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 유림동)
모두가 잠이 든 깊은 밤 중 한잠 자고 깨어 다시 잠이 쉽게 들지 않으면 쓸데없는 공상도 하게 되고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볼 때가 있습니다.
옛날 젊었을 적에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4~5명 정도 모여 앉았다가 자연스레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을 우연히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 죽음인지, 또 죽을 때 잘 죽어야 될 텐데’ 라며 걱정들을 하고 계셨습니다. 살아서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죽는 것 또한 중요하게 여기게 되는 것이겠지요.
이젠 세월이 많이 흘러 나이가 제법 많이 들고 보니, 제 자신도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잘 살아가는 것을 ‘웰빙(Well-being)’, 잘 죽는 것을 ‘웰다잉(Well-dying)’이라고 하지요. ‘버킷 리스트’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의미가 죽기 전에 꼭 해 보고 싶은 일을 적어 놓은 목록이라 합니다. 죽기 전 살아 있을 때 후회할 일들을 줄이자는 뜻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만 후회할 일들을 줄일 수 있을까요? 대체로 많은 사람들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마음껏 사랑해 주지 않았던 일, 누군가를 원망하고 미워했던 일 등등을 후회하게 된다고 합니다.
임종을 앞두고 후회하는 것들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들을 좀 더 많이 했었더라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조금 더 겸손하고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나쁜 짓을 하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더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고 삶과 죽음의 의미를 깊이 생각했더라면 등등 후회로 남는 것들이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들이라고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겠지만 주변 사람들을 돌보아 주는 여유도 필요하고 성공 앞에서도 겸손해야 하며 감정을 절제할 줄도 알아야 하고,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쁜 짓을 많이 저지른 사람들은 죽는 순간 짙은 후회로 괴로워 한다고 합니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들은 지옥 갈까 봐 무섭기도 하고 저세상이나 저승이 두려워진다고 합니다.
인간은 본래 선한 존재인데 이를 거스르고 악행을 저질렀다면 죽음 앞에서 절망하고 후회하게 된다고 합니다. 사는 동안 내내 착한 일만하고 살아온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으리라 여겨지는데, 지나간 세월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니 남은 세월이라도 어질고 착하게, 부끄럽지 않고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좋은 기억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는 ‘엔딩노트(Ending note)’라고 하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죽기 전 정신이 남아 있을 때 꼭 하고 싶은 말이나 반드시 하고 싶은 일들을 기록하고 반성하는 일들을 이 노트에 기록해 둔다고 합니다.
생(生)을 마감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어질고 착하게 살아가도록 다짐하고 명심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소중한 임무가 아닐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