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아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2008년 마지막 버스 남흥여객 8757호 고장현 기사

 

2008년 12월 31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남부터미널 플랫폼에서 08년 마지막 운행의 시동을 건 남흥여객 8757호.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올해로 10년째 남흥여객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장현(설천 남양)씨. 08년 마지막 운행버스에 승차한 승객은 20명, 서울에서부터 4시간 30여분의 거리를 함께 달려온 뒤 해를 넘기기 5분전인 밤 11시 55분 읍 유림동 남흥여객 차고지에 고장현 씨가 8757호 버스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장거리 운전에 피곤할 법도 하건만 주차한 뒤, 승객들이 젖혀놓은 좌석과 차내에 남겨진 쓰레기들을 정리하는 그에게 지난해를 보내는 심정을 물었다.

그는 "일단 운전하면서도 그렇고 집안일도 그렇고 아무 사고없이 한해를 보낸 것이 다행스러울 뿐"이라며 어찌 보면 당연하고 달리 보면 너무나 어려웠을 한 해 소감을 전했다.

부인인 이미자 씨와 고장현 씨는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영빈과 3학년인 딸 명진이를 두고 있다.

고장현씨는 먼저 올 한해도 아이들 키우고 틈틈이 가정살림에 보태느라 한 해를 열심히 살아준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아들 영빈이와 딸 명진이에게는 바쁜 운전일로 인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전하면서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고 아빠도 새해에 열심히 할테니 너희들도 공부 열심히 해달라"는 당부를 전하며 애틋한 부정을 표했다.

그는 내년 소망으로 "남해가 더욱 발전해서 지금 일하는 회사에 일자리가 더 많이 늘어나 경기침체로 인해 도시로 떠났던 예전 동료기사들이 다시 돌아와 함께 일하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한 해, 도로 위에서 보냈던 수고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바람이 2009년 새해에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

 

 

 

새벽정신에 번지는 미소

 

새해 첫 날 새벽 5시 10분 창선행 버스에 힘차게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올해로 20년째 남흥여객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금선(읍 유림동)씨.

새해 첫 새벽의 찬 바람에도 어김없이 손님을 기다리다 출발을 서두르는 박 씨의 올해 소망은 무사고다.

여기에 좀 더 욕심을 부린다면 가족 모두가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다.

첫 대면에서 느껴지는 박 씨의 이미지는 말이 없고 무뚝뚝한 전형적인 아버지 상이다.

누구나 소박한 이야기로 여길 박 씨의 소망이지만 무뚝뚝함에서 묻어나오는 진실함을 느끼는 것은 과거 어린 시절 보았던 남해인의 전형적인 아버지 모습이라 생각해 본다.

어색함 속에 입가에 번지는 조그만 미소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새해 첫 날 첫 차를 함께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 꼭두새벽에 너무나 둘 다 직업에 충실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새벽정신을 함께 호흡하기 때문일까.

그렇다! 2009년 새해부터는 모두 새벽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새벽정신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가끔은 함박웃음은 아니라도 미소를 머금자.

새해 첫 날 새벽에 남해의 미래를 남을 현혹시키지 않는 박 씨의 진실한 무뚝뚝함에서 그리고 찬 바람에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 성실함에서, 그리고 그 속에서 번져나오는 건강한 입가의 미소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본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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