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본지 편집인                 
  


골프장으로 개발되는 남면 평산·덕월지구내 4개 자연마을인 평산·오리·덕월·구미마을 중에 덕월마을은 다른 3개 마을과는 처한 조건이 상당히 다르다.

먼저 시각정서면부터 보자. 덕월마을은 마을 앞 바다를 보고 형성돼 있어 어느 집이라도 주민들은 방문을 나서기만 하면 마치 마을의 마당처럼 느껴지는 매립지를 보고 산다. 안보면 그만인 곳이 아니어서 골프장은 덕월주민들의 일상적인 정서에 아주 밀접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다음은 경제적인 면을 보자. 덕월 주민들은 마을의 주 소득원인 마을 앞 바다로 나가려면 반드시 골프장을 통과해야 한다. 골프장이 들어서고 나면 주민들이 바다에 접근하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경운기를 몰고 골프장을 가로질러난 길을 통행한다고 하면 골프장을 찾은 손님들이 반길 리 없다. 바다로 접근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민들은 바다에서 올리는 소득을 점차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문전 옥토의 처분과 선산의 이전문제를 보자. 평산매립지와 덕월매립지 사이에 있는 마을 앞산은 여러 문중들 소유의 밭과 임야이고 그곳에는 김씨, 최씨, 류씨의 선산을 포함해 묘지가 많다. 땅을 처분하는 것은 현금으로 전환되는 것이기에 주민들에게는 골프장이 가져다 주는 개발이익일수도 있으나 선산을 옮기는 문제는 조금 다르다. 단시간에 바꾸기 힘든 유교적 이념차원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고 또한 문중 구성원의 이해가 일치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은 선산을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매우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장이 당사자들에게는 정신적인 고통을 안기는 것이다.
 
이런 정신적·경제적인 영향 외에도 덕월마을 주민들은 장기간의 골프장 조성공사 과정에서 먼지나 소음 피해 등의 겪어야 한다. 생활상의 불편도 클 것임에 틀림없다.

덕월주민들은 지금까지 남해관광산업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이런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해 참아가며 남해군에 협력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연말 마을총회를 넘기면서 주민들은 골프장 수용에 따른 주민총의가 무엇이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해를 넘기면서 어촌계장이나 개발위원장이 새로 선출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토사운반용역업체인 유성해운(주)와 해상운반선 덕월 1종지선내 접안에 따른 협약서 조인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을 보면 이도 저도 아닌 상태였던 덕월 주민들도 이제 골프장 조성사업에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중심을 잡아가고 있다.

이것처럼 덕월 주민들이 남해군에 적극 협력하면서도 마을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첫 번째가 황금갯벌 매립으로 인해 지난 20년 간 마을이 입은 손해를 어디서 어떻게 보상받을 것인지, 아니면 포기해야 할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그 두 번째는 골프장 때문에 마을이 잃는 것과 얻는 것을 분명히 따지고 이를 가능한 객관적인 자료로 만드는 작업이다. 잃는 것이 있다면 이에 마을이 어디까지 양보하면서 협력할 것인지, 그에 따라 마을이 보상받을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이를  상대로부터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일이 지금으로서는 매우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허나 주민들이 머리와 마음을 합쳐 이에 관한 논의를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분명히 어떤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처음부터 덕월 주민들은 이런 논의부터 시작했어야 했다. 협력에만 급급했지 마을의 권익을 챙기는 데는 어찌된 영문인지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처음의 논의부터 다시 시작하길 바란다.

이 과정이 곧 아직까지 주민간의 갈등의 소지로만 작용하고 있는 골프장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총의를 하나로 모아가는 방향이 될 것이다. 마을의 이익과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길은  주민총의를 어떻게 모으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해군도 땅 소유주에 대해 일대일 설득, 각개격파 만으로 땅을 사려고 하기보다는 주민들이 공개적으로 주민총의를 모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열린행정으로 전환하길 바란다. 그것이 덕월 사유지 매입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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