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 논산화지시장이다. 인물 사진은 상인회 이봉선 회장이다. 붉은 휘장 같은 것이 세일을 표시한다. 사진 왼쪽은 대구 동서시장이다. 입간판이 화려한 것으로 유명하고 인근 중학생들이 시장활성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쪽 아래는 서울 중곡제일골목시장이다. 채소가게에 가격을 붙인 모습은 남해시장에선 보기 힘든 장면이다. 100원짜리 쿠폰으로 성공한 곳이 이곳 중곡제일골목시장이다.

1.남해시장 죽지 않았다
2.성공한 시장은 다르다1
3.성공한 시장은 다르다2
4.남해시장 문제는 뭔가
5.대안과 아이디어

 

 

그곳엔 고객지원센터가 있었다.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시장을 보는 낯선 장면이 있었고 체험마을 사무장과 같이 시장 사무를 전담하는 인력이 배치돼 있었다. 그곳은 행정과 시장의 손발이 또 짝짝 맞았다.

그곳엔 100원짜리 쿠폰을 이용해 활성화를 시도했고 파격 세일로 손님을 모았다. 그곳엔 불친절이나 속여 파는 점포에 3진 아웃제를 적용했고 카드 단말기는 노점까지 시행하려 했다. 당연히 상품권을 받았다. 단연 남해시장과 비교됐다.

뭔가 달랐다.

성공 평가를 받는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특징은 상인의 의식변화였다. 침체 책임을 ‘내 탓’으로 받아들인 이들은 예전의 침체 이유를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깃발 꽂는 날 50% 세일

[충남 논산화지시장]300여개의 점포를 가진 화지시장은 주차장과 연결된 곳에 카트를 집중 배치하고 이동통로를 넓혀 아이까지 태우고 쇼핑을 하는 방식으로 전통시장의 그림을 다시 그려버렸다.

경기도 의정부제일시장, 청주시 육거리종합시장에서도 도입한 쇼핑 카트는 ‘장바구니’로 통하는 전통시장의 옛 모습에 대한 혁명이었다. 왁자한 시장은 아이의 교육의 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화지시장은 깃발 날리는 날이 많다. 깃발은 매달 넷 째 주 금요일 ‘50%라는 파격 세일’을 뜻한다. ‘손해보는 장사(?)의 시작이다. 매주 화, 수요일에는 10~30%의 세일을 알리는 깃발도 상가 곳곳에 걸린다. 이 기간이면 지역 언론에 기사가 실리고 정보지에 광고가 나간다.

이 손해 보는 장사에 행정은 상하수도요금을 감면하고 4만원 짜리 쓰레기봉투 무상지원 혜택까지 준다. 나머지 홍보 등의 비용은 충남도 등에서 지원한 행사 사업비 등을 아껴 충당했다.

화지시장의 특징은 시장 내에 주 2회 에어로빅 교습과 주3회 노래교실, 어린이 영어교실과 컴퓨터 교실까지 개설하면서 상품을 구입하는 전통시장의 범주를 벗어나 시장과 시민이 함께하는 복합적 공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은 더 특별했다.

화지시장은 이밖에 노점상에도 카드단말기를 보급 중이고 공인된 상품권은 현금과 같이 모두 받는다.

시장 구역을 나눠 구역대표를 13명을 두면서 상인의 애로사항과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일종의 시장 구역 자치제를 만들어 낸 것이었다.

상인회 이봉선 회장은 “논산은 내륙지역이라 계절별 특산물은 딸기가 있다. 이 특산물은 4월이면 끝이 난다. 다른 특산물은 없다. 우리는 지역 문화행사와 연계해 딸기 축제 때는 딸기 관련, 재래시장 활용금을 받아 행사를 개최하고, 백제문화제 때도 시장에서 행사를 하게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사 등에서 운영의 묘를 살려 각종 이벤트를 시장으로 유치하고 지원 기금을 다각도로 활용해 세일행사 등을 벌인다. 재래시장은 무조건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전통시장이 지원받았으니 우리는 사회에 환원차원에서 정기적인 기부와 봉사활동도 한다”고 말했다.

화지시장은 2004년 전국 전통시장박람회에서 최우수시장으로 선정됐다.

