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행정안전부가 전국 단위로 주민자치회 제도를 본격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함에 따라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될 것인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시범사업 형태로만 머물러 온 주민자치회가 이번에 제도화되고 권한과 운용체계가 바뀌는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난 14일 최근 주민자치회의 전국 단위 본격 운영을 위한 세부 매뉴얼 수립에 착수하며 내실화 작업을 공식화했다. 이는 법적 근거 미비와 실행 권한 부족으로 지방자치의 한계를 드러냈던 기존 시스템을 혁신하고, 주민의 직접 참여를 실질적인 정책 반영으로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주민자치회 지위 변화
그동안 주민자치회는 지난 2013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시범적으로 설치·운영될 수 있는 근거만 마련됐을 뿐, 이후 10여 년간 법제화가 지체돼 1300여 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에 머물렀다. 이로 인해 수렴된 주민 의견이 정책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정책 추진으로 주민자치회의 지위는 근본적으로 바뀐다. 행안부는 현재 ‘국가균형발전법’에 있는 시범사업 규정을 ‘지방자치법’으로 옮겨 주민자치회를 법적 지위를 갖춘 공식 기구로 격상시키고 전국에 전면 실시할 방침이다. 주민자치회는 단순한 시범 단계를 넘어 지역 문제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실질적인 주민자치 조직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할 전망이다.
재정 독립성 확보
정부는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는 계획도 함께 추진한다. 우선, 기존 운영 지역의 정책 반영 성공 및 실패 사례를 비교 분석하여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 운영을 위한 시스템을 새로 구축한다.
특히, 재정 문제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지원을 제도화하고, 주민세 등을 활용한 주민자치기금 조성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는 영국의 교구회(Parish Council)처럼 자체 재정 확보를 통해 자치 활동의 독립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아울러 민·관 합동 운영 방안이나 다른 사업·제도와 연계해 실효성을 확대하고, 지방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는 맞춤형 시스템을 논의할 예정이다.
주민자치회 제도 변화와 관련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난 14일 주민자치회를 새 정부의 역점 사업으로 지목하며 직접 힘을 보탰다. 윤 장관은 “주민자치회를 전국에 확대해 주민의 직접 참여를 끌어내고 사회연대경제를 통해 공동체가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해 우리가 겪는 지방소멸의 위기, 균형발전의 과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주민자치회를 담당할 ‘자치혁신실’ 신설을 공개하며 “윤호중표 지방자치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행안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자치회에 대한 세부 개편안을 수립하고 법제화 작업을 추진하여, 오랫동안 지연되었던 주민자치회 활성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의 입법 동향
주민자치회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4년 7월 주민자치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된 이후 최근까지 주민자치회의 실질화와 제도적 지원요건 강화 등을 촉구하는 내용들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주민자치회의 실질화를 주장하는 의원과 시민단체들은 “(주민자치회)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되고 있는 현 체계를 개선하려면 지위와 역할이 법제화되어야 한다”며 “주민이 주인이 되는 생활자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국가와 지자체의 행정·재정지원 의무가 법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말하며 주민자치회를 법정기구화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자치 관련 전문가들은 주민자치회 제도화가 지역균형발전, 지방소멸 대응 등 국가적 과제와 맞물린 만큼 국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주민자치회의 법적·제도적 기반이 구축되지 않으면 정부가 추진하는 전국 단위 운영계획도 실효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한편에서는 주민자치회 관련 입법안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입법 동향을 보면 국회 차원에서 주민자치회 제도의 법률적 기반을 마련하고, 운영·권한·지원체계 등을 제도화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다만 본회의 통과 여부와 향후 제도 설계 세부 내용이 실제 현장에 얼마나 구현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주민자치회의 활성화 계기로 작용할지, 아니면 제도화가 형식에 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