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우리에게 자연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까요. 물론 당장 그 의미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막상 대답하려면 망설여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연이란 범위가 너무나 광범위한 데다, 그 영향력 또한 말이나 글로써 나타내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심오하기 때문입니다. 당장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산, 나무, 숲, 흙, 물, 공기, 풀, 돌, 바위 등이 그렇고, 따스한 햇살과 대지를 흐르는 공기와 산소 그리고 낮과 밤, 내면과 외면을 아우르는 지기(至氣)의 속성이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물론 통상적으로 자연이라 칭하는 대상에 나무와 숲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유기물, 무기물, 광물은 물론이고 이미지와 색상, 성격, 기질, 생태, 공존과 소통 능력, 상생과 협업까지 망라하기에 자연의 실체는 실로 무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에다 추론 감각과 에너지 작용까지 곁들여진 자연은 그야말로 우리의 생명을 잇게 하는 동질적 기화로 존경받고 공경하여야 할 대상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이 모든 섭리를 헤아리면서 특히 주목하는 것은 내 마음을 어떻게 지니느냐에 따라 자연이 덩달아 반응한다는 것이며, 이를 통용할 극소입자는 어디에든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간섭하지 않는 곳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치에서 보면 우리가 만드는 모든 형상은 생각이 뭉쳐 세상에 나타난 것이며, 세상을 이루는 실체 또한 그 속성에서 보면 각기 생각 입자가 모여 활동에 응함으로써 현실에 나타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것은 상호 공존과 함께 믿음과 사랑의 입자가 서로를 연결해주는 촉매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공존은 믿음과 사랑으로 상생하는 질서가 있기에 시비지심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들은 오직 생각, 감각, 감정, 기운으로 상호 교감하면서 순연한 질서와 상보, 상생의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함께 아우르며 살아갑니다. 그들의 상생 행보는 사람의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이나,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형, 색, 미로 연계된 심미안이 곁들여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심리를 안정하게 하고 더위를 식혀줄 기능마저 보유하고 있는 녹색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외형으로 보이는 형상으로서도 녹색은 차분한 색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 내밀한 속성에서 녹색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한한 가능성마저 지니고 있습니다. 당장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녹색 잎을 보더라도 최초 잎은 형상이 없는 잠재된 기운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통하여 덩어리를 만들어내고 녹색이라는 고유의 성질을 갖습니다.
이러한 과정도 차원 변화를 통해 야만 생성이 가능하듯, 녹색 역시 최초 입자에 빛이 투영되어 색으로 나타나고 그 색 입자의 속성이 잎으로 형상화되는 여정은 단순함을 넘어 전체 우주의 협력으로 함께 이루어지는 차원 변화라는 사실입니다. 이 최초 입자의 형성에서 보면 녹색이란 이미지도 결국 입자의 뭉침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기에, 그 기국 따라 형성되는 만상의 위대함을 어찌 경외하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
비유하면 같은 비와 이슬을 맞으며 자라도 사과나무는 사과잎과 색이 열리고, 감나무에는 감나무잎과 색이 열리는 것을 보면 각기 나무의 속성인 입자의 잠재성은 기억과 경험, 믿음이라는 차원 높은 감각으로 승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우리의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렵다고 하여도, 현상적으로 보이는 푸른 이미지에다 차분함이 연상되는 녹색은 우리에게는 치유와 안정이라는 지혜를 주기에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에 주변의 산이 녹색이 아니라, 주황색이나 빨강색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마 산과 들판 할 것 없이 온통 붉은색으로 장식되어 있다면, 정서는 물론이고, 감정에도 심각한 이상 증세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만큼 녹색이 지니는 색감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유의미한 사실을 목도하면서 녹색이라는 기억 입자가 왕성한 활동을 통하여 기존의 인식에 의지하면서도 새롭게 탈바꿈할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해 봅니다.
전혀 새로운 의식이란 다름 아닌 색채를 통한 감정의 순화 능력입니다. 우리의 마음이나 감정은 기분의 정도나 상태에 따라 색상이 수시로 변하는데, 노여운 감정이 일어나면 붉은 색상이, 기쁨에 겨우 면 장밋빛 형상이 자리합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개되는 이러한 색 감각을 유추해보면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색이 지니는 상징성은 심리와 건강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개개의 성향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이런 색 담론에 유념하여 이 순간 나의 얼굴이 붉은색인가? 아니면 푸른색인가? 노란색인가? 하얀색인가? 아니면 검은색인가를 바라보며, 심리적 연상으로 오늘 내 마음을 사로잡은 감정은 무엇인가 자문해본다면 어떻겠습니까? 기쁘고 감사하고 사랑이 가득한 색감이라면 한층 밝고 경괘한 색감이 드러날 것이요, 반대로 분노와 두려움, 긴장과 불안에 사로잡힌 감정 색이라면 마음에 불편이나 분노의 기세가 드리워져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럴 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거울을 바라보면서 심호흡으로 녹색을 연상해 본다면 한결 안정적인 심리를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색으로 사람은 물론 온 생명의 감정을 조율한다는 논리가 비록 불연(不然)처럼 들릴지라도 우리가 이를 감내해야 하는 것은 색상 에너지 입자가 성품과 마음과 몸의 향상성을 촉진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