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 중 명승지로 지정…애착 보이며 여러 가지 조언

문화재청장으로 재임 중 가천 다랭이 논의 가치를 인정하고 국가 명승으로 지정한 전 유홍준 청장이 지난 13일 정현태 군수와 이호균 문화원장, 김갑두 전 남해교육장 등 관계자와 함께 다랭이 마을을 찾아 현지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로도 유명한 유 전 청장은 다랭이 논을 명승으로 지정한 후 절집이나 궁궐만이 아니라 이 땅 민초들의 삶의 때가 묻은 것도 문화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청장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유 전 청장은 가천 마을에 1년에 2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올 수 있는 것은 경관도 경관이지만 가장 자연적인 것,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다랭이 논을 지목했다.
유 전 청장은 가천 다랭이마을이 명승 15호로 지정된 이후 한 해에 관광객이 23만 명이나 찾아온다는 사실에 놀라며 내심 나름의 보람을 찾는 듯 했다.
바닷가로 내려가 해안선을 둘러 본 유 전 청장은 자연스럽게 쌓은 다랭이 논의 돌담 언덕과 최근에 문화재 주변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쌓은 돌담을 비교하면서 “문화재 주변을 정비할 때는 이 마을에서 나오는 돌로 쌓아야 한다” 면서 “외부에서 가져온 돌로는 절대로 그 맛을 낼 수 없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가천 다랭이마을 암수바위 주변에 그윽한 맛을 더 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조성하고 암수바위가 주인공인데 하천 뚝방길 돌다리는 중복성이 있어 다시 재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유홍준 전 청장은 가천 마을 다랭이 논의 상당수가 밭으로 변해 가고 있는 모습과 그냥 묵혀진 논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명승 다랭이 논이 수 백 년에 걸쳐서 이어온 바로 그 경작(耕作)을 보여 주지 못한다는 까닭이다. 
그는 명승의 일부인 다랭이 논의 언덕이 원형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논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할 때라며 밭으로 만들어지면 수분을 머금는 성질인 논의 흙이 말라 다랭이 논의 언덕이 무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홍준 전 청장은 남해로 유배 왔던 약천 남구만 선생이 유자 시를 40여 수나 남겼다면서 남구만 선생의 후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남해유배문학관에 전시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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