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지침 상 고사장 설치 어렵다’
군내, ‘예외규정 필요하다’ 목소리 높아

▲ 고등학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위해 학습에 매진하고 있다
한 달 여 뒤인 11월 13일에 치르게 될 수학능력시험 때문에 올해 고3 수험생인 김 군은 걱정이 앞선다.
평소, 다른 친구들과는 비교적 먼 지역에서 스쿨버스로 등하교를 하고 있는 김 군은 수능시험 당일 5시 30분까지 학교에 도착을 해야 한다.
학교에서 모여 대절버스로 수능시험장인 진주까지 가야 하기 때문에 새벽밥을 챙겨먹고 나서야 한다.
시험도 시험이지만 새벽잠이 많은 김 군이기에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 지부터가 걱정이다.
꼭두새벽에 버스는 물론 택시도 없는 마을에 살고 있어 학교로 제 시간에 도착을 하려면 부모님의 차를 타야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부모님도 새벽에 일어나는 것에는 익숙지가 않다.
제 시간에 일어난다 해도 컨디션이 엉망일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하고는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가 않다.
미리 맞춰둔 알람이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운 좋게 일어 난다해도 그날 하루는 평소와는 달리 피곤함이 일찍 찾아왔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수학능력시험에 하루하루를 마무리 학습에 매진하고는 있지만, 가끔씩 ‘우리 군에도 수능 고사장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리고 곧 뒤따르는,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본다는 억울함.
그러나 어쩌겠는가.
수능이 처음으로 치러졌던 1994년도부터 이미 수천 명의 수험생들, 우리의 선배이자 후배, 아들, 딸들이 겪어왔던 심정이다.
"군내에 수능 시험장이 설치 될 수 있었다면 벌써 생겼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만다.



과거, 군내의 수험생들은 수능을 치르기 위해 하루 전날 수능 시험장이 있는 진주로 가서 여관에서 자거나 당일 새벽에 남해에서 진주로 향했다.
대학진학을 위해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어쩌면 인생이 갈릴 수 있는 시험이라는 중압감으로 시험전날 여관에서, 집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군내의 대부분의 고등학교들이 시험 당일 날 새벽에 대절버스를 이용해 진주로 가고 있는 요즘은, 수능 시험장이 있는 도시의 학생들에 비해 새벽부터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는 군내의 수험생들은 불이익 아닌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군내에도 수능 시험장을 설치하는 목소리가 10여 년 전부터 있었고 현재까지 매년 꾸준히 요구되고 있지만 실현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경남도교청은 군내에 수능 시험장이 설치가 안 되는 이유로 군내 수험생수와 그에 따른 비용 증가, 관리 등을 들고 있다.
이 이유들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업무처리지침에 따른 것으로 도교육청은 군내에 수능시험장이 설치가 되기 위해서는 수험생 수가 1천 여 명 이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올해와 4~5년 사이 군내의 수험생 수는 500명에 못 미친다.
수험생을 둔 한 학부모는 “우리 수험생들은 올해 11월 13일에 있을 수능도 진주에서 치러야 한다. 어쩌면 내년도, 후 내년도 시간에 쫓겨,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인생의 갈림길이 될 수도 있는 수능을 진주에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운영위원장협의회는 몇 년 전부터 군내에 수능 시험장을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행정에서는 할 일이 없다, 정해진 지침에 따라야 한다’ 는 등의 입장으로 행정과 교육계는 학운위협의회에 많은 힘을 실어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선고등학교업무를 관장하는 제일고등학교의 한 관계자도 “남해군과 같은 곳은 전국에도 많이 있는데 남해군에만 설치된다면 그것은 편법일 수밖에 없다”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한 군민은 “지침이 그렇게 정해져 있다고 해서 포기해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정해진 지침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한 학교운영위원장은 “남해와 같은 곳이 많다는 것은 바꿔 생각하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학생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남해와 같은 도서지역학생들을 위해서는 수능시험장 설치 지침에 예외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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