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살고 남해가 고향인 장용근 씨, 그의 가족이 어머니 생신을 맞아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머니의 눈빛에 힘이 없음을 아들은 안쓰럽게 지켜봅니다. 그러다 아내와 눈이 마주칩니다.

어머니는 좀체 말씀이 없으시고요.

잠시 잠깐 힘든 웃음을 짓곤 간혹 알듯 모를 듯 아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손자들을 휘 둘러보곤 그만입니다. 아들을 바라보는 눈엔 헤아릴 수 없는 애정이 스몄음이, 보입니다. 어머니 이순엽(76)씨는 지금 남해노인요양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한 달에 2번, 부산지방해양항만청에 근무하는 장용근(39.부산 용호동) 씨는 아내와 아들 딸을 데리고 고향 남해로 온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친구처럼 친했던 장모(임분향.73)도 “사부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며, 이번엔 함께 왔답니다.

지난 22일 이었습니다. 강진만을 마주한 선소횟집에 케이크를 앞에 두고 “사랑하는 우리 옴마....”란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습니다.

어머니는 힘이 없어 촛불을 끌 수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니를 대신해 용근 씨는 아들 딸과 함께 “후” 바람을 불더군요. 연기가 매케했고 장용근 씨의 눈이 껌뻑였습니다. 아내는 슬쩍슬쩍 남편의 눈을 쳐다보면서 ‘툭’ 어깨를 치며 “좋은 날, 왜 이래?”하곤 배시시 웃곤 했습니다. 기자는 이들의 모습을 모른 체 훔쳐봤습니다 “사진 한 장만”하곤 냅다 갈기듯 찍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장용근 씨와 아내 이영희 씨가 웃는 모습이 잡혔네요.

지근지근 머리가 아플 때마다 “병든 닭처럼.....” 이렇게 말하는 장용근 씨입니다. “맞지요. 병든 닭이제. 자주 고향인 서면 중리와 남해를 생각합니다”고 말했습니다.

장용근 씨 가족은 이날 76세의 어머니 생일 잔치를 열고 있는 중이었습니다(사진).
아내 이영희(35) 씨가 말했습니다. “제가 수 년간 우울증을 앓았어요. 이제사 밝아졌네요”라며 활짝활짝 웃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이 디게 센티(감상적)해요”라며 남편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곤 또 활짝 웃네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용근 씨는 “옴마아, 이거 많이 먹어이”하며 회 몇 점을 집어 어머니의 접시에 놓아주곤 했습니다. 이때 아들 진호(9)와 딸 예진(7)이는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서로 하겠다며 엄마 아빠를 불러대며 야단이었고요.
장용근.이영희 씨 가족은 이날 참 많이 웃었습니다. 장 씨 가족이 먼저 일어났습니다. “남해요!? 고향이요!? 저희 옴니가 있기 때문이지요” 장용근 씨는 한 번도 ‘어머니’란 정확한 발음을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자나 ‘엄’자를 ‘옴’자로 발음했지요. /허동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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