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해 점점 살기가 편해지는 세상이다.

건물, 공원, 거리 등등의 시설들이 갈수록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방향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이토록 살기 좋은 세상이지만 아직까지 단순한 외출에도 목숨을 걸고 길을 나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이다. 남해군 시각장애인들도 예외일 수 없다.

한 발 짝을 내딛는데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군내 곳곳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군내에는 시각장애인들은 물론 다른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곳은 극히 드물다.

또 돼 있다 치더라도 대부분이 형식에 그칠 뿐이고 실용성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더 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남해군은 점점 장애인들이 생활하기 힘들어져만 간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삼동면사무소 앞의 인도와 읍 인근의 인도.

중앙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이 설치돼 있다.

이 점자 블록은 형식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가로수와 구멍이 뚫린 하수도 뚜껑도 있다.
큰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만약 시각장애인이 지팡이를 사용해 이 점자블록을 따라서 길을 걷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또 삼동면 인도에 설치된 가로수의 나뭇가지는 땅으로부터 2m가 채 안 되는 곳에 있다.
때문에 비가 오는 날 비장애인들조차 우산을 들고 다니기에 불편하다.
비단 이곳뿐만이 아니다.

   
점자 블록이 설치돼 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인 곳은 군내에 그야말로 비일비재하다.
유명무실한 점자 블록은 물론 장애인이 불편함을 느끼는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10cm가 안 되는 문턱이나 인도의 턱이지만 장애인은 위협까지 느낀다고 말한다.
한 시각장애인은 “집과 아주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일단 혼자서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서 ‘보이는 게 없어 무서울 것이 없다’고 농담을 하곤 하지만 길을 걷는다는 것이 정말 무섭다”며 “일단 혼자서 나가게 되면 부딪힐 각오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실제 머리고 팔이고 다리고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에 항의를 하면 돌아오는 것은 ‘설계상 도로가 좁아 어쩔 수가 없다, 공사업체에서 잘못했다’는 등의 답변뿐이다. 또 좁은 인도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휠체어가 인도가 아닌 도로에서 다녀야 하고 자전거 또한 도로에서 타야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인 위한 편의시설,
결국 모두의 편의 위한 것

해가 갈수록 군내 장애인 편의시설 상황은 뒷걸음을 치고 있다.
그간 많은 장애인들의 꾸준한 요구에 지난 6월, ‘남해군 장애인등 편의시설 설치 사전점검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고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조례는 시설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사전점검을 실시함으로써 편의시설의 적절한 설치와 장애인 등을 비롯한 거동이 불편한 군민의 이용편리 증진을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내용으로는 ▲위촉 또는 임명된 사전점검요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남해군 장애인등편의시설사전점검요원협의회 구성 ▲협의회는 편의시설의 사전점검계획 수립 및 집행, 사전점검결과에 대한 개선 또는 시정의 요구, 그 밖에 편의시설의 효율적인 사전점검에 관한 사항을 협의·결정 ▲시설주는 이 조례에서 정하는 편의시설 설치기준에 따라 그 시설을 설치하고 유지ㆍ관리하여야 하며, 사전점검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등이다.
많은 장애인들이 앞으로 시행될 이 조례에 기대를 하고 있다.
한 장애인은 “과거의 시설들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예산도 많이 들뿐더러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 조례는 앞으로의 세대를 위해 새로 지어지는 건물, 시설에라도 편의시설을 설치해 나가자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또 “편의시설의 설치 외에도 인식의 전환도 반드시 필요하다. 편의 시설은 꼭 장애인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편의시설은 말 그대로 내 부모, 내 자식, 내 가족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남해장애인종합복지관 장홍이 복지사는 조례 제정 외에 군내 장애인복지 발전을 위한 한 대안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 도입을 꼽았다.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란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이동과 생활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공, 설계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이 인증제의 일환으로 ‘무장애 도시’를 건설해 모두가 불편 없이 살기 좋은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인증을 획득하게 되면 그 도시나 건축물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남해군에도 이 인증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장홍이 씨는 “편의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종합사회복지관을 꼽을 수 있다. 또 남해초등학교 밑 손잡이가 설치된 인도가 있다. 그 곳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고 편하다. 점차적으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는 곳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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