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위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일까요? 사람마다 느끼는 감각이 다르겠지만, 필자의 소견으로는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를 일러 무위이화(無爲而化)라고 하는데, 이는 아무 걸림 없이 저절로 된다거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단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절마다, 절기마다 변화하고 화하는 기운을 어김없이 창조해 내는 순일함이 그렇고, 입자와 입자 간의 소통과 정도(正道)와 중도(中道)의 지혜로서 행보를 차질없이 이어지게 하는 내공이 그렇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터득해야 할 지혜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가운데 형성되는 정밀함과 초인적인 인내력, 지속성, 조화와 균형 감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시야에 들어오는 형상있는 실체도 이러한데, 그렇다면 우리의 감각 영식이 도달하지 않는 세계의 실상은 어떻겠습니까?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든지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는 현상 등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작용들은 어느 순간에 그쳐지거나 중단되었다가 다시 작동하는 등의 불안정한 움직임이 아니라, 한 치의 어긋남이 없이 순일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비근한 예를 든다면 태양의 빛이 창문에 도달하기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1년 365일을 똑같은 양으로 비추고 있다는 사실을 어떤 표현으로 어떻게 그 진솔함을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덕이나 은혜를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행하여지는 순일한 정성이야말로 우리가 배워야 할 덕행의 표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합니다.
자연스러움이 주는 위대함은 특정 지역이 아니라 어느 곳이든 똑같이 적용되는데, 남해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남해는 어느 지역보다 따뜻하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 역시 인위적인 어떤 작용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함이 없이 스스로 이루어지는 자연 현상에 기인한 것이라면 이러한 혜택에 힘입은 우리는 어떤 행위로서 이에 보답을 해야 하겠습니까?
필자는 이를 명상의 기조가 될 수심정기(守心正氣)에서 찾아봅니다. 마음을 지키고 기운을 바르게 하면서 자연스러움이 가미될 이 순간은 태초의 신비가 간직된 있는 그대로의 진실, 사심 없음의 지혜가 돋보이는 생애가 가장 극적인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생명 화생의 근원이자 성장의 배경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이를 일러 선각자는 대중이 스스로 최상의 인식능력을 지니고 있는 줄 모르고 다른 누구에게서 지혜를 얻으려는 노력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일갈합니다.
자기가 완성자인 최령자(最靈者- 최고의 지적 능력을 지닌 사람)이면서, 그것을 모르고 있기에 번민이 생겨나고 일용 행사가 바로 자연스러움을 배양할 현장임을 잊고 있기에 인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대단한 위치에 있으면서 그런 줄 모르고 좌절하며 괴로워하는 데에서 벗어나 이 순간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지혜를 갖추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러 주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움이 가미된 스스로는 순간순간마다 일어나는 모든 형태의 경험을 새롭게 연출하는 주체입니다. 이러한 주체의식에서 타성에 젖은 행위가 배제된 자연스러움의 힘, 즉 자연발생적인 행위가 어떤 교훈을 남기는지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과거 동학혁명 시절 충북 보은에 수많은 동학혁명군이 보은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약 3만 명의 인원이 운집한 이 집회 현장에 엿을 파는 장사꾼이 있었는데, 그는 엿판에 가격표를 붙여놓고 사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하게끔 자리를 비웁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 집회가 끝날 무렵 돌아와서 보니 가져간 엿과 엿판 가장자리 주머니 속의 돈이 완벽히 일치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자발적으로, 누가 보든 안 보든, 행함에 있어 빈틈이 보이지 않는 이러한 행보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에도 수많은 군중이 집회를 여는 장소나 다중이 모인 공공장소에는 그에 따른 행사를 마치고 나면 누가 일러 주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주변을 청소하며 정화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을 보노라면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을 행한다’에는 시간과 공간이 오롯이 현재에 이른 이 순간이 생애 최초의 날이요, 처음이라는 진지함이 내재 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현재 자신의 시공간인 지금이라는 순간을 놓치면 다음 순간, 그다음 순간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 뿐입니다. 미지의 세계를 쫓기보다는 인생 최초로 명명될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자연적이면서도 자발적인 의식에 집중할 수 있다면 마음에 새겨질 감동은 더욱 크게 다가오리라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