”
같은 날, 오후 1시께 주부 김 모 씨(45.남해읍)와 이 모 씨(38)에게 어렵게 부탁, 설문지를 읽어본 뒤 시장을 보게끔 사정했다.
시장을 본 뒤 김 씨와 이 씨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두 사람은 의견 일치를 보고 “마트처럼 1000원치도 주세요”라며 ‘소포장’ 문제를 가장 먼저 따졌다.
이들은 ‘물품 처치 곤란’을 말하고 있었다. 1끼나 2끼 정도를 생각하며 장을 보는 주부의 입장에 ‘생선 한 바구니’는 감당이 안 되는 문제였다.
소포장의 문제는 주부의 입장과 상인의 입장이 강력하게 부딪히는 순간이다. 많이 팔아야 하는 상인과 ‘소량이지만 여러 종류’를 고르려는 소비자와의 인식 차이는 여기서 두드러진다.
김 씨와 이 씨는 “500원어치 콩나물도 사고 반 토막 1000원 짜리 생선을 전통시장에서 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2명의 소비자는 ‘남해시장에 계속 오겠다. 대신 확실히 해 달라’는 소비자의 애원이자 호소였다.

■즐길 건 더 없다
일반시장의 이미지 말고 남해시장엔 볼 것도 즐길거리도 없다는 지적이 많다. 화장실은 현대화 됐지만 골목 구석에 있고 찾기도 어렵다.
대전 중앙시장은 시장의 기능을 탈피하면서 ‘확’ 변하기 시작했다. ‘예술시장’으로 변신이 그것이다. 설치미술, 조각, 회화 작가들이 시장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시장미술’이라는 새로운 영역까지 개척했다. 또 상인단체를 통해 공동구매하면서 값싸게 상품을 들이고 판매하는 전략적 승부를 시도했다.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상품 가치를 올리기도 했다. 공동브랜드 ‘보들보들 오징어’가 그 예다. 남해시장은 입과 입으로 이야기가 돼야 한다. ‘그곳에 뭐가 있더라’ 이게 없는 것 같다.

■가격표를 붙이시죠
소비자는 ‘부르는 게 값’이 아니라 ‘정찰제’ 같은 가격표를 원하고 있었다. 전통시장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남해시장에 없는 것 중 특별한 3개가 소포장과 정찰제, 원산지 표시다.
마트의 특징 중 하나가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을 보고 소비자에게 합리적 선택을 하도록 보이는 것은 상술의 기본이라고 말한다. 서울 대구 등지의 성공한 전통시장이나 일본의 전통시장은 이런 정찰제가 정착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격표를 붙인 뒤 “옜다, 더 가져가소”하는 기술적 상술을 지적할 수 있다. 이게 ‘덤’이다. 인심이고 친절이다. “정떨어졌다”고 말하는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이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이다.

■교육은 아직 인색?
남해시장은 교육에 대해 아직은 인색하다.
대형마트 백화점 등으로 둘러쌓인 대구 동서시장의 예는 이런  많은 실패 속에서 교육이란 것으로 변화한 멋진 사례였다. 성공한 전통시장은 상인대학 등 교육에서 성공했고 ‘자기반성’에서 성공한 시장이었다.
조사에서 남해시장이 ‘집중해야 할 문제’에 대해 소비자 11명 중 7명은 ‘상인교육’을 말했다. 실상 번영회의 중재와 문제 해결 등, 번영회 문제점을 지적한 말이기도 했다.

■“무료 주차장 없어”
질문지를 통해 소비자 11명은 우선적으로 “상인 의식변화”를 가장 많이 주문했다. “젊은 층의 필요물품이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노상 무료 주차장이 없어 차를 끌고 오기가 힘들어 불편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일하는 주부들이 직장을 마친 뒤 시장을 볼 수 없어 퇴근 후 1시간쯤은 장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 “신용카드” 문제, “특화 부족, 이미지 부족, 불친절” 등은 자주 거론된 항목이었다.
“상품이 다양치 않다.”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고 남해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뭔가가 없다. 난전 상인들도 좀 따뜻하게 장사해야 한다” “상인들 제발 친절해야 한다”는 의견, “관광객, 향우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방안 마련, 발길 손길을 사로잡는 판매전략 강구, 대형마트와 차별화, 외지인이 보면 입구가 눈에 띄질 않는다”는 등의 의견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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