■100원짜리로 성공했다

[서울 중곡제일골목시장]은 ‘100원짜리’란 특별한 콘셉트로 성공한 전통시장이다. 중곡제일시장은 2005년 쿠폰제를 시행했고 구매금액에 따라 쿠폰을 모아 가져가면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교환해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작은 씀씀이를 아이디어로 연결시킨 기막힌 전략이었다. 월말에 쿠폰을 추첨해 상품권까지 주는 이벤트도 쿠폰 활성화의 비결이었고 시장 성공의 바탕이었다.

중곡제일시장 궁전떡집 한석희(48) 사장은 “금액이 적지만 많이 모으면 돈이 되고 이것이 시장으로 고객이 오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가격표를 붙이지만 덤과 ‘흥정의 묘’는 살리는 추세를 만들고 있었다. 미역줄기 800g 2000원, 오징어 5마리 8000원 등과 같이 진열 상품마다 가격표를 붙인 점포가 늘고 있다.

가격 경쟁에서 인근 마트나 백화점보다 값이 쌈을 직설적으로 설명하는 점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비싸다”고 하면 “한 마리 더” “조금 더”같은 덤을 표하는 점포주의 인심은 버리지 않는 것이 이곳을 비롯한 전국 전통시장의 ‘인간미’다.

■불친절 3진 아웃

[경북 풍기인삼시장]불친절 하거나 카드사용을 거부하거나 속여 팔 때 ‘3진 아웃제’를 시행한다. 3진 아웃에 해당되는 점포는 상가운영을 못하는 등의 조치로 고객신뢰를 얻고 있는 전략적 성공을 이끌어 냈다. 침체와 쇠락의 길을 걸었던 풍기인삼시장은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해내며 성공 반열에 오른 특화 시장 중 한 곳이다.

■시장에 모유수유실까지

[대구동구시장]고객지원센터는 낯설고 특별하다. 주 고객층인 주부를 위한 모유수유실과 물품보관함까지 있었다. 편의시설을 갖추고 ‘이곳은 쉴 곳이 있음’을 알리고 있다. 컴퓨터와 TV, 새마을금고 현금지급기까지 설치돼 있다. 의정부제일시장의 쉼터와 비슷하다.

동구시장은 사람 키 서너 배 크기로 세로로 길게 세워진 입간판엔 한문과 영어 일본어까지 표시돼 있다. 지나치다보면 보이지도 않는 남해시장 간판과는 차원 다른 최고의 안내자 역할을 이 입간판이 하고 있다.

■교육·교육·교육→변화

[대구동서시장]대구동서시장 상가번영회는 4번이 만들어졌고 4번을 실패했다. “돈을 떼어 먹고 달아나 버리는....” 등등의 사건까지 있었다.

5번째 번영회는 달랐다. “살라코 하는 의지”로 란 말을 하는 번영회는 상인교육으로 끝을 볼 작정인 것 같았다.

번영회는 1개월에 1번의 상인교육을 시작했고 기업경영인, 상품전문인, 교수 등을 지속적으로 초빙해 교육했다. 결국 상인대학까지 개설한 동서시장은 ‘교육=의식변화’임을 의심치 않았다. ‘교육으로인한 변화’는 위대했다.

1만 원짜리 상품권을 받고 1000원치의 물건을 사도 웃을 수 있는 친절이 만들어졌다. 상품 진열이 달라졌다. 인테리어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됐고 상인 스스로 주변 청소를 시작했다. 100%의 번영회 회비를 납부실적을 보였다. 1000원짜리 멸치와 같은 것을 소포장하기 시작했다. 원산지 표시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기 한다. 교육 없이 있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교육은 놀라웠다. 146명의 점포주와 노점상들은 지난해 월 평균 30억원 매출과 1개월 평균 10만 명 정도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면서 성공한 전통시장으로 바꿔버렸다.

퇴직인력을 활용해 상인회 지원실장을 고용했고 지원실장은 번영회 임원진과 함께 시장 사업 전반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지원실장 고용은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국비 시장육성사업 지원의 한 방법으로 국비 105만원, 시장 자부담 45만원으로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제도다.

연구수업에서 인근 아양중학교 학생들은 ‘전통시장 살리기’란 주제를 택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게 놀라웠다. 언론은 이를 주목했고 동서시장과 아양중학교가 동시에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장 내 40개 가로등 중 20개의 전기요금은 구청에서 부담했다.

동구시장 전종숙 지원실장은 “아케이드 설치 뒤 손님이 오기 시작했지만 5번째 번영회장인 박종성 회장의 교육 의지는 뜨거웠다”며 “교육을 통한 상인의식변화 없이 시장 활성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