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춘 표(시인, 재경향우)
따뜻한 봄날 햇살이 환하면 나뭇잎이 피어나듯 즐거운 기쁨이 약동한다. 봄바람도 아득한 허공에 노래하면서 골짜기 시냇가에 나뭇가지 사이로 떠돌아다닌다.

푸른 하늘과 덧없는 흰 구름이 봄 물결 햇살과 함께 마치 강물 속에 비단을 빠듯이 아름다운 연두 빛 햇살에 비춰온다.

푸른 바다 조수위에 하얀 포말 흰 물결이 해안으로 밀려오고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산 아래 구름바다 위를 신선이 되어 훨훨 날아오르고픈 남빛바다 산 위에는 푸른 하늘 그대로 화창하기만하다.

봄이 오는 숲속에는 신록의 기운이 풋풋하게 크고 작은 꽃나무에 묻혀있다.

이런 저런 경계를 바라보며 지겨운 줄 모르고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려온 따뜻한 봄 볕 아래 문득 지나가는 계절 속에서 덧없는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기도 한다.

마음은 어린 시절의 그날이 그립기도 하고 객쩍게 덧없기도 한 세월 계절이 변화하는 동안 씻어도 잘 씻기지 않는 마음의 자락이 간지러 하도록 고요히 내면에 사무친 아버지 고향 그리고 내 고향 담도 대문도 없이 언제나 바라보이는 남빛바다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소중한 기억의 향수 그리움이다.

고향산천은 영원한 마음의 안식처로 언제나 동경하며 남빛 바다의 향수에 젖어보는 푸른 소나무 숲 섬마을은 온갖 새들의 노래 소리 높이 솟아 해조음 노을빛에 붉게 물들면 서녘 하늘 끝에서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이 아련히 떠오르기도 한다.

어머니의 애정은 무상(無償)의 행위로 한사람의 가슴에 종생토록 많은 마음의 빗을 안겨놓은 듯 내려주신 사랑은 너무나 고귀하고 숭고하다.

강진만 저녁노을 꽃구름은 하루 종일 바람과 벗 삼아 놀다 저물녘 석양에 연기처럼 피어올라 하늘에 솜이불을 덮으면 삼라만상의 변화는 어쩌면 내 마음 같기도 하다.

호수같이 맑은 바다 위로 노을빛이 물들이며 물결이 일렁이고 해지고 나면 황혼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바람 따라 넘어간다.

봄물이 푸르고 햇빛이 환할 때면 남촌의 향기 산 너머 초록 물결 햇살이 부셔오고 허공위로 흰 구름 피어오를 땐 접어두었던 내 지난 유년의 꿈이 떠오른다.

한 폭의 명화처럼 고을살이 하실 때 애별의 세상 모두 자취 없이 바람 따라 사라지고 고요한 정적 애잔한 석양빛이 애상으로 피어올라 눈부시게 시리다.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하였는가?

봄 하늘에 만물을 보니 풀 한포기 나무 한 그루도 근원의 뿌리에서 생명이 솟고 사람의 몸을 돌아보면 어제의 네 모습이 오늘의 내 모습으로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되는 게 세상의 순리다. 시끄러울 땐 한가로움을 잃듯이 내 마음 한가로이 어머니를 마음속에 형상해보며 시구를 이어본다.

어버이 살았을 때 /섬기길 다 하여라 /돌아가면 모두가 /허사고 後悔로다 / 歲月은 덧없이 /기다려 주지 않아 / 내 또한 /그 길을 가게 되나니,

아름다운 고향의 향기가 숨소리로 곁에 있는 푸근한 향취에 눈이 감기고 추억해보는 노을빛 고향 하늘은 지금도 대나무 숲 갈바람이 내 가슴에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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