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남해고등학교 교사)

지난 10월 22일 오후 5시 하얀집 웨딩홀... 남해수능시험장 유치 범군민추진위원회 성과보고 및 해단식이 열린 자리였다. 수능시험장 유치 활동을 이끌어온 100여명의 관련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남해수능시험장의 성공적인 유치로 인해 식은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지만 시종일관 박수와 웃음이 끊이지 않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범군민추진위 집행위원의 한사람으로서 그 자리에 함께 했던 필자도 수능시험장 유치에 따른 기쁨을 참석한 이들과 함께 나누며 벅찬 감격에 휩싸여 있었다. 그 시간 내내 필자의 머리 속에는 수능시험장 유치 성공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은 두 분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아마 그분들도 이 자리에 참석한 이들 못지않게 수능시험장 유치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도하는 심정으로 그분들께 축하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몇 년 전 필자는 모 신문사에 우리 남해의 학생들은 남해에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다. 그 글이 나가고 난 후 많은 분들로부터 공감과 격려의 전화를 받았다. 그분들 중 한분의 이야기는 지금도 필자의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 당시 한 수험생의 아버지라고 밝힌 그분은 당신의 아들이 수능 당일 학교에서 대절한 버스를 이용해 진주 시험장으로 가다가 차멀미를 하게 되었는데 그로 인한 구토는 시험장에 도착한 이후까지 이어져 결국 시험을 망치고 말았다며 억울하고 분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당신 아들과 같은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남해에 수능시험장이 설치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며 만약 유치 운동이 전개된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분은 이번 유치운동에 그 어느 누구보다 열과 성을 다했으리라 믿는다.

올해 초 남해교육연대에서 수능시험장 유치활동을 해 나갈 때 한 분의 중년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분은 수능시험장 유치활동과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셨다. 사실 수능시험장 유치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는 필자로서는 한 개인의 관심이 아무리 크다 한들 그 한계가 너무도 분명하기에 그분의 만나자는 제의가 그리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전화를 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성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그분을 만났다. 그분은 10여 년 전 참교육학부모회의 일원으로 남해 수능시험장 유치운동을 주도하신 분이셨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지 사항을 주문하고 좀더 적극적으로 유치활동에 임해 줄 것을 요구했던 그분과의 대화를 통해 남해 수능시험장 유치문제가 우리 남해인들에게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지난 6월 초 범군민추진위가 출범할 때까지만 해도 필자는 남해수능시험장의 성공적인 유치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시간도 촉박한데다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견고한 교육계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극복하고 수능시험장을 유치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두 분과 그분들과 똑같은 심정의 모든 남해인들의 간절함이 모아져 수능시험장 유치 성공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남해 출신의 정계, 재계, 관계, 학계 인사들은 물론 각 마을의 고사리 손 같은 어린 아이들로부터 등 굽으신 어르신들까지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유치 운동에 적극 호응하고 나서는 것을 보고 남해인들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 힘이라면 오늘 남해의 현실 앞에 놓여진 어떤 어려움도 쉽게 이겨 물리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제 이 여세를 몰아 남해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어제 남해에서 역사적인 첫 수능시험이 치러졌다. 전 남해인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남해에 수능시험장을 유치했으니 이제 남해의 아들딸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된다. 욕심 같아서야 모두들 평소 자신의 실력보다 10점~20점 이상 상승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러나 그렇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수능시험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우리 남해의 부모들이 아들딸들인 수험생 여러분들에게 수능시험장 유치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여러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수능시험장 유치 성공이라는 열매로 주어졌을 뿐이다. 수험생 여러분들도 스스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그 노력의 결과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우리 부모들이 여러분들에게 바라는 것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 자체이다.

수능이 끝났지만 이제 대학입시를 위한 한 관문을 지났을 뿐이다. 아직 대학입시를 위한 여러 관문이 남아 있다. 내신을 위한 학기말고사가 남아 있고 논술, 면접 등의 대학별고사가 남아 있다. 여러분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언제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어찌 보면 대학입시는 긴 인생 동안 치러야 할 수많은 통과의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학입시가 전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대학입시의 성공과 실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의 과정 속에서 매 순간순간을 어떠한 자세로 임하느냐이다. 옛말에 성자 천지도야 성지자 인지도야(誠者天之道也 誠之者人之道也)라는 말이 있다. 誠은 하늘의 도리요, 誠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에 있다는 말이다. 여러분에게는 젊음이 있다. 그 젊음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한 노력을 통해 여러분에게 주어진 인생을 활짝 열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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