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교육청 “긍정적으로 재검토하겠다”

경남도교육청이 군내 창선중고등학교에 2개 수능시험장을 설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대해 범군민추진위원회는 창선을 포함한 2개 지역에 분산설치를 위한 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협의했다.
추진위원회는 지난 3일 남해군청회의실에서 공동대표, 집행위원, 회원단체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연석회의를 갖고 분산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향후 활동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추진위원회는 삼천포지역과 남해지역에 시험장을 각각 설치하는 대신, 각각의 지역학생들이 자기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도록 최대한 혼합비율 조정하겠다는 도교육청의 입장을 일축했다.
추진위는 창선지역에만 설치할 경우 서면, 설천 등의 지역의 학생들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불편을 겪는다며 창선지역에 설치가 가능하면 남해읍이나 이동지역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또 창선과 읍, 이동면은 10정도 내의 거리이므로 시험지 호송 등의 관리상의 문제는 큰 고려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남해 수능시험장 설치가 지역차별 해소의 물꼬를 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남해지역의 모든 학생이 남해지역에서 수능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창선과 남해읍, 이동면 등 2개 지역에 분산설치가 필요하는데 의견을 모았다.
회의에 참석한 정문석 씨는 “그간 범군민적 수능시험장 유치운동으로 당초 불가능한 상황에서 창선지역에 설치라는 큰 성과를 얻어냈다. 그러나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이 결과로 만족할 수 없다”며 “2개 지역 설치 절대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창선에 설치되는데 읍이나 이동면에 설치 못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창선지역 설치라는 결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좀 더 강력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위해서는 다시 단결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열 군의회의장은 “현재 일부에서는 창선지역 설치만 해도 큰 성과라며 더 요구하다가는 전면 백지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군민 대다수는 군내 수험생 모두가 남해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길 바란다”며 “준비에 만전을 기해 도교육청에 남해의 뜻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이날 회의에서 보다 강력한 활동을 벌이기로 결정하자, 경남교육청은 4일 김광현 기획관리국장을 긴급파견해 남해부군수실에서 추진위 대표단과 협의를 가졌다. 김 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경남교육청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힘들다는 입장이지만 다시 한번 재검토할 것을 교육감에게 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진위측은 10일 2만 명에 이르는 남해군민이 뜻을 모은 서명용지를 경남교육청에 전달하고, 17일 남해를 방문하는 권정호 교육감과 대표단 면담을 추진키로 했다.

1개 지역 시험장 설치, 군민들의 반응은?

▲중학생 학부모 임병훈 씨(남해읍·52세)
= 당초 설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도교육청이 현재 남해군 창선지역에 설치를 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도시와 비교해 교육적으로 소외된 농산어촌에 대한 배려라고도 생각한다. 그러나 남해군내 학교 분포도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창선지역 설치만으로는 군내 수험생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창선면에만 설치한다는 것은 만약의 경우 사천지역과 남해의 수험생들을 섞어서 수능을 치르겠다는 의도도 내포돼 있는 것 같다. 또한 남해군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되면 이를 본보기로 타 군에서도 요구할 것을 대비한 면피성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라고도 보인다. 행정편의주의적 사고보다는 남해군의 요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수험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2개 지역에 수능시험장을 설치해 주길 바란다.

▲다정마을 김대인 씨(32세)
= 수능을 치렀던 1997년도가 생각난다.
그때는 시험 하루 전날 버스를 타고 진주시로 가 여관에서 하루밤을 자야했다. 선생님들은 진주로 가기 전날, 수능시험일 2일 전부터 잠을 자지 말라고 했다. 하루밤을 꼬박 새운 피곤한 상태에서 진주로 가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시험전날, 피곤한 상태지만 큰 시험을 앞두고 잠이 들 리가 만무했다. 대부분의 친구들이 잠을 설쳤고 시험당일 날까지 피곤함은 이어졌다. 군내 수험생들은 2일 전부터 불이익을 겪었다. 그것이 10년을 넘게 반복됐다. 지금이라도 군내 시험장 설치가 본격 추진되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창선지역에만 설치되면 또 다시 군내 수험생들이 타 지역에서 시험을 치르는 일이 생길수도 있다. 이왕 할 거 시원하게 두 곳에 설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일고 최은희(2학년), 이유빈 양(1학년)
= 먼저, 한마디 말로써 부족하겠지만 생업에 영향을 받으면서까지 우리 학생들을 위해 수능시험장 유치운동을 펼치고 있는 많은 군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매년 수능을 치르기 위해 새벽같이 버스를 타야하는 선배들을 보고 있다. 그중 한 선배가 차멀미가 심해 고생하는 것도 봤다. 새벽같이 일어나야하고 멀미까지 하는 것을 보니 나도 걱정된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찍 일어나야하는 것과 멀미를 걱정하고 있다. 현재 대도시와 남해군과 같은 농산어촌의 교육격차는 현저하게 보이고 있고, 교육당국은 나름 이 격차를 줄이려고 애를 쓰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왜 수능 같은 큰 시험에서 농어촌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게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다. 학생입장에서는 창선이나 진주나 마찬가지다. 모든 수험생들이 동등한 출발점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능시험장이 설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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