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본지 편집인                            
  


지난달 29일 지방분권 3대 특별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불법정치자금의 썩은 시궁창에 빠진 '차 떼기 국회!' 거기서 나오는 정쟁의 잡음이 하도 커서 우리의 눈과 귀에 또렷하게 안 보이고 안 들렸을 뿐이지 지방분권 3대 특별법안이 통과된 것은 우리나라 역사 발전에 큰 획을 긋는 일이었다.

아마 후대에는 이날 일어났던 다른 모든 것은 지워지고 3대 지방분권특별법안이 통과됐던 사실만이 역사로 살아남을 것이다. 지방자치의 획기적인 진전은 우리의 삶에 매우 큰 의미를 가지지만 우리는 오늘 당장 그 의미를 온전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은

민주주의를 희생하면서 발전시켜온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도 이제는 유럽형 자치분권국가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발판이 지방분권 3대 특별법 제정이다. 이렇게 말하는 필자는 아마 3대 특별법 제정의 의미를 가장 긍정적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부여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일 것이다.

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행정내부에서는 열린행정이니, 경영행정이니, 찾아가는행정이니, 감동행정이니 온갖 미사여구들을 가져다 붙인 변화들이 많이 일어났지만 정작 지방자치의 주인인 지역주민들은 지방자치가 나한테 뭘 가져다주는 것인지 그 진보의 혜택을 한번도 피부로 느껴보지 못했다. 이게 지방분권 3대 특별법안이 만들어져도 우리가 둔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주민들에게 가져다 준 변화는 4년 만에 딱 하루 칼자루를 쥐어보는 것! 도지사와 군수, 도의원과 군의원을 뽑는 투표권을 행사는 것! 이것말고는 모두 행정의 안, 의회의 안에서 주민과 별개로 이루어지는 변화에 불과했다. 행정과 의회가 자치문제로 아무리 치열하게 다투었을지라도 그것은 그들만의 싸움이었고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했던 것이다.

행정과 의회 그들만의 잔치

그랬기 때문에 중앙에서 권력을 쥐고 있었던 세력들, 심지어 지역국회의원들 마저 자신들이 쥐고 있는 권한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지금도 그들은 중앙언론을 통해 '준비 안 된' 또는 '준비 덜 된' 또는 '능력 없는' 지역주민들에게 자치를 맡겨서는 이 나라가 엉망이 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사실 그들 중앙권력자들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틀린 것만은 아니다. 이렇게 느끼는 것이 나 혼자만의 자격지심이라면 좋겠지만 '우리에게 권한을 넘겨받을 준비가 돼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그들의 시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의 가치를 우리가 온전히 끌어안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나이를 따져보면 된다. 91년 의원선거로 태어난 지방자치는 올해로 14살의 청소년이 됐다. 만 14년이 되어서야 겨우 우리가 가고 싶은 길로 갈 수 있는 운전대를 쥐게 됐다. 너무 더딘 걸음이었지 않은가. 그러나 어쨌든 어제까지만 해도 철옹성 같았던 중앙권력의 손아귀에서 지방자치가 해방됐다. 우리 품으로 돌아온 지방자치를 우리가 얼싸안아야 한다.

지역관료를 넘어

이제 우리는 우리에게 돌아온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가? 지역발전에 필수적인 자원과 인재를 어떻게 끌어 모을 것인가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혜안을 짜내야 한다. 남해사람들의 저력을 진정으로 발휘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누가 그 저력을 하나의 힘으로 조직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우리는 그걸 바라서는 안 된다. 바로 우리 스스로가 그 힘을 가진 사람이지 어느 한 사람일 수 없다. 그것이 어느 한 사람으로 집중될 경우, 오히려 지방자치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쉽게 말해 잘 살고, 앞서가는 것만을 위해 그 어떤 것도 희생해도 좋다는 관료들의 개발지상주의가 판 칠 수도 있다.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독재는 괜찮다는 관료 일방주의가 박정희의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많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위해 열심히 투쟁해온 참여연대 하승수 변호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방분권이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것이 되어서는 의미가 없다. 그것은 '국가시스템의 일부로서의 지방행정제도 개혁'에 불과할 뿐, '지역주민의 자기결정에 기초한 지방분권', '풀뿌리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으로서의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멀다. 분권화는 민주화와 다양성에의 지향인데, 결국 이것은 주민들의 참여가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분권' '자치' '참여'라는 단어를 나열하기보다는 '참여'를 통한 '자치'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즉,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의 분권이 아니라 관료로부터 주민으로의 중심이동이 핵심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주민참여를 통해 지자체개혁을 이루어낼 때에만 자치단체장에 대한 견제, 통제 등을 명분으로 한 중앙정부의 개입시도를 차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시기에는 주민소송, 주민소환, 주민투표 등 주민참여권의 제도화가 '주민자치' 실현을 위한 시민운동의 핵심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울러 정보공개제도의 활용을 통해 지자체 수준에서의 정보독점을 타파하고, 나아가 관료와 업자의 잔치판으로 전락한 지자체 지배구조에 균열을 일으키는 시민운동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주민소송·주민소환·주민투표제를!

구체적인 주민참여 방법은 주민소송, 주민소환, 주민투표제도 도입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지방자치는 중앙정부로부터 지방정부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으로의 권한이양이라는 핵심을 짚어내고 있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 그 주민들이 주인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다른 주민들에게 '이렇게 합시다"라는 주민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이 제정된 지금 우리는 무엇부터 준비해야 할까? 남해는 다른 농촌 자치단체에 비해 주민운동이 나름대로 발전한 지역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주민운동이라고 하면 무조건 벽안시하는 경향도 강하다.

정말 우리가 오랫동안 중앙과 싸우면서 알게 된 지방자치 발전에 핵심적인 표제들을 되새겨보면 주민운동이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권한·자원·인재를 지역으로!"
"주민소송·주민소환·주민투표제도 도입!"
"자치경찰제와 교육자치제를 실현!"

그 날을 위해 우리는 오늘 좋은 주민운동단체부터 하나씩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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