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녹음이 절정을 이루는 가정의 달 5월입니다. 비록 이상 기후로 변덕이 심한 5월이지만 그래도 5월, 가정의 달 의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는 사람이 태어나 천혜의 심성을 지닌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어버이날은 이 세상에 태어나 건전한 삶을 영위하도록 도움을 주신 부모님에 대한 은덕을 기리는 날이고, 스승의 날은 완전체 인격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지적 정서적 지혜를 주신 은사에게 감사를 기리는 달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5월은, 한 사람이 태어나 완전한 인격으로서 성장해 가는 데 필연적인 보은의 요건을 갖춘 고마운 달이라는 점을 상기해봅니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어린이날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합니다. 한 사람의 인격의 모체가 되는 성격, 행동, 심리가 어린 시절에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가 태어난 후 만 3세에서 7세까지는 부모의 양육을 받는 시기이면서도, 성장의 토대가 구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반응하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자 호기심 가득한 현상 자체로 이를 탐구하려는 시도가 적극적으로 발현되는 시기인 것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만약 부모의 생각이나 감정이 지나치게 결핍의 성향(감정과 사고가 억눌린 상태)으로 치닫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부모의 심리가 불안정할 때 파생되는 억압과 불합리한 정서는 어린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자극적인 말 한마디가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격 차이에 따른 결핍 현상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장애가 성격 결핍, 대인관계 부재, 비합리적 신념 결집, 주위 시선을 끌려는 충동 행동, 인정 욕구의 숨김, 사랑에 반한 증오, 외골수, 잦은 분노, 중독 증세 심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어린이가 성장하여 결혼하여 태어난 아이의 경우 부모가 이를 적절히 훈육할 수 있는 소양이 부족한 탓에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정서적 빈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 해소되지 않은 채 이어지는 여파는 심각한 정서 장애를 유발하는데, 이러한 상태에서 촉발되는 술, 담배, 오락, 쇼핑, 중독, 과식, 말 더듬, 긴장, 경직, 손 떨림, 짜증, 분노, 우울 등의 현상은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증세를 보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받는 양육방식 대부분은 부모의 의식이나 사고 작용에 따라 좌우되는데, 부모의 심리가 불안정할 때 파생되는 불균형한 정서는 어린이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어른이 되어서까지 이러한 정서가 몸과 마음에 남아 생각이나 감정을 형성하는 데 적지 않게 영향을 주고 있다면, 이 불균형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자가 명상을 권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나날이 새로워지는 마음을 고양시키는 데에 필요한 정서로서, 이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사랑받으며 성장할 인격체로서 신(神)의 표상이라 할 어린이 마음의 실체를 살려내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전, 대가족 제도 하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이 예절 교육으로 최상의 효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즈음과 같이 사회가 다양화, 자율화, 전문화, 자동화, 첨단화하는 구조하에서 심리와 정서를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밥상 교육으로는 한계일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까닭에 한 사람의 인격 형성을 총체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가정의 달 5월은, 어린이 훈육이 얼마나 세심하게 배려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려 깊은 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한 생명이 성장하게 되는 환경에서 양육자인 부모와 스승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행보를 방기하여 어른이나 어린이나 먹고 마시고 보는 행사 위주로 흘러 상실된 마음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5월 가정의 달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세상이 혼탁해졌다고 하더라도 사람을 성장시키는 가정의 달에 대한 의미를 복기하면 할수록 어린 시절, 마음의 원형을 찾고 회복하는 달이라는 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른이 된 내 안에 살아있는 아이의 마음, 지금까지 그 당시 어린 시절의 상처나 불안과 분노와 같은 증상이 남아있다면, 우리네 삶 전체가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생명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삶은 마음이라는 물결을 통하여 동반 성장하고 있습니다, 누가 상처를 입거나 상실된 감정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면 이는 전체 삶에도 지대하게 영향을 미치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치유가 필요합니다. 누가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상처를 입혔다면 용서와 화해의 심리를 동반하면서 이렇게 간언합니다.
“내 안에 살아있는 나의 어렸을 때의 아이에게! 그토록 오랜 시간 동안 무섭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지닌 체 외롭고 쓸쓸하게 지냈을 너를 생각하니 정말 송구하고 미안하구나. 너를 돌아볼 사이도 없이 수많은 일을 하느라 바빴다는 게 핑계이기도 하겠지만, 긴 시간 동안 나의 번복되는 생각과 감정으로 인해 빈번하게 고통을 주었으면서도 상처받은 어린 너에게 따뜻한 위로 한마디 못한 것에 대해 정말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구나. 때늦은 감은 있지만, 5월을 맞아 내 안에 온전히 살아있는 너에게 용서를 구하며, 너의 상처가 온전히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니, 부디 너의 심신이 나로부터 편안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단다. 사랑한다. 나의 어린아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