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 판각지 이번엔?>
23일 개토제 갖고 5개월 간 발굴조사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발굴조사단은 12월23일 고현 관당성지 발굴조사를 위한
개토제를 갖고 본격적인 발굴작업에 들어갔다.
 


남해군이 가장 유력한 고려대장경 판각지로 추정하고 있는 고현 관당성지에 대한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군 문화관광과는 모두 1억8200만원의 예산을 편성,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에 관당성지 발굴조사를 맡겼다. 경남발전연구원 조사단(단장 이범홍)은 지난 23일 오전 11시 고현면 관당마을 앞 관당성지 현장에서 남해문화원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발굴조사를 위한 개토제를 갖고 본격적인 발굴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발굴조사의 목적은 관당성의 성격을 규명하고 복원을 위한 기초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발굴대상 면적은 관당성지로 추정되는 3000여평이며, 조사완료기간은 내년 5월 중순까지이다.
 
군이 관당성지에 대한 발굴조사에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지난 99년 군이 실시한 지표조사에서 대장경 판각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조각도 연마용 숫돌 등 유물이 발견돼 관당성이 고려대장경 판각을 담당한 남해분사대장도감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추정하기 때문이다.

군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건물이 서 있었던 윤곽과 대장경 판각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목재나 조각칼 등을 발굴해내고자 하는 것이다. 나아가 결정적인 증거물만 발굴한다면 대장경이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고고학적으로 입증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군이 굳이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군은 관당성이 대장경 판각지임을 입증해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이 제작된 성지로 만들 꿈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굴조사는 지난 92년부터 남해군과 군내 역사학자들이 조심스럽게 조금씩 진척시켜온 대장경 남해판각설을 입증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작일 뿐이다.

완벽한 발굴조사를 위한 예산을 확보하기 힘든 군으로서는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유물, 유구 등의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해 문화관광부로부터 발굴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이번 발굴조사는 시굴조사의 성격이 더 강하다.

이번 발굴조사를 맡은 최헌섭(41) 책임연구원은 "여러 차례 지표조사를 통해 관당성이 남해분사대장도감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반드시 그 증거를 찾아내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대장경 판각의 결정적인 증거가 될 목재나 조각칼이 발굴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발굴조사를 맡은 최헌섭 책임연구원과 지난 15년간 군 문화재 업무를 담당해온 문화관광과 김정렬 문화재담당을 만나 이번 발굴조사에 임하는 각오와 소감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관당성지 발굴조사 책임연구원 최헌섭씨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발굴조사단 책임연구원 최헌섭씨. 
  

"지나친 기대는 금물, 그러나 자신 있어"

지역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가장 큰 힘


99년 지표조사 참여, 남해유적 훤히 꿰뚫어

최헌섭(41·사진) 책임연구원은 남해와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99년 5월부터 11월까지 약 7개월 동안 남해군이 경남문화재연구원에 맡긴 '분사남해대장도감 유지확인기초지표조사'에 조사원으로 참여하면서, 또 삼별초 주둔지 지표조사와 서포 유허지 지표조사 등 남해에 관련된 각종 조사에 참여하면서 남해의 역사유적을 훤히 꿰뚫게 됐다.

이번 조사도 적은 예산에 많은 제출과제 때문에 모두가 꺼렸지만 그가 강력하게 주장해 용역을 맡았다고 한다.

▲발굴조사를 맡게 된 소감은.
=고려대장경은 보통의 문화재가 아니라 전 세계에 자랑할 우리 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알다시피 95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지 않았나. 지난 99년 '분사남해대장도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고현면 일원에 대한 지표조사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이곳 지표조사를 할 때, 기와·청자·도기·숫돌 등을 발견했었다. 그 때부터 관당성이 분사남해대장도감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세계문화유산에 관한 발굴조사를 맡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조사기간인 5개월 동안 함께 일할 조사원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핵심과제는
=관당성은 대체로 역사적 기록이 잘 나타나 있어 흔적은 사라졌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잡혀 있다. 이미 지표조사를 통해 관당성이 관청이나 관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는 관당성의 성격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물이 어떤 구조로 배치돼 있었는지 밝히는 것이고, 건물 주변에 묻혀 있을 대장경 판각에 쓰였던 목재나 조각칼, 숫돌 등 결정적인 증거를 발굴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군민들이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은 금물이다. 고고학은 가설을 증거로써 입증할 때까지는 입을 열지 않는 것이 정도이다. 그러나 자신감은 넘친다. 군민들이 많이 도와주었으면 한다.

▲유물이나 유구가 발굴된다면
=남해도 뜨고 우리 경남발전연구원도 뜰 것이다. 완벽한 발굴조사로 이어질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므로 차근차근 접근해야 한다. 남해가 세계문화유산을 탄생시킨 고장이 되길 바란다.

▲조사기간 동안 어떻게 생활하나
=관당마을에 조사팀이 묵을 자취방을 구했다. 주민들하고 안면을 턴지 오래됐기 때문에 외지라는 느낌이 덜하다. 주민들도 아주 잘 대해주고, 증언도 많이 해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 발굴기간 동안 지역 향토사학자들과도 토론을 자주 하고 싶다.


<인터뷰> 군 문화관광과 김정렬 문화재담당

  
 
  
15년째 남해문화재업무를 맡아보고 있는 군 문화관광과 김정렬
문화재담당.
 
  

"고려대장경 판각지 입증하는 게 소원"

15년간 조용히 문화재업무 챙겨온 일꾼


지난 87년 7월부터 군 문화재담당(기능직 8급)으로 채용돼 98년 1년 동안 건설과에 근무한 기간말고는 15년 동안 오직 문화재업무를 맡아오고 있는 문화관광과 김정렬(48·사진)씨.

군내 문화유적과 문화재관련업무에 그의 발걸음과 땀이 베이지 않은 곳이 없다. 그는 지난 92년부터 고려대장경 판각지와 관계된 일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기록해놓고 있었다.

지난 23일 관당성지 발굴조사 개토제를 마치고 난 뒤 그는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앞으로 많은 과정이 남았다"면서 차분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자료로 확보하고 있는 큰 철제서류보관함만 5개가 넘는다고 들었다.
=그냥 차근차근 쌓아 오다보니 그렇게 됐다. 서류보다는 문화재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많이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재산이자 보람이다.

▲이번 발굴조사에 임하는 소감은.
=남해가 대장경 판각지임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다. 이번 조사에서 결정적인 근거를 확보해 문화관광부로부터 본격발굴조사 예산을 확보해낼 수 있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 나의 임무이다. 조심스럽지만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남해가 세계적인 문화유산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바란다.

▲98년 경지정리를 막을 수는 없었나.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필 당시 건설과로 발령 받아 지하수 관련 업무를 보았다. 주민들이 강력하게 경지정리를 원해 군으로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유물이 묻혀있을 지질은 그런 대로 보존이 잘 돼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발굴조사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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