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남해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를 위한 남해관광문화재단의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 ‘남해 유턴인재 육성지원 사업’이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됐다. 남해 유턴인재는 고향 남해를 떠났다가 돌아온 이들을 칭하는 말로, 다양한 분야의 배경과 경력을 가진 참가자들이 남해에서의 삶과 일을 결합한 창의적 시도를 선보였으며, 총 다섯 팀이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본지는 이 유턴인재들의 이야기와 사례를 통해 남해에서의 정착·창업 가능성을 다방면으로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 첫 ‘유턴인재’는 대상을 수상한 남해해성필렛 박현석 대표다. 박현석 대표는 고향인 미조면으로 돌아와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성필렛’이라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기존 생물고기 중도매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닿는 유통 혁신형 필렛(뼈를 발라낸 순살 생선) 사업으로 확장하며 지역 수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 주>
남해 미조면에서 생선 필렛 전문 브랜드 ‘남해해성필렛’을 운영하는 박현석 대표는 올해 남해관광문화재단의 유턴인재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부산에서 요식업을 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가두리양식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어업 기반을 이어 발전시키고, 남해 수산물에 새로운 가치를 더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지난 몇 달은 ‘수상’이나 ‘승승장구’보다는 ‘시련’이나 ‘생존’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만큼 거센 파도를 맞았다.
9월 ‘적조’로 겪은 일생일대의 위기
지난 9월, 박현석 대표는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었다. 부모님과 함께 가두리양식장에서 키운 고등어 4만여 마리와 참돔 5만여 마리가 적조로 불과 4~5일 만에 전량 폐사한 것이다.
“1년간 키운 출하 직전의 고등어와 3년간 키운 참돔 성어였어요. 4~5일간 폐사해 떠오르는 물고기를 지켜보면서 정말 정신이 없었어요. 피해액이 2억 원쯤 되는데 고등어는 보험도 안 되는 어종이라 사실상 전부 잃은 셈이죠.” 그는 참돔 피해액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액수만을 보상받은 당시를 떠올리며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정말 흔들렸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주저앉을 시간은 많지 않았다. 고등어를 주력으로 하던 판매를 멈출 수 없었고 거래하던 업장과의 신용도 지켜야 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가까운 양식장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나온 물량을 확보해 사료를 더 주며 다시 키웠고, 다른 생선 품목을 발 빠르게 개발해 대응했다. 올해 5월만 해도 2종뿐이던 취급 상품은 고등어와 참돔 외에도 우럭, 삼치, 농어 필렛과 구이용 등 8종으로 늘렸다.
“고등어만 믿고 갈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서 광어, 방어, 멸치, 밀치 등 품목을 다변화하고 필렛 제품군을 더 안정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남해 생선의 진가 알리고 싶어”
해성필렛의 경쟁력은 ‘신선도’에서 시작된다. 박 대표는 당일 확보한 활어를 24시간 내에 손질·가공해 택배로 출고한다. 위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작업 과정도 3단계로 세분화했다. “고기가 가장 좋은 상태에서 피와 신경을 제거하고 바로 손질해요. 유통 단계를 줄여서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낼 수 있는 것도 강점이지요.” 실제로 그의 제품은 전국 각지의 업장과 개인까지 거래처가 늘고 있으며, 최근에는 사우스케이프에서도 꾸준히 주문받고 있다.
박 대표는 남해 생선의 ‘진짜 가치’를 알리는 일에도 의미를 둔다. “남해 미조 어민들은 고기를 정말 잘 키워요. 그런데 전국적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죠. 저는 우리 지역 수산물의 품질을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포장 개선과 HACCP(해썹) 인증 가공공장 설립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놨다. “지금은 진공포장에서 스킨 포장으로 바꾸려고 준비 중이에요. 품질을 시각적으로 더 잘 보여줄 수 있기 위해서이지요. 앞으로 5년 안에 해썹 공장을 만들어 대형마트나 수협, 백화점 입점까지 도전할 생각입니다.”
6년 만에 남해를 강타한 적조 피해 직후, 박현석 대표는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섰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박 대표는 “그래도 꾸준히 하면 반드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지만, 결국 버티면서 신선하고 좋은 품질의 생선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해의 좋은 생선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릴 때까지 계속 해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