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랑정원에서 채집한 꽃과 허브 스머지스틱을 보여주고 있는 서영현(왼쪽) 교사와 신혜란 치유농업사
살랑정원에서 채집한 꽃과 허브 스머지스틱을 보여주고 있는 서영현(왼쪽) 교사와 신혜란 치유농업사

남해 도마초등학교(교장 김행식)가 제21회 생활원예·치유농업 경진대회에서 생활원예 학교학습원 분야 국무총리상을 받게 됐다. 전국 18개 수상작 가운데 최고의 영예를 안은 도마초의 ‘살랑살랑 바람결 정원’은 학생, 교사, 교직원 등 학교구성원 모두가 함께 만든 생태정원으로, 지속가능한 농법과 치유농업의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25일 있을 예정이다.

아이들이 정원 디자이너로 나서다 

전교생이 45명인 도마초는 학교 숲과 정원, 텃밭 배움터 등 환경 자원을 기반으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융합한 생태전환교육을 해왔다. ‘정원’의 기획과 운영을 이끈 서영현 교사는 지난 1학기 초 텃밭 수업을 넘어 지속가능한 생태전환교육을 고민하던 중, 치유농업사인 신혜란 마을교사와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3~4학년 학생 16명을 중심으로 ‘퍼머컬처’(지속가능 생태디자인) 원리를 적용한 8회기 프로젝트를 4월 말부터 시작했다. 친환경농법으로 반려식물 가꾸기, 생태순환 텃밭 정원 만들기, 정원 작물과 친구 되기 등 초등학생 눈높이에 맞는 주제별 수업을 진행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그런데 ‘퍼머컬처 디자이너’라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기자 놀라운 몰입도를 보였죠.” 아이들은 퍼머컬처 이론수업을 듣고 나서 직접 디자인을 구상하고, ‘후글컬처’ 기법으로 구덩이를 파서 낙엽과 통나무, 유기물로 두둑을 쌓았다. 이렇게 해서 두 교사와 학생들은 달팽이 존과 유(U)트랩 정원, 생태연못 등을 완성했다.

신혜란 마을교사는 수업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아이들이 수업 때 배운 개념을 기억해 다음주에 바로 적용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수업은 제가 이끌었지만 선생님과 학생들이 정원을 일구고 교장, 교감 선생님, 주무관님들까지 나서서 도와주시니 정말 놀랄 만큼 정원이 빠르게 진척됐지요.” 

신혜란 치유농업사는 개인적으로 오는 25일(토) 한국퍼머컬처협회로부터 ‘퍼머컬처 올해의 루키상’을 받는다.

이번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게 된 도마초의 살랑살랑 바람결 정원. 사진은 지난 6월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팜파티를 열었을때 장면
이번에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게 된 도마초의 살랑살랑 바람결 정원. 사진은 지난 6월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팜파티를 열었을때 장면

유휴지가 생명과 배움의 터전으로

정원의 시작은 학교 급식소 신축 후 생긴 빈터에서였다. 잡초와 쓰레기, 시멘트 조각, 폐유리가 섞인 땅이었지만 햇빛도 충분히 받는 곳이어서 환경적으로 괜찮았다고. 아이들과 교사들이 함께 쓰레기를 치우고 땅을 일궜다. 처음엔 3~4학년이 중심이었다가 전교생과 교사들이 일정을 협의해 동참했다. 

도마초 생태정원은 약 600만 원의 예산으로 조성됐다. 대부분의 재료는 학교 주변의 자연물을 재활용했다. 벽돌, 디딤돌, 나뭇가지, 돌멩이 하나까지 아이들이 손수 주워 모았다. 아이들은 허브와 채소, 꽃, 과실수를 자신의 반려식물로 삼아 심으며 허브 스파이럴 형태의 달팽이 정원과 유트랩 정원 등 각자의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 우연히 발견해 교사와 아이들이 조성한 생태연못은 이후 개구리, 반딧불이, 도둑게, 미꾸라지 등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됐다. 아이들은 자신이 심은 식물의 이름과 특징을 줄줄 외운다. 

정원 이름 ‘살랑살랑 바람결 정원’은 아이들의 제안에서 비롯됐다. 살랑 부는 바람처럼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지금 ‘살랑정원’에는 메리골드, 가지, 블루베리, 딸기, 앵두나무, 보리수, 허브류, 수생식물 등 200종에 가까운 식물이 자라며 그 덕에 각종 곤충과 새 등 찾아오는 생물 종이 다양해지면서 생태계가 두터워졌다고. 정원 안 디딤돌에는 아이들이 각자 심은 꽃에게 쓴 편지가 적혀 있다. 이곳은 단순한 정원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보듬는 공간이 됐다. 

서영현 교사는 “이 정원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해지고 꽃이 자라는 걸 보면 힘이 난다” “놀이터보다 정원이 더 재밌는 놀이터가 됐다”는 학생들의 말을 전하며 “그게 치유농업의 진짜 힘”이라고 말했다. 교직원과 학생들은 프로젝트 수업이 종료된 후에도 ‘살랑특공대’를 결성해 정원을 가꾸며 허브비누, 리스 만들기 등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살랑정원은 블루베리, 딸기, 오디, 보리수 등 다년생 작물을 추가로 심으며 숲 정원으로 확장 중이며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경진대회 심사위원들은 “작은 학교의 공간이 아이들의 배움과 치유, 공동체의 힘으로 살아났다”며 현장 심사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1차 심사인 국민투표에서도 큰 학교들을 제치고 전국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다. 서영현 교사는 남해군민들의 열띤 참여 덕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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