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박람회와 학원 등지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모습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작년 7월 현재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20대 비경제활동인구는 257만 6000명.

IMF 후폭풍을 맞고 휘청한 30대 초반의 백수들까지 합치면 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취업준비생, 청년백수의 수는 날로 늘어가는 반면 올해 신규채용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돼 아직 청년백수 최고점이 어디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간 젊은이들이 ‘신의 직장’으로 생각했던 공공기관, 공기업, 공무원도 올해 시행되는 시험응시 연령 상한제가 폐지되고 작년 초부터 시작된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축소, 통․폐합 논의들로 그간 공공부문 취업준비에 열을 올렸던 사람들에게 진로를 다시 고민케하고 있다.

2009년 새해 우리 주변의 취업준비생과 백수들의 취업 준비와 그들의 새해 소망을 들어봤다.<편집자주>

<사례 1>

공무원시험을 2년 넘게 준비 중인 김 모(26)씨에게 시험 응시 연령 상한제 폐지 등의 공공부문 취업관련 소식은 달갑지 않다.

그는 “불안정한 직장을 그만두고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꿈꾸며 시작했던 공부이기에 쉽사리 진로를 바꾸기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너버린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치열해질 공무원시험에 올 한해 모든 것을 걸 계획이라고 전했다.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에도 친구들 연락을 피하기 위해 전화기까지 꺼놓고 도서관에서 보냈다는 그는 새해를 맞는 심정을 묻는 말에 “그냥 그날이 그날”이라는 말로 자기의 심정을 덤덤히 전했다.

내년도 국가공무원 채용 규모가 올해보다 1600여명 줄어든 3200명으로 발표되고, 지방공무원 채용인원도 5000여명 가량 대폭 축소될 예정이라 김씨의 여정이 그리 쉬워보이지 않게 하는 소식들이 가득 하지만 도서관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그의 열정으로 이겨 내리라 믿는다.

<사례 2>

작년 한 해를 휩쓴 경기불황으로 그나마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포항에 사는 향우 이 모씨(31)는 ‘가장(家長)백수’다.

대학 졸업 후 외국어학원, 자격증 공부 등을 하면서 그럭저럭 스펙(취직에 필요한 학력, 학점, 외국어구사능력 등을 합쳐 이르는 말)을 갖춰 한 자동차회사의 협력업체 설계생산부서에 취직하고 결혼까지 했지만 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의 바람에 그는 더 이상 가정을 꾸려가야 할 가장으로서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직장’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

아내와 상의 끝에 내린 결정은 국비지원 직업훈련원을 통한 자기개발.

아직 아이가 없고, 아내가 경제적인 사회활동을 아직 하고 있는 점 등이 그의 어깨에 눌린 가장의 부담을 조금 덜어줬다.

그는 지금 직업훈련원에서 새로운 그리고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 그가 이전에 갖췄던 스펙과는 다른 또 다른 스펙을 준비하기 위해 분주한 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불안한 직장생활을 해 본 경험이 오히려 더 ‘독하게’ 안정적인 직장을 구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며 2009년 새해 안정된 직장과 올해 태어날 2세, 두 가지 선물을 기대하고 있다.

<사례 3>

청년백수의 공포는 비단 학교울타리를 떠난 사람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서울소재 대학 2학년인 김모양도 새해를 임용고시학원 근처 고시원에서 맞았다.

학교 방학과 동시에 서울 노량진의 한 임용고시학원에 등록해 임용고시 준비를 하면서도 졸업 이후 진로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란다.

김 양의 친구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들 스펙을 갖추기 위해 어학원에 다니고 김양처럼 고시원에 적을 두거나, 대기업 인턴 채용에 응시하면서 현장경험을 쌓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인재상도 예전 전공, 학점, 토익, 토플로 대표되는 어학능력 등으로 판단하던 채용기준을 특이한 경력이나 경험이 다양한 사람들을 주로 채용하는 형태로 바뀌면서 공공기관 인턴이나 대기업 인턴 경력이 취업 못지않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한다.

실례로 얼마 전 관세청, 서울시 등 전국 각지의 지자체에서 청년실업해소를 위한 인턴사원 채용에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사무직 인턴 모집경쟁률은 192:1을 기록하기도 했다.

새해,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새해소망은 이 세상사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겠지만 200만 청년백수시대를 사는 ‘백수’들의 소망은 한결같다.

올해는 내가 꿈꾸는 직장, 내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되기를...

2009년 한 해 그들이 꿈꾸는 모든 소원들이 요 근래 인기 있었던 광고 카피처럼 “생각대로” 하면 되길 바란다.

/정영식 기자 jys23@namha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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