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석환이가 전투경찰에 지원하여 우리연대에 위탁교육을 받으러 왔는데 훈련 중 만나서 얼마나 반가웠던지…….
석환이는 배가 고프고, 나는 가진 게 없고, 식당 고참에게 부탁해 건빵 두 봉지를 가불해서 줬더니 지금까지도 그걸 잊지 못하고 모임 때, 자기가 하는 족발 집에 가면“많이 묵어라,” 하고 술, 고기를 마구 퍼다 준다. 우리는 건빵 두 봉지 때문에 우정이 더 깊어졌다. 정말 그땐 기뻤다.

그런가 하면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추억도 있다. 군대의 야외 훈련장 화장실은 말이 화장실이지 뭐라고 이름 붙여줄 게 없다. 노크도 필요 없다. 지나다 보면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다 보이기 때문이다.

그 희한한 곳에 쭈그리고 앉아서 불공을 한참 드리고 있는데 어느 날강도 같은 놈이 쓰고 있는 철모를 잽싸게 벗겨 가는 게 아닌가!! 다행히 철모 안 화이바는 목에 걸어 놓은 끈이 있어 화를 면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황당하기 짝이 없던 순간이었다. 대충 볼일을 보고  범인 색출에 나섰다. 철모 없이 훈련을 받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화이바 없이 철모만 쓰고 있는 녀석만 잡으면 되니까. 색출은 간단했다. 다행이 구석에 숨어 있는 녀석을 발견하고는 M1개머리판으로 몇 대를 그냥? 딱 하려는데 그 녀석 왈 자기도 그렇게 당했단다. 맞는 말이다. ‘그냥 참자. 우리는 눈물, 콧물 같이 흘리는 전우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잠시 나의 뇌를 스쳐 그냥 두었다.

훈련을 마친 후 송충이 한 마리 이마에 붙이고 ‘사나이로 태어나서’의 군가를 부르며 위병소를 나오는데 그 당당함은 지구를 사수한 독수리 오 형제의 큰형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본 훈련을 마치고 주특기 훈련은 대구 동촌 제2 수송 교육대였다. 동촌 자갈밭이 교육장인데 얼마나 빡빡하게 받았는지 티베트인들이 하는 오체투지는 한수 아래일 것이다. 우리는 육체투지다.

이걸 매일 6주 동안 했으니 말이다. 후반 교육 6주를 마치고 자대배치가 이루어질 무렵엔 모두 어디로 팔려 갈지 궁금해 하며 이별을 아쉬워하였다. 그리고 모두들 2~30명씩 짝을 지어 배치되었는데 나는 유일하게 혼자 용산역에 도착하라는 게 아닌가! 그래서 용산역에 도착하니 군용 지프차가 이등병인 나를 모시고(?) 도착한 곳은 경복궁 옆 국군 보안사령부였다. 그곳은 귀하신 몸들만 가는 곳 아닌가

나는 별로 귀하신 몸도 재벌 아들도 아닌 촌놈인데 왜? 이 보안사에 배치되었는지 아직 까지도 알지 못하고 있다. 이것도 조상덕일까.

다시 홍릉 보안사 교육 4주. 북한 김일성이도 그 존재를 인정해 줬다던 악명 높았던 교육 대장 준위를 잊을 수가 없다. 교육 수료 후 비로소 배치받은 곳은 포천 6군단 보안대, 배당 받은 주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군인 생활 중 만났던 친구 석환이와 해수 그리고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5.16 광장에서 만났던 반가웠던 금종이내 제대 말년에 보안대로 일등병 달고 왔던 재천이, 해수가 보고 싶어서 와수리를 한 번 더 찾았으나 훈련 중이라 발걸음을 되돌렸던 기억들, 어젯밤에 꾸었던 꿈처럼 생생히 떠오르는 군 시절이 지금은 내 인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군대이야기]재부 이동면 향우 이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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