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각 언론들이 여론조사 형식을 통해 '물갈이론'을 일제히 제기하고 나섰다. 이는 '의원 물갈이'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언론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의원 물갈이'만으로는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절대로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단정하는 유력한 근거는 2000년 총선에서 특정의원들을 낙선시키는데 엄청난 힘을 발휘한 시민운동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다. 시민운동단체들은 스스로 "낙천·낙선운동으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차떼기국회'를 막을 수 없었다"면서 그 한계를 인정했다. 그래서 시민운동단체들은 이번에는 특정인 당선운동을 펼치겠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당선운동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가 아니라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해하동지역구에서 물갈이를 해봤자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바꾸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일색의 정치판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 농어민들은 한-칠레자유무역협정 반대투쟁과 같은 투쟁현장으로 끊임없이 내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농어민들은 유권자로서 정치판을 바꾸겠다는 생각을 가슴 속 깊이 품어야 한다. 정치판을 새로 갈아엎는 일은 우리 유권자의 마음의 밭을 새로 갈아엎는 일이기 때문이다. 낡은 정치인들에게 기대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이라고 믿는 우리의 마음부터 갈아엎어야 한다. 주인이 심부름꾼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해 그들의 음성적인 선거운동만 해줄 것이 아니라 당비를 내고 당원의 임무를 다하는 당당한 당원으로서 아래로부터 정당개혁을 이루어내는 일에 나서자는 것이다.

정치판을 새로 갈아엎는 일은 국회에서 논의돼온 정치개혁법안을 헌신짝처럼 대하는 국회의원들을 지역의 당원들이 갈아엎어 버릴 수 있는 권한을 되찾는 것이다. 그것 외에는 우리 유권자에게, 지역의 당원들에게 허용된 길이 없다.

정치판을 새로 갈아엎는 일은 이번 총선만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원으로 가입한 지역의 당원들이 당당한 자세로 지구당 운영에 계속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는 일이다. 공직후보선출권한도 당원들 품으로 돌리고, 국가대사에 대해 국회본회의에서 국회의원이 던져야 할 표도 당원들의 총의를 물어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선거에서 어느당 누가 당선되고 낙선된다하더라도 우리는 선거를 민주주의가 물결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만이 선거결과에 따라 웃거나 우는 사람에 불과한, 상대방을 지지한 이웃과 원수가 되는 그런 나약한 민중에서 충실한 심부름꾼을 둔 당당한 주인으로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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