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문학사를 새롭게 정리하고 조명하는 ‘남해의 근현대 문학인 재조명전’이 지난 15일 제16회 김만중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남해유배문학관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2025 고향사랑 방문의 해’를 맞아 남해의 문학적 자산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으며 그 내용을 담은 자료집도 함께 발간했다. 유배문학과 함께 남해 현대문학의 뼈대를 세우고 남해가 ‘문학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이 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기획전시와 자료집 발간의 목적은 남해 출신이거나 남해에 살면서 문학적 인연을 맺은 근현대 문학인 200여 명의 발자취와 문학적 성과를 한눈에 보여주는 데 있다. 남해유배문학관 김임주 기획운영팀장은 “그동안 남해의 근현대 문학인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가 없었다”며 “이제라도 그 맥락을 정리해두지 않으면 기억에서도, 기록에서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자료 조사와 기록 작업은 지난 4월 김임주 팀장이 틀을 잡고, 제3회 김만중문학상 대상 수상자이기도 한 임종욱 작가가 약 6개월간 방대한 자료를 모아 정리했다. 자료집은 감수와 자문을 해준 양왕용 선생을 비롯해 이상범, 이처기, 백시종, 박윤덕, 김현근, 송홍주, 고두현 등 많은 문인들의 도움을 토대로 완성됐다.
남해의 근현대 문학인 재조명전은 남해 지역 문학의 깊이를 재발견하고 한국 문학사에 기여한 남해 근현대 문학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특별 기획전시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육필 원고를 지켜낸 정병욱 선생의 자료가 특별 대여 전시되면서 의미가 더해졌다. 남해 출신임에도 타 지역에서 더 많이 조명되던 정병욱 선생의 역할을 다시 환기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 할 수 있다.
전시회 개막과 동시에 발간된 자료집 『남해 근현대 문학인』 역시 의미가 크다. 이 책은 남해 출신 문인과 문필가, 향토학자를 두루 찾아 그들의 문학적 여정을 정리했다. 남해 출신이 아니더라도 남해에서 문필 활동을 했거나, 남해로 귀촌해 활동하는 분들도 포함시켰다. 김 팀장은 “책 한 권에 그분들의 삶의 이력과 작품을 모두 실을 수는 없었지만, 핵심 정보와 대표작을 담아 관심 있는 이들이 더 찾아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남해의 향토문학 동인지인『남해문협』『화전문학』『남해문학』 등을 모아 전시한 점도 주목된다. 이 전시물은 지역 문학 공동체의 역사와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며, 일부 창간호는 주민과 문인들로부터 어렵게 기증받아 전시가 가능해졌다.
전시회는 다음달 8일로 종료되지만, 남해유배문학관은 이를 ‘시작’으로 보고 있다. 김임주 팀장은 “이번 전시는 첫걸음이다. 앞으로 1~2년 더 조사하고 자료를 보완해 증보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 종료 후에는 상설전시로 전환하는 방안도 계획 중이다. 특화된 공간이 부족한 상황을 고려해 유배문학관 내부에 별도 상설 코너를 마련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자료집 내용을 온라인에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유배문학관 홈페이지 업데이트를 통해 온라인 아카이브로의 확장 계획도 밝혔다.
남해의 근현대 문학인 재조명전은 잊혀가던 지역 문학사를 복원하고, 남해 문학을 새롭게 해석하는 첫 시도다. 기록되지 않은 문학인들을 찾아 이름을 불러주고, 그들의 작품을 세상 앞에 다시 세운 이번 전시는 남해가 문학의 섬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