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철
-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패션 잡지에 나오는 모델처럼 날씬해지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체중 조절을 원하는 사람들 중에서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열량을 줄이고 운동을 많이 하는 것이 체중 조절의 기본 원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만한 사람이 체중 조절에 성공하기가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는 사실도 한번쯤 체중 조절을 위해서 노력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말은 쉬워도 실제로 실천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체중 조절에 실패한 많은 사람들은 손쉬운 방법으로 식사 조절이나 운동보다는 손쉬운 방법인 약물을 찾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약물을 통한 체중 조절이 과연 얼마나 바람직한 방법이고 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것일까? 효과는 제쳐두고서라도 과연 안전하기는 한 방법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비만 치료를 위해서 다양한 약제들을 사용하지만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얼마 전 매스컴에서는 시중에서 비만치료제로 사용되는 마약 성분의 약제의 문제점을 크게 다룬 적이 있기도 한다. 이 기회에 시중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소위 비만치료제의 허와 실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어떤 경우에 비만치료제를 사용해야 하는가?
거듭 강조하지만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사조절과 운동이다. 하지만 지나친 체중으로 건강에 지장이 있는 경우라면 체중 조절의 한 가지 방법으로 약물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만의 합병증으로 고혈압, 당뇨, 수면 무호흡증 등이 있는 경우나 체질량 지수가 30 이상인 심한 고도비만인 경우가 이런 조건에 해당된다.

물론 반드시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식사 조절과 운동에도 불구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주치의와 상의해서 약물 치료를 시도해볼 수는 있다. 즉 비만치료제는 비만이 심하지 않은 사람이거나 단지 미용을 목적으로 체중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닌 것이다.

비만치료제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세계적인 권위 기관인 미국 FDA에서는 현재 상품명으로 ‘제니칼’과 ‘리덕틸’을 비만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있다. 물론 식욕억제제인 펜터민과 같은 종류의 약제도 단 기간 사용되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에 대한 증거가 모자라고 현재 위의 두 가지에 비해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비만치료제의 효과는?
비만치료제가 효과가 인정되기는 하지만 약제만을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는 식사 조절이나 운동을 함께 사용해야만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식사 조절, 운동, 그리고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 1년 이내에 전체 체중의 5~10% 정도는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도의 체중 감소는 생각보다는 적어 보일 수 있지만 혈압, 혈당, 중성 지방의 조절 및 인슐린 분비 조절을 통해서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결코 적지 않다.

문제는 약물만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경우에는 체중 조절 효과도 크지 않고 또 체중 감소가 장기간 지속되지도 않는다는데 있다. 즉 비만치료제는 결코 식사 조절이나 운동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이다.

비만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과연 안전한 방법인가?
앞서 제니칼이나 리덕틸과 같은 비만치료제를 언급했지만 문제는 이런 약제들을 오랜 기간 사용했을 때 건강에 미치는 문제점이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비만치료제의 효과는 일단 약제를 중단하면 대부분의 경우 체중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때문에 체중 조절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 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비만치료제를 장기간 사용했을 때의 안전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리덕틸의 경우 비록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혈압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혈압 조절이 잘 안되는 고혈압 환자, 심장질환 환자, 부정맥 환자,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제니칼의 경우에도 장에서 지방의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할 때에는 지방에 용해되는 비타민 A, D, F의 보충이 필요하게 된다.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때에는 득실을 고려해야 비만치료제를 사용할 때에는 약제를 사용함으로서 얻어지는 이점과 장기간 사용할 때의 위험성에 대해서 저울질을 할 필요가 있다

. 물론 사용 전에는 과거 병력과 가능한 부작용, 그리고 현재 다른 약물을 질병치료의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사용하려고 하는 비만치료제와의 약물상호작용에 대해서도 잘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거듭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비만치료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저지방, 저탄수화물 식사, 그리고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지 않는 식사 등과 같은 식사요법이 필요하고 규칙적인 운동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고 체중 조절이 유지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체중 조절을 목적으로 손쉽게 약물을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한 해결책이 아니고 하물며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날씬한 체형을 만들기 위해서 비만치료제를 사용한다면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저작권자 © 남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