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 주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김 은 주
​​​​​​​남해군생태관광협의회 사무국장

일 년 내내 꽃 중의 꽃 모란꽃을 볼 수 있는 마을이 있다. 앞바다에 모란꽃 닮은 목단도라는 섬이 있는 화계마을이다. 목단도는 몰게섬이라고도 한다. 모란이라고도 하는 목단은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다. 화계마을은 곡포보성이 축조될 무렵(1522년) 또는 그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마을이다. 곡포는 굽은 포구란 뜻인데 이곳에 조세물 보관 창고인 보성이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다.

남해안 여러 곳에는 세곡미를 모아두는 조창 그리고 왜구의 눈을 피해 배를 숨기는 역할을 했던 곡강(굴항)이 남아 있다. 이런 곡강은 군사적 기능과 피항지 기능을 모두 갖고 있던 곳인데 화계마을도 그런 곳이다. 화계마을 한가운데 생선과 곡식, 도자기, 옹기 등을 실어 나르던 배를 정박시키던 곳이 있다. 그 포구엔 오래된 느티나무도 서 있다. 배를 정박하고 묶어두던 느티나무다.

이동면 화계리에 수령 590년인 남해군 보호수 느티나무가 있다
이동면 화계리에 수령 590년인 남해군 보호수 느티나무가 있다

남해군 12-34 보호수는 이동면 화계리 610번지에 있는 느티나무다. 보호수 지정 일자는 1982년 11월 10일이다. 2022년 기준으로 590살이다. 1432년쯤에 자라기 시작한 느티나무라는 예기다. 화계마을 역사를 훤하게 꿰뚫고 있는 오래된 당산나무 어르신이다. 나무 어르신에게는 음력 10월 보름에 동제를 지낸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봄에 피는 잎 모양을 살펴보며 농사의 풍흉을 가늠해 보기도 한다.

옛날에는 느티나무가 서 있는 바로 아래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이었다고 한다. 바다를 매립해서 마을이 커지긴 했는데 옛 모습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만 남아 있다. 당산나무 일대가 곡포였고, 굴강도, 배선대도 바로 이곳에 있었다는 얘기다. 보호수 나이가 600여 년에 가까우니 굴항으로 불리는 굴강도 있었을 테고 세곡물을 모아두었던 곡포도 있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태풍을 피해 들어온 외지 배들도 정박하고, 옹기를 팔던 옹기배, 생계수단으로 고기 잡던 어부의 배들도 옹기종기 모여 있었겠다.

오래된 만큼 여기 저기 치료 흔적이 있고 길손을 위한 정자도 마련돼 있다
오래된 만큼 여기 저기 치료 흔적이 있고 길손을 위한 정자도 마련돼 있다

화계마을 느티나무는 굵은 한쪽가지를 마을집에게 양보하고 산만한 전깃줄을 품으면서도 마을 한가운데 길가운데 우람하고 둥글게 우뚝 솟아 있다. 오래된 나이 탓인지 나무 한쪽 면은 치료를 받았다. 나무 아래에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지나가는 길손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든 정자가 놓여 있다. 앵강만과 목단섬, 노도를 바라보며 바래길을 걷던 사람들도 땀 식히며 쉬어갈 수 있게 널찍하게 만들어져 있다. 화계마을 느티나무를 바라보면 나무 자체가 역사라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